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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이마트’ 새 주인, GS냐 롯데냐

경영권 다툼 4년 만에 1, 2대 주주 공개 매각 결정…알짜배기 매물에 기업들 관심 집중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하이마트’ 새 주인, GS냐 롯데냐

‘하이마트’ 새 주인, GS냐 롯데냐

11월 25일 전국 하이마트 지점장 200여 명이 서울 강남구 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경영권 침탈 결사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솔직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2월 1일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의 최대주주 유진그룹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각자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자, 하이마트 직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유진그룹과 하이마트가 ‘각자대표’ 체제로 하이마트를 운영키로 합의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나온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한 직원은 “극적 합의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기대했는데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자고 나면 반전에 또 반전

11월 22일 선 회장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의 경영권 다툼은 열흘 남짓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처음 유진그룹의 경영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마트 임직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지점장으로부터 사표를 받는 등 강력 저지에 나섰다. 양측 갈등이 증폭되면서 결국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직전까지 치달았다. 각자대표 체제를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하는 듯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제3자 공개매각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 양측의 경영권 다툼은 파국을 맞았다.

이번 결정에 하이마트 임직원과 투자자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의 감정까지 표출하고 있다. 하이마트의 또 다른 직원은 “기업 가치를 살리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선 회장이 없는 하이마트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투자자들 역시 “일련의 사태로 하이마트가 타격을 받고 기업 가치도 하락했는데 그 주범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손을 털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유진그룹이 처음부터 경영권보다 하이마트 지분매각에 방점을 둔 것 아니었느냐는 얘기와 함께 그 과정에서 선 회장과 또 다른 밀약이 있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유진그룹이 처음부터 하이마트 경영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게 바로 그것.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이번 분쟁에서 선 회장 측은 ‘유진그룹이 7년간 경영권을 보장해줬다’고 주장했다. 가전유통 분야에 경험이 없는 유진그룹이 직접 하이마트를 경영해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유진그룹은 부인하지만, 업계에선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잘해 기업 가치를 올려놓으면 주식을 팔아 자본 이득을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미 유진그룹은 2007년 LBO(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해 인수합병) 방식으로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그룹이 휘청거릴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유진그룹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자본금 6000억 원을 마련했고, 나머지 인수대금 1조4000억 원은 SPC가 외부에서 차입했다. 상당한 부채를 떠안은 데 이어, 그룹의 주력인 건설·레미콘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2009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최근까지도 로젠택배를 매각하고 올해 6월 하이마트를 상장하는 등 차입금을 갚아나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최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에 참여하려 했다”며 반박했다. 그룹의 주축인 하이마트를 실질적으로 장악해 그룹 오너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한편, 하이마트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 행보도 관심거리

‘하이마트’ 새 주인, GS냐 롯데냐

12월 1일 유경선 유진그룹회장(왼쪽)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각자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을 공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업공개 후 불과 반년 만에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은 결국 그룹의 어려운 유동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유진기업(739만8000주)과 유진투자증권(25만 주)이 보유한 하이마트 주식을 12월 7일 종가(7만4000원) 기준으로 매각하면 5659억 원가량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6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룹 모태인 유진기업의 순차입금이 늘고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유진그룹으로선 지분매각을 통해 얻는 자금이 ‘가뭄에 단비’와 같다.

더군다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면서 처음부터 하이마트 쪽의 반발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이마트에 대한 선 회장의 애정, 그리고 임직원과 선 회장의 끈끈한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선 회장 측의 반발은 예견된 반응이었다.

하이마트는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하는 과정에서 대우전자 국내 영업부문과 대우전자 제품을 파는 대리점을 거느리던 한국신용유통을 합해 탄생했다. 한때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이 “한국신용유통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재가 들어간 위장계열사”라고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지켜낸 경영권인데 ‘굴러온 돌’이 갑자기 내놓으라고 하면 순순히 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과연 누가 하이마트를 인수할지에 쏠린다. 다양한 브랜드의 전자상품을 모아놓은 하이마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특정 전자제품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7년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유진그룹보다 500억 원을 더 쓰고도 고배를 마신 GS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GS그룹 측은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지만, 업계에선 매각절차를 본격화할 경우 GS그룹이 GS리테일을 통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강자인 롯데그룹과 신세계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특히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자랑하는 롯데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 더욱이 롯데쇼핑, 롯데마트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마트는 가전제품 전문 코너인 ‘디지털파크’를 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하이마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매각절차가 진행되면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는 남겨놓았다.

“2007년이랑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딱 부러지게 얘기할 수 없다. 상황이 달라지면 그때 가서 (인수전 참여 여부를)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지분매각 이후 유진그룹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진그룹이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EM미디어, 나눔로또 등의 계열사를 갖고 있지만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은 하이마트였다. 지난해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유진그룹 전체 매출액 4조1000억 원 가운데 하이마트의 비중은 75%(3조467억 원)에 달했다. 하이마트를 빼고 나면 유진그룹은 ‘그룹’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도 초라한 수준이다.

유진그룹 측은 “그룹의 신(新)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하이마트만 한 성장동력을 지닌 기업을 다시 사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관사 선정 추진을 시작으로 지분매각 작업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유진그룹과 새 주인을 맞이할 하이마트 가운데 누가 최후에 웃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1.12.12 816호 (p38~39)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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