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8

2011.10.17

아스날에 적응 신나는 리듬을 타라!

박주영에게 필요한 것

  •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lunapiena7@naver.com

    입력2011-10-17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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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날에 적응 신나는 리듬을 타라!
    아침에는 모차르트를 듣고, 저녁에는 바흐를 감상하라는 말이 있다. 치과에서 순식간에 이를 뺄 때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처럼 역동적인 리듬감의 곡을 틀어주면서 환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 한다. 이를테면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의 앞 부분 리듬 ‘바빠바 빰!’에 맞춰 환자의 이를 뺀다는 것이다.

    박자와 리듬에 심적으로 익숙해지는 것과 박자와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은 상호 관련성을 지닌다. 초등학생 시절, 줄넘기 2개를 이어서 만든 긴 줄을 양쪽에서 돌리면 한 사람씩 차례로 들어가 뛰어넘었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돌고 있는 줄 안쪽으로 무사히 들어가려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들어간 후에도 노래 리듬에 맞춰 줄에 걸리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유년 시절 필자는 여러 놀이 가운데 이 놀이에 제일 자신이 있었다. 필자는 항상 가장 먼저 줄 안쪽으로 들어가 노래를 부름으로써 줄을 돌리는 상대편이 리듬을 타며 활기차고 정확하게 줄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이 리듬을 잘 타도록 표정과 동작을 취하며 유도했다. 반면 필자가 줄을 돌리는 차례가 되면 리듬을 타기 힘들게 노래를 부른다든지, 교묘하게 노래 강약을 엇박자로 만들어 상대방의 몸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면 상대방은 십중팔구 노래 리듬에 몸과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줄 안쪽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그때는 모두 어렸기 때문에 필자의 잔꾀가 통했겠지만,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박자를 즐기고 리듬을 타야 몸의 움직임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몸을 강력하게 움직이는 운동경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한국 축구 꿈나무는 음악인이 쓰는 교재를 바탕으로, 음악의 기본적인 박자감각을 먼저 익히면 어떨까.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4분의 3, 8분의 6, 4분의 4박자와 그런 박자의 변화에 신속하게 몸이 반응하는 법을 숙지한다면,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하면서 신나는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축구 선수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봄의 왈츠’ 리듬을 타면서 상황에 맞게 드리블을 빠르고 느리게 한다면 몹시 재미있는 축구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빠른 공수 전환이 필요한 경우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리듬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박자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박주영은 어느 팀에 들어갈 것인지 방황하다아스날에 둥지를 틀었다. 9월 21일 2011~2012시즌 칼링컵 3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70분간 뛰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하게 적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겠지만, 적응 시간이 길어지면 실력 없는 선수로 간주되는 곳이 프로 세계다.

    아스날에 적응 신나는 리듬을 타라!
    필자는 박주영의 데뷔전을 보면서 안타까운 나머지 어린 시절 줄넘기 놀이를 할 때 동무를 위해 노래 불렀던 것처럼 마음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박주영이 리듬을 타며 그라운드를 날쌔게 누비기를 기원한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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