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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충천

‘역시나’가 되지 않으려면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역시나’가 되지 않으려면

“강을 건너려는 한 사람이 강가에 섰다. 그는 이 나무 저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뗏목’을 만든다. 뗏목에 의지해 그는 비바람을 헤치고 강을 건넌다. 강을 무사히 건넌 그는 이번엔 산을 오른다. 강을 건너려고 만든 뗏목이 부담스럽지만 한동안 끌고 간다. 그러다 그는 강이 눈에서 멀어지자 거추장스러운 뗏목을 버리고 새 지팡이를 앞세워 산을 오른다.”

정치권에서 자주 회자되는 선거와 공약에 대한 비유다. 강은 ‘민심’, 뗏목은 ‘공약’, 지팡이는 ‘어젠다’를 뜻한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는 앞다퉈 ‘이것도 하겠다, 저것도 해주겠다’며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유권자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는다. 그렇지만 정작 민심의 강을 무사히 건너 ‘당선자’로 신분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가 많다.

후보가 쏟아내는 공약에 넘어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표를 줬다가, 선거가 끝난 뒤 ‘역시나’를 연발하며 자기 손가락을 탓해봐야 때는 이미 늦다. 뗏목(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 지팡이를 앞세워 제 갈 길을 가는 당선자를 끌어내릴 힘이 강물(유권자)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유권자는 후보가 선거에 입후보한 뒤 쏟아내는 말의 성찬보다 과거 그가 행한 말과 행동이 어땠는지를 따진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웃고 뒤돌아서서 찡그리는 사람은 아닌지, 처한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지, 한번 뱉은 말과 행동에 얼마나 책임지려 노력하는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역시나’가 되지 않으려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시민이라면 ‘한 번의 선택이 4년(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이라 임기가 3년이 조금 안 된다)을 좌우한다’는 변치 않는 명제를 곱씹어봐야 할 때다.

권리 위에서 낮잠 잔 유권자가 많을수록 ‘침묵’을 강요하는 상황에 처할 위험성이 커지며, 썰물처럼 ‘권리’는 빠져나가고 밀물처럼 ‘후회’가 밀려온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주간동아 808호 (p11~11)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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