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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국정원-탈북인 정보 커넥션 02

“정치범 수용소는 7000만 원, 어때요?”

북한 촬영 허위 과장 ‘정보 장사꾼’ 판쳐…“돈 된다” 소문에 중국에서 연출 촬영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치범 수용소는 7000만 원, 어때요?”

북한 평안남도에 터 잡은 평성시장은 북한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장마당이다. 몰래카메라로 이 시장을 촬영한 영상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이따금 등장한다. 북한 정보를 거래하는 한 탈북인에게 평성시장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했다.

▼ 평성시장 동영상은 얼마면 살 수 있어요?

“적게 준다고 해도 700만 원은 받아야 해요.”

▼ 너무 비싸게 부르는 것 같은데.

“북한 있는 사람하고 통화하는 데만 몇만 원, 몇십만 원 들어가요. 사람이 가서 찍어야 하는 것 아니오. 어느 머저리가 100만~200만 원 받고 그 일을 하겠소?”



그가 역제안을 해왔다.

“북한 결혼식 동영상이 하나 있어요. 결혼식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찍은 건데, 한국사람이 신기해할 만한 영상입니다. 화면 속에서 예쁘장한 꼬마아이가 결혼식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그럽니다.”

▼ 그건 얼마예요?

“200만 원이오.”

그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24시’를 촬영할 계획이라면서 700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범 수용소는 지금껏 촬영된 적이 없어요. 간수 아이 매수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 간수가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요?

“일 끝난 다음에 간수 아이를 중국으로 빼와야죠.”

그는 시중에 알려진 것보다 값을 비싸게 불렀다. 북한 시장 동영상은 10초당 100달러로 시세가 형성됐으나 최근엔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썩을 대로 썩은 북한 돈만 주면 뭐든 OK”

이 탈북인처럼 북한 정보를 거래하는 이들은 “북한이 썩을 대로 썩어 돈만 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탈북인은 얼마 전 한국의 한 방송국에 북한 군부대 교양용 영상물을 팔았다.

“손해를 봤어요. 100만 원밖에 못 받았거든요. 언론사 몇 군데 돌았는데 관심이 없어 싸게 넘겼어요.”

그는 북한 동영상을 구하려다 다른 탈북인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북한에서 밀수 일로 돈을 벌거나 북-중 무역에 종사하다 한국으로 최근에 건너온 녀석들이 실력이 뛰어나요. 탈북한 지 오래된 사람들은 정보력이 떨어지죠. 실력이 뛰어난 놈들은 국경지역에서 닳을 대로 닳아 상대하기가 버겁습니다. 반(半)사기꾼이죠. 사기 8단. 선불 받고 튀는 놈도 있어요. 엉터리 물건을 가져오는 놈도 많고요. 최근에도 한 놈한테 선불 주고 일을 시켰는데, 한 건 열심히 하더니만…. 얼마 전에 전화가 왔어요. 부산 병원에 입원해 있대요. 선불 줬더니 치료비까지 내놓으란 겁니다. 괘씸하지만 국경에서 굴러먹은 아이들이 능력은 갖췄어요.”

북한에 대한 일본 방송국의 관심이 줄어들어 북한 정보 거래 가격이 하락 추세라고 한다.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쪽 장사’가 침체했다는 것. 한 탈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 국민의 호기심이 사라졌어요.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가 늘어난 데다 관심이 식으면서 가격이 떨어진 겁니다.”

또 다른 탈북인의 증언.

“값이 떨어지면서 실력 있는 놈들은 탈북 브로커 쪽으로 돌아섰어요. 브로커 일이 돈이 돼요. 사람 한 두당…. 그런 일 오래 하면 안 좋아요. 품성이 나빠지거든요.”

