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2012.01.16

역사를 바꾼 동양의 제국 그 힘을 알려주마!

아시아의 대제국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1-16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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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바꾼 동양의 제국 그 힘을 알려주마!

    짐 마셀로스 엮음/ 박경혜 옮김/ 푸른길/ 240쪽/ 6만 원

    ‘제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기껏 로마 혹은 인도를 점령했던 영국이 생각나는가. 그렇다고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 우리가 서양의 옛 음악을 고전 음악이라 부르고, 영어가 세계 공용어인 것을 당연히 여길 정도로 서양 문화가 우리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에도 거대한 제국은 존재했다. 아니, 인류 역사에서 제국은 동양에서 시작했다. 바로 몽골, 명, 크메르, 오스만, 사파비, 무굴이 그 주인공이다.

    13세기 세계지도를 완전히 바꾼 몽골제국을 보자. 한반도에서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까지 가장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던 몽골은 땅 크기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과 제도들 때문에 아직까지 전설로 남았다. 몽골제국의 처음과 끝은 칭기즈 칸이 유목민 병력을 재정비한 군대라고 할 수 있다. 최강의 군대 비결은 ‘십진법’으로, 칭기즈 칸은 모든 집단을 십진법으로 촘촘히 분할했다. 군대를 포함한 몽골제국 전체의 기본 단위는 1만 명의 만호였지만, 만호는 다시 백호와 십호로 나누었다. 칭기즈 칸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분대에서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장교들은 아내와 자식까지 함께 죄인으로 간주해 그가 속한 백호, 천호, 만호에서 다른 인물의 장교로 선택한다.”

    십진법은 완벽한 관리체제인 동시에 물갈이 시스템이다. 몽골은 끊임없이 젊은 피를 수혈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위대한 제국을 일궜다. 세계 역사에서 다민족, 다종교로 가장 오랫동안 존재했던 오스만제국은 수많은 도전과 응전을 어떻게 넘겼을까.

    “이전의 왕조와 달리 오스만제국은 동시대에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을 탄압하고 추방하거나 살해하며 종교적으로 동일하게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럽으로부터 추방당한 유대인에게 새롭게 살 곳을 제공하고 유대교와 기독교 교회, 학교 및 인쇄소의 설립을 허락했다. 얼굴색이나 종교를 떠나 수세기에 걸쳐 발칸반도와 중동지역에 법과 질서를 유지한 공로는 누가 뭐래도 최고였다.”



    오스만제국은 철저히 개방사회를 지향했다.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국가의 문을 열었기 때문에 지중해의 로마나 비잔틴제국, 이웃의 다민족 왕조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나 러시아 로마노프와 비슷했으며, 아바스 왕조, 인도 무굴 왕조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파비제국은 이란 역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정권이다. 고대 페르시아 왕권사상과 이슬람교 시아파 이맘사상의 결합은 독특한 문화를 창조해 훗날 이슬람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파한의 세계 시민주의는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이스파한의 명성과 능력은 도시 계획의 기능성과 집중된 정치, 경제, 문화 자원 및 수많은 민족과 종교 집단들뿐 아니라 일시적인 체류자였던 유럽의 외교관, 선교사, 상업 중개업자들의 조화에 달려 있었다.”

    제국의 일생은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대하드라마다. 이 책은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귀중한 사진은 물론, 섬세한 삽화를 통해 동양 제국의 영화와 흥망성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설명하고 있다. 서양 제국들이 19~20세기 세계를 좌지우지했다면, 동양 제국들은 그 이전 시기, 사실상 1000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세계 경제, 사회, 문화를 주도했다. 세상이 돌고 돈다는 원칙이 적용된다면 머지않아 동양에서 제2 제국시대가 열릴 것이다. 준비하는 민족이나 국가만이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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