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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때깔 고운 분홍색 곶감 옛날 맛은 어디로 갔어?

곶감의 색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때깔 고운 분홍색 곶감 옛날 맛은 어디로 갔어?

때깔 고운 분홍색 곶감 옛날 맛은 어디로 갔어?

살균 처리 없이 자연에서 말린 곶감은 거무스레하며 향도 다르다. 그 묘한 곶감의 발효취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토종 감은 떫은감이다. 단감은 일제강점기에 건너온 외래 감이다. 한반도 곳곳에서 자생하는 이 떫은감은 종류가 참 많다. 대체로 주산지 이름과 품종명을 붙여 부른다. 완주 고종시, 청도 반시, 상주 둥시, 의성 사곡시, 산청 단성시, 논산 월하시, 임실 먹시… 대충 200여 종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의 떫은맛은 탄닌 때문이다. 이 떫은맛을 없애려면 탄닌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다. 나무에 그대로 두어 홍시로 익히거나,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알코올을 뿌려 숙성하는 방법이 있고,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탄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떫은맛이 느껴지지 않게 탄닌을 불활성화하는 것이다. 떫은맛이 없어도 탄닌은 존재한다.

떫은감으로 만든 먹을거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곶감으로, 당도가 상당하다. 생감 상태에서는 20브릭스 정도이던 것이 곶감으로 만들면 50~60브릭스에 이른다. 이 정도면 설탕이 따로 없다. 오래된 곶감에서는 하얀색 분이 생기는데 이것은 과당과 포도당으로, 옛날에는 이 분을 긁어모아 꿀 대신 쓰기도 했다.

곶감은 비싸다. 제조 과정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감을 깎아 덕장에 매다는 일은 일부 기계화됐지만, 대부분 수작업이다. 곶감을 말리는 데는 30~70일이 필요하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다. 바람과 기온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다 마른 것은 일일이 손으로 모양을 잡아줘야 한다. 여기에 포장과 냉장까지 하니 비싸질 수밖에 없다.

곶감이 비싸니 거의 선물용으로 소비된다. 자기 돈으로 곶감 사먹기는 버겁지만 선물로 내놓기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선물용으로 포장하려니 곶감 때깔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보기 좋은 분홍색 곶감이 대세다. 그런데 이 분홍색의 예쁜 곶감은 옛날 정취를 빼앗는다. 옛날 곶감은 이렇지 않았다.



곶감을 만들려면 감 껍질을 깎아야 하는데, 이렇게 속살이 노출된 상태에서는 여러 균이 붙는다. 좋은 균, 나쁜 균 문제가 아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런 균이 으레 붙는 것이다. 여러 균은 감이 마르는 과정에서 많은 작용을 한다. 약간의 발효취를 내기도 하는데, 결정적으로 곶감 때깔에 관여한다. 곶감을 거무스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분홍색의 고운 때깔을 띠는 요즘의 곶감은 어떨까. 독자의 짐작대로 살균 처리한 것이다. 감을 깎은 뒤 겉에 붙은 균을 죽이려고 훈증하거나 알코올을 뿌려 소독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자연에서가 아닌, 건조기에서 말린다. 그러면 때깔이 고운 분홍색이 되며, 그 안이 투명하게 비친다.

살균 처리와 건조기 사용이 곶감 때깔을 곱게 만들기 때문에 자연 건조에 비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또 기술이란 게 늘 ‘발달’하게 돼 있으니 옛날의 시커먼 곶감은 또 그렇게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살균 처리와 건조기 사용이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감을 깎아 아무 작업을 하지 않고 자연에서 말릴 경우, 곶감의 겉과 속은 거의 동시에 마른다. 반면, 훈증을 강하게 하든지 건조기에서 말리면 곶감 겉이 질겨진다. 속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특히 곶감 특유의 발효취가 멀리 달아난다. 단지 단맛만 강렬한 곶감이 되는 것이다. 대체로 음식이란 이와 비슷해, 때깔을 좇다 보면 맛은 버린다.



주간동아 2012.01.02 819호 (p64~64)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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