중국에서 연출해 촬영한 동영상이 북한 내부를 담은 것으로 둔갑해 팔리기도 한다. 탈북 여성이 북한으로 송환돼 보위부에서 심문받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동영상이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북한 보위부 심문 동영상’이라고 입력하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다. ‘주간동아’도 김정일 집단의 악행을 보도한 기사에서 이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실은 적이 있다. 북한 정보를 거래하는 탈북인들은 이 동영상이 중국에서 사람을 동원해 찍은 가짜라고 입을 모았다. 이 동영상을 공개한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는 “인민군 장교가 찍은 것으로 사실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북한 보위부 구류장에서 촬영했다는 일부 동영상도 중국에서 만들어 찍은 엉터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동영상을 제공한 인사는 “조작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탈북인이 혀를 찼다.

“북한 주민이 매 맞는 동영상도 보도됐는데 구타하는 남자가 찬 완장 위치가 잘못됐어요. 그쪽 손에 완장을 차지 않죠. 북한에서 군대 갔다온 사람은 그 동영상 보고 다 웃어요.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유명한 탈북인)이가 방송국에 넘긴 건데, 그 일 때문에 ○○이가 구설에 올랐죠. 우리가 ○○이에게 완장 위치 지적해주니까 ‘아, 그렇구나. 거기까지 확인을 못 했네’라면서 웃더군요.”

“정치범 수용소는 7000만 원, 어때요?”

북한 꽃제비. 가짜 시비가 불거진 보위부 심문 동영상. 함경북도 무산군 강제수용소를 촬영한 동영상(왼쪽부터).

흥미 위주 가십성 보도로 남북관계 악영향

일본 언론에서 김정일은 한동안 셀레브리티(celebrity)였다. 타블로이드 언론이 할리우드 스타 다루듯 보도했다. 북한 로열패밀리 동선을 추적하는 기자를 따로 둘 만큼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 언론이 돈을 주고 취재원을 관리하면서 북한 정보와 문건, 동영상을 획득한 건 오래된 일. 그러다 보니 오보가 많다.

한국도 일본을 닮아간다. 인터넷 뉴스가 만연하면서 “김정일이 방중 때 대소변을 중국에 버리지 않고 북한으로 가져갔다”는 식의 확인하지 않은, 그럼에도 흥미로운 보도가 이어진다. 그 중심에 북한 전문 매체가 있다.

북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열린북한방송, 데일리NK, 좋은벗들, 열린북한통신, NK지식인연대, 자유북한방송도 탈북인, 북한 거주 소식통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산다. 이들 매체의 기사를 주류 언론이 받아쓰는 일도 잦다.

민간 최고 북한통으로 꼽히는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가 북한 현실을 호도한다고 꼬집었다.

“정보원 노릇하는 북한 주민이 돈을 받고자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허위로 조작, 과장해서 말하는 걸 북한 전문 매체가 검증하지 않고 보도합니다. 인터넷 언론의 가십성 보도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요.”

탈북인들의 정보 장사, 특히 가짜 정보 거래는 현실을 오도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관련 정보는 대북정책의 중요 요소다. 주변국도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거르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 불안정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일부 소식통이 돈을 벌고자 거짓 소식을 팔거나 과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크로스 체크를 통해 검증한 뒤 신뢰할 만한 정보만 기사로 보도한다”고 반박하면서도 복수의 특정 매체를 거론하며 “신뢰할 수 없다” “저널리즘 트레이닝이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탈북인 등이 돈을 받고 제공한 내용이 확인 절차 없이 공인된 사실로 둔갑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확인되지 않은 탈북인 또는 북한 내부발(發) 보도를 토대로 논문을 쓰거나 정부가 발주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학자도 있다.

한 탈북 언론인은 이렇게 말했다.

“주류 언론에서는 탈북자가 획득해온 북한 내부 정보나 북한 내부 동영상 같은 것은 다루지 않는 게 옳아 보여요. 화제는 되겠지만 신뢰할 수 없거든요. 돈이 오가면 사심이 생겨 정보를 조작하게 마련이죠. 북한 전문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받아쓰는 것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주간동아 2011.12.12 816호 (p18~1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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