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7

2011.12.19

콘셉트 잘 잡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콘셉트를 잡아라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1-12-1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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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셉트 잘 잡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인 쌍둥이 빌딩 ‘더 클라우드’ 조감도(왼쪽)와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고난도 시공 과정 탓에 ‘전 세계에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의 오랜 상징인 머라이언상을 대신해 싱가포르의 떠오르는 상징이자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했으며, 사람 인(人)자형 57층짜리 건물 3개가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를 떠받친 형태다. 건물 꼭대기에는 축구장 2배 크기의 하늘 정원이 3개 건물을 지지대 삼아 아슬아슬하게 자리했다.

    특히 지상 200m 위에 올린 옥외수영장은 전 세계 관광객이 가고 싶어 하는 명소로 부상했다. 하늘 위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여유롭게 바다와 빌딩 숲을 내려다보며 무한 상상에 빠질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호텔에 있는 50개 이상의 레스토랑은 전 세계 요리를 메뉴로 갖춰 지구촌 관광객이 늘 넘쳐난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하늘 정원 하늘 수영장’으로 건물 콘셉트가 분명하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인 쌍둥이빌딩 ‘더 클라우드’가 화제다. 2001년 9·11테러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이미지를 연상시켜 논란이 일었다. 네덜란드 건축설계회사 MVRDV는 12월 6일 각 60층, 54층의 쌍둥이빌딩 시안을 공개했다. 중간 지점인 27~36층의 10개 층을 구름 이미지를 형상화한 (Pixelated Cloud) 디자인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바로 이 연결 부분이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부딪친 직후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인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MVRDV는 “설계사가 알카에다 추종자가 아니냐”는 협박을 받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설계회사도, 용산역세권개발 시행사도 설계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구름 모양 공간에는 레스토랑, 회의실, 수영장을 배치한다고 한다. 사각형 박스를 불규칙하게 연결해 만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이미지는 ‘더 클라우드’의 최대 상징이 될 듯하다. 구름 부분에는 옥상 녹지공원도 조성한다. 공중 정원이 생기는 것이다. 박스가 돌출된 구름 부분은 가장 넓은 조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서울 속 신도시를 지향한다. 초고층 건물만 수십 개가 들어선다. 이곳에 천편일률적인 사각 건물만 들어설 수는 없다. 독특한 디자인을 시도해야 한다. ‘더 클라우드’가 완공될 2016년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 ‘9·11테러 트라우마’가 빚은 작은 논란은 한국형 랜드마크가 탄생하는 계기로 수렴될 것이다.

    높게 쌓은 사각형 모양에 창문만 달아놓은 것이 건물은 아니다. 오늘날 건물은 콘셉트의 결과물이다. 건축물은 설계자 철학의 결정체인 콘셉트를 담아야 한다. 콘셉트는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주제이자 핵심 가치인 콘셉트가 훌륭하면 설득력이 커지고, 타인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용도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 가치를 보태고 나면 건축물은 명품으로 탄생한다. 그러려면 글로벌리즘, 친환경, 디지털, 휴머니즘, 미래지향 등의 기존 가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모든 기획의 첫 출발은 콘셉트 확보다. 국가 정책도, 제품생산도, 예술행위도, 회사업무도 콘셉트 설정이 성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명확한 콘셉트는 희소가치가 된다. 당신의 콘셉트가 당신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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