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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 첨단기기 운전자 마음 훔친다

기아자동차 레이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작은 차 첨단기기 운전자 마음 훔친다

작은 차 첨단기기 운전자 마음 훔친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박스카 레이(RAY)는 경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다. 기아차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현대자동차의 대형 세단 에쿠스보다도 내부 공간이 넓단다. 실제로 180cm의 성인 남성이 2열 시트에 눕듯이 앉아도 무릎이 1열 시트에 닿지 않았다. 실내 높이도 133cm로 한국 초등학생 3학년의 평균키와 똑같다. 운전석에 앉은 성인 남성의 머리 위로 주먹 2개가 들어갔다.

경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로 분류하는 레이의 명칭에는 ‘삶을 즐겁게 만드는 햇살 같은’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기아차는 4년간 1500억 원을 투입해 레이를 개발했다.

#레이=큐브(?), 닮긴 했어도 전혀 다른 차

레이를 타고 제주 서귀포시 섭지코지 일대 해안도로를 달렸다. 출시 전부터 ‘혼다자동차의 박스카 큐브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실제 시승해보니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베꼈다는 말을 듣기엔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는 박스카 혈통을 이어받아 전체적으로 비슷한 형태지만, B필러(앞문과 뒷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둥)를 없애고 뒷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등 많은 곳이 달랐다.

외부 디자인은 귀여운 장난꾸러기 같다. 전면부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그대로 적용했다. 호랑이코 그릴에 범퍼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뭉뚝하다. 범퍼의 양쪽 끝 안개등 부분이 살짝 올라가 미소 짓는 느낌이다. 전조등은 고급 세단에 주로 쓰는 면발광 LED포지션 램프를 적용해 고급스럽다.



옆면은 양쪽이 서로 다르다. 운전석 방향 앞뒤 문은 B필러를 사이에 두고 각각 75도 각도로 열렸다. 그러나 B필러를 없앤 조수석 쪽의 앞문은 90도까지 당겨 열 수 있으며, 뒷문은 슬라이딩 방식이라 뒤까지 밀려 열린다. 문을 모두 개방하면 최대 폭이 143.2cm로, 마치 옆면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승하차할 때나 화물을 실을 때 편했다.

B필러를 아예 없앴는데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기아차 관계자는 “측면 안전을 위해 옆문에 고강도 수직빔을 넣었다. 자체 충돌실험 결과, 측면 안전성이 일반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뒷좌석 바닥에 재미있는 비밀 공간

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넉넉한 내부 공간과 다양한 활용도로, 재미있는 수납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머리 위로 각각의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다이어리 2~3권은 넉넉히 들어갈 만큼 넓다. 앞을 그물망으로 막아 물건이 쏟아질 염려는 없다. 1열 시트 중간에 콘솔 서랍장이 있고, 조수석 시트 밑과 트렁크 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특히 운전석 뒤쪽 바닥에 신발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둔 점이 독특하다.

2열 시트는 6대 4로 분할해 앞뒤로 움직이고 접힌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326ℓ까지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요즘엔 경차에도 버튼시동 스마트키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시동소리가 조용했다. 레이는 1.0ℓ카파엔진과 1.0ℓ바이퓨얼(Bi-Fuel)엔진을 탑재했다. 1.0ℓ카파엔진은 최고출력 78마력, 최대토크 9.6kg·m를 발휘하며 공인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17.0km/ℓ다. LPG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바이퓨얼엔진의 경우 동력성능은 같고 연비만 13.2km/ℓ로 약간 낮다. 바이퓨얼 모델은 10ℓ크기의 가솔린 연료탱크가 별도로 있어 LPG 소진 시 가솔린을 보조연료로 사용한다. 변속기는 둘 다 수동겸용 4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공차중량은 998kg.

작은 차 첨단기기 운전자 마음 훔친다
#높은 차체 불안감 첨단 안전장치로 잡아

주차장을 빠져나와 국도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벗어나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속도계 바늘이 120km/h를 넘어서자 바람소리에 섞인 엔진음이 조금씩 크게 들렸다. 150km/h로 높이자 속도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장거리나 고속용 차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상의 속도를 시험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레이를 시승하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차체가 높아 커브에서 불안하지 않을까’하는 점이었다. 과거 화물 겸용의 한 경차는 “커브에서 바람만 조금 불어도 넘어진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는 걱정했던 것과 달랐다. 시속 70km/h로 달리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80도가량 굽은 커브 길에 그대로 들어섰다. 차체가 살짝 옆으로 쏠리는가 싶었지만 바로 자세를 잡아 커브 길을 빠져나왔다. 잇단 커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량 쏠림이 크지 않은 이유는 VSM시스템 덕분이다. VSM시스템은 차체자세제어장치(VDC)에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을 결합한 차세대 VDC로 평가받는다.

속도감은 일반 3기통 엔진을 탑재한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음과 진동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한국 최초의 경차 티코가 보여줬던 모터사이클 같았던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경차의 한계는 분명했다. 서스펜션이 거칠고 하부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타이어가 얇고 크기도 작아 거친 운전에는 적합치 않다.

#화려한 선택사양 만족, 높은 가격은 아쉬워

작은 차 첨단기기 운전자 마음 훔친다

레이는 경차답지 않은 화려한 옵션을 장착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지만, 이로 인해 가격도 상승했다.

시승이 끝나고 레이를 꼼꼼히 살펴봤다.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드는 순간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 연비 20km/ℓ가 넘는 소형 디젤엔진을 탑재하면 어떨까. 바로 기아차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당분간은 디젤차를 만들 계획이 없습니다.” 레이에 맞는 디젤 엔진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단다.

전체적인 시승 소감은 이 정도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소형차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레이의 옵션은 무척 화려해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 6에어백, 디스크브레이크,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속도감응형 도어잠금장치, 음성인식 7인치 LCD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AUX · USB 단자,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열선 스티어링 휠, 오토 라이트 컨트롤 헤드램프,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첨단기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졌다. 레이의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최하위 모델인 디럭스 가솔린이 1240만 원이다. 최상급인 프레스티지 바이퓨얼은 1625만 원이고, 여기에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내비게이션과 패밀리 옵션을 추가 선택하려면 12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주간동아 2011.12.12 816호 (p60~61)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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