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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동네 이야기

이상득 의원이 자서전 낸 까닭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이상득 의원이 자서전 낸 까닭

이상득 의원이 자서전 낸 까닭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3당 합당을 통해 여당과 손잡은 민주자유당 김영삼에게 패한 김대중은 그해 12월 19일 “이제 저에 대한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생활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김대중은 1994년 3월 첫 자서전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펴내면서 사실상 정계에 복귀했다. 60만 부 이상 팔려나간 이 책이 김대중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그는 정계 복귀의 명분을 찾았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했다.

노무현은 1994년 10월 어린 시절과 고시 합격기, 변호사 시절의 경험, 정치 신인으로서 겪었던 이야기 등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은 ‘여보, 나 좀 도와줘’를 출간했다. 청문회 스타로 일약 발돋움한 후 1994년까지 원칙을 지키며 걸어온 정치인의 길을 강조한 이 책은 노무현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다음인 2002년 4월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과 눈물을 흘리는 노무현 광고는 맥락이 닿아 있다. 2002년에 노무현 책이 여러 권 나왔지만 이것만큼 그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준 책은 없었다.

1995년 1월 샐러리맨의 우상이던 이명박은 겹겹의 위기와 안팎의 도전에 둘러싸인 냉혹한 현실을 정면 돌파해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 ‘신화는 없다’를 펴냈다. 이명박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은 1990년대에만 60만 부가 팔렸다. 또한 이 책은 KBS가 1990년 10월부터 1년간 방송한 주말극 ‘야망의 세월’과 함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명박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최근 세 차례 대선에서 책이 후보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김대중과 이회창, 노무현과 이회창, 이명박과 정동영 등 역대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비교해보면 그 사실이 더욱 확연해진다. 문사철(文史哲)을 중시하는 우리 풍토에서 후보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데 책만큼 중요한 매체는 아직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 과정이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진다는 자전적 에세이 ‘운명’을 6월에 내놓은 문재인은 일약 유력한 야권 주자로 떠올랐다. 이 책으로 ‘문재인 신드롬’이 일자 일부에서는 18대 대선에서 야권 대표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마저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치인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정치인이 펴낸 책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정치인을 분석하는 책도 출간돼 인기를 끈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목할 만한 이색적인 책이 한 권 출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펴낸 ‘자원을 경영하라’다. 이 의원은 2009년부터 2년 동안 자원외교특사로 활동하면서 12개국을 방문해 23회에 걸쳐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석유를 비롯한 리튬, 우라늄 등 필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진력했다. 이렇게 해야 할 만큼 지금 세계는 자원 확보에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자서전 낸 까닭
‘자원을 경영하라’는 분명 정치인 책의 진화를 이뤘다. 정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은 이 책에서 이 의원은 자원과 에너지의 소중함만 일깨울 뿐이다. 이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이 18대 대선정국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김대중과 이명박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책을 펴낸 김영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한번 지켜볼 일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주간동아 2011.08.22 801호 (p78~78)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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