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8

2011.10.17

새 책도 없고 사람도 없고 독서교육 말로만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10-17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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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책도 없고 사람도 없고 독서교육 말로만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늘 독서교육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하는 독서교육포럼에서 한 발표자는 읽기 능력을 온전히 익히지 못할 경우 “낮은 학업 성취 수준, 미숙한 인지적·정서적 발달 수준, 향후 직업 세계에의 진출 및 사회적 참여 곤란” 등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갈수록 많아진다. 머지않아 전국의 모든 도시가 ‘책 읽는 도시’를 들고 나올 태세다.

    종합적인 인재를 키우는 21세기형 교육은 암기능력에 있지 않다. 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고 탐구하는 ‘책을 읽는 능력’, 즉 ‘독서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평생이 보장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앞으로는 책을 읽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독서교육을 중요시하는 것이 맞다.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2008년에 발표한 ‘도서관발전종합계획 2009년도 시행계획’에 따르면, 도서관을 지식기반사회의 구심점으로 삼으려고 2009~2013년 전국 공공도서관을 인구 5만 명당 1개 수준으로 확충하는 동시에 1인당 장서 수도 1.6권으로 늘리는 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학교도서관 현실을 크게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실천은 아직이다. 그러니 한 해 동안 교과서 외에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중고등학생 비율이 여전히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독서교육 표방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도서관의 3대 구성요소는 시설, 자료(책), 인력이다. 2003~2007년 ‘제1차 학교도서관 활성화 계획’에 따라 전국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94.1%에 이르렀다. 그러나 교실 반 칸 크기에 장서 500권만 보유해도 학교도서관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문제다. 백번 양보해서 시설은 봐줄만 하다고 치자.



    자료 역시 문제다. 독서교육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의 장서 수가 1만 권이 넘으니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더란다. 그것도 2년 이내의 신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런 조건을 갖춘 학교는 없을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학생 1인당 평균 장서 수는 2007년 현재 10.8권 수준이다. 6년 전 미국이 26권, 일본이 20권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후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고 봐주자.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전국 학교마다 1000만 원가량의 책 구입 예산을 배정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시설, 자료는 감가상각이 되지만 직업적 안정성을 갖는 인력은 보유가치가 오히려 증대된다. 전국에 1만여 개 학교도서관이 존재하지만 정규직 사서교사는 2010년 말 현재 724명이다. 비정규직 4391명을 더해도 5015명에 불과하다. 이러고서야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역대 정권에서 그렇게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외쳤음에도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새 책도 없고 사람도 없고 독서교육 말로만
    그나마 노무현 정권 후반에는 2006년 109명, 2007년 104명, 2008년 109명 등 367명의 사서교사를 임용해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는 그 수가 정말로 비참하다. 2009년 9명, 2010년 24명으로 그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더니 2011년에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한 명도 안 뽑았다는 말이 듣기 싫었던지 2012년에는 전북에서 달랑 한 명(그것도 결원보충이긴 하지만)을 뽑는단다. 이러고서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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