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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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듣고 있으면 부하의 고민이 풀린다

경청의 두 가지 방법

  • 김한솔 IGM 협상스쿨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12-12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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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과장은 최 대리와 답답한 대화를 10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나가며 던진 “잘 지내지?”라는 질문 하나에 구구절절 하소연을 늘어놓는 최 대리 때문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 들을 만큼 다 들었다고 생각한 방 과장이 상대의 말을 끊는다.

    “최 대리,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근데 내 경험으론 말야….”

    과거 경험을 떠올려 성심성의껏 조언해주는 방 과장. 하지만 듣는 최 대리의 얼굴은 뚱하다. ‘내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다’라는 표정. 하소연도 들어줬고, 성의껏 조언도 해줬건만, 무엇이 잘못된 걸까.

    말 없이 듣고 있으면 부하의 고민이 풀린다
    첫 번째 퀴즈.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한다. 한 사람이 말을 한다면 다른 한 사람의 구실은 뭘까. 너무 뻔한 질문 같은가. 당연히 ‘상대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는 답이 떠오르는가. 미안하지만 틀렸다. 답은 ‘말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다.

    두 번째 퀴즈.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모든 출연자가 토론 중에 공통적으로 하는 일은 뭘까. 말문이 막히면 물을 마신다? 끊임없이 뭔가를 적는다? 답은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다. 심지어 본인이 한 질문에 상대가 답하는 동안에도 자신은 자료를 뒤적인다.



    두 개의 퀴즈가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사람은 두 개의 귀를 가졌지만 그 힘은 하나밖에 없는 입에 비해 너무 약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안타깝게도 어느 조직에서나 항상 나타난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리더는 항변할 것이다.

    “난 잘 듣고 있습니다! 부하직원과 대화할 때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직원이 말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잘 듣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리더는 부하직원의 말을 그저 듣기만 한다. ‘주의를 기울여’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게 문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를 ‘수동적 경청’이라고 한다. 상대가 진짜로 말하는 메시지는 관심 밖이고, 그저 고막을 울리는 ‘소리’만 듣는 것을 말한다.

    그럼 어떻게 들어야 할까. 답은 ‘적극적 경청’에 있다. 말하는 사람의 느낌, 감정, 생각까지 헤아리면서 듣는 것이다. 적극적 경청을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상대의 말을 듣는 중간에 옳고 그름을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많은 리더는 자신이 부하직원보다 지식과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로, 혹은 바빠서 들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응,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라며 상대의 말을 끊고는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하직원은 더는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의견을 말해봤자 상사가 끝까지 듣지도 않고 미리 결론을 내버릴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들으려면 일단 상대가 말을 계속 이어가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번째 방법, 백트래킹(Back Tracking)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에 “아, 그랬구나!” 같은 추임새 넣기, 또는 “그러니까 너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지?”처럼 바꿔 말하기가 백트래킹의 기본이다.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적극적으로 공감 해주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어떤가. 상대 의견이 맞다, 틀리다 판단해줄 필요도 없고 그의 고민에 거창한 답을 줄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이건 무엇보다 어렵다.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얘기를 하길 원하는 인간의 본성상 그렇다. 하지만 그래야 리더다. 리더는 그래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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