주간동아 821

2012.01.16

노후에 작은 집, 세 가지 큰 기쁨

주택 규모 줄이기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1-16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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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에 작은 집, 세 가지 큰 기쁨
    요즘 은퇴자 중에는 3대 바보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바보는 은퇴 후 손자 돌본다고 자기 일을 하나도 못 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 바보는 자식에게 재산 다 물려주고 용돈을 타서 쓰는 사람이다. 세 번째 바보는 가끔 자식이나 손자가 놀러 오면 재워야 한다며 여전히 큰 집에 사는 사람이다. 우스갯소리인데도 웃기지만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들 세 바보의 공통점은 자식이 품을 떠났는데도 부모는 여전히 모든 의사결정을 자식에게 맞춘다는 점이다.

    자녀 결혼해 식구 줄면 작은 집은 당연

    자식이 다 제짝을 찾아 떠나고 나면, 결국 넓은 집엔 나이든 부부 두 명만 덩그러니 남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60세가 넘는 집 가운데 1인 가구는 30%, 2인 가구는 40.2%를 차지한다. 고령 가구 10집 중 7집이 혼자 또는 둘이서 생활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가족 수에 맞게 집 크기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자녀가 태어나고 자랄 때 집 크기를 늘렸던 것처럼, 자녀가 결혼해 둥지를 떠나고 식구가 줄면 집 크기를 줄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모든 재화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듯,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2010년 11월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1.9%에 이르렀다. 반면 주택 수요와 관련 있는 인구증가율은 정체 국면에 들어섰으며,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35∼54세 인구’는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주택을 처분해 노후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인구구조만 보면 향후 주택 시장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든다고 반드시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경기를 예상할 때 인구만큼 중요한 것이 가구 수다. 인구 대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출산율로 인구 증가 속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데 반해,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 수는 1734만 가구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303만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가구 수 증가를 주도한 것은 1∼2인 가구다.



    1990년 이후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 유형은 줄곧 4인 가구가 차지했으나, 2010년 들어 전체 가구에서 2인 가구 비중이 24.3%로 4인 가구(22.5%)를 제쳤다(도표 참조). 1인 가구 비중도 23.9%로 4인 가구를 앞질렀다. 1∼2인 가구는 향후에도 주된 가구 유형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2007년 ‘장래가구추계’에서 2030년 2인 가구는 28.1%, 1인 가구는 2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가 되면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 이렇게 소형 가구가 급증하는 것은 젊은이의 결혼관 변화에 따른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의 증가, 높아진 이혼율도 원인이지만,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가구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1인 가구의 19.2%가 7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계속해서 소형 가구가 늘어나면 주택 시장은 대형보다 중소형 중심으로 움직이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은퇴자 중에는 ‘막내가 결혼해 출가하면 집 크기부터 줄여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히 주거공간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소유자의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지위재’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당장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거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 주변에서 “요즘 저 집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하는 소리부터 듣는 게 현실이다. 남의 이목과 체면 때문에 큰 집에 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고령화가 본격화하고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런 생각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체면과 자존심보다 주택 보유에 따른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주택을 소유가 아닌 이용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주택은 크기가 아니라 이용 가치

    노후에 작은 집, 세 가지 큰 기쁨
    사람들은 대부분 일단 자기 집을 갖고 나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또는 떨어졌는지만 생각할 뿐 그 집을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을 생각지 않는다. 자기 집이라 해도 엄연히 비용이 발생하는데 말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1억 원이면 5% 금리만 적용해도 연간 500만 원의 비용을 집에 깔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재산세와 관리비를 더하면 자가 소유에 따른 비용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산정함으로써 주택 소유에 따른 대가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터라, 주택 유지비를 감안해 계속 보유할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 수에 비해 집 크기가 커서 주거비가 과도하게 든다면, 적당한 크기로 옮기는 것이 좋다. 통상 막내가 결혼해 출가하는 때가 집 크기를 줄이는 적기다. 이때를 계기로 자녀 중심의 집안 구조를 부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먼저 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크기의 집으로 옮기면서 그간 미뤄뒀던 부부의 노후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집 크기를 줄이면 크게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목돈을 챙길 수 있다. 이 돈은 노후생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생활비도 줄어든다. 아파트의 경우 33m2(약 10평)를 줄이면 관리비, 수도광열비, 각종 세금 등을 합쳐 매달 10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사노동도 줄어 여가활동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노후에 작은 집, 세 가지 큰 기쁨
    이웃 일본의 경우 고령 가구가 증가하면서 도심 소형 주택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지금 일본 은퇴자들은 1950∼70년 일본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세대로, 대부분 시골이 아닌 도시가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값이면 시골의 정원 딸린 넓은 저택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충분한 의료와 문화시설을 갖춘 대도시 인근의 중소형 주택에 훨씬 매력을 느낀다. 집 크기가 아니라, 이용이 얼마나 편리한지에 따라 주택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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