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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충천

완도의 톳과 FTA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완도의 톳과 FTA

해초 톳은 칼슘, 철분 덩어리예요. 바다의 불로초라는 별명을 가졌습니다.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돕습니다. 오독오독 씹다 보면 독소가 몸을 빠져나간다고 해요.

톳은 전남 완도산을 제일로 칩니다. 완도군은 지난해 전국 톳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했어요. 신지도, 보길도 일대가 톳을 키우는 데 적지라고 합니다.

일본에는 ‘톳의 날’(9월 15일)이라는 게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톳 섭취를 권장하는 날이라네요. 학교 급식에서도 톳이 빠지지 않습니다. 1954년 완도군은 일본과 100년 기한의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은 2054년 종료합니다.

“6·25전쟁 직후 배고플 때 뭣 모르고 계약을 맺은 겁니다.”(완도수협 직원)

완도군이 생산한 톳의 95%가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최상품은 전량 수출됩니다. 수출 부적격인 2등급 이하만 한국에서 유통하고요. 시장에선 뜸부기, 모자반을 톳으로 속여 팔기도 합니다.



일본인이 우리 바다에서 난 몸에 좋은 식품을 독차지하는 꼴입니다. 어민 처지에서도 일본에 팔아야 이익으로 남는 돈이 많습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유통사 횡포가 심해요. 40% 넘는 중간이윤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요.”(완도수협 직원)

완도의 톳과  FTA
완도수협은 횡포에 맞서 어민, 소비자를 잇는 직거래에 나섰습니다. ‘톳환’ ‘톳농축액’ 같은 신상품도 개발했고요. 성과는 별로라고 합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쌓은 벽을 넘기가 버겁다네요. 유통 분야 독과점은 경제 활력을 약화합니다.

한국은 FTA를 통해 세계 1, 2위 시장(미국, 유럽)과 한배를 탔습니다. 나라 밖으로 웅비(雄飛)할 디딤돌을 놓은 셈입니다만, ‘톳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부가 농어민과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지 따지고 싶다는 단상이 들었습니다.



주간동아 814호 (p9~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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