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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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자금 밤새 안녕하십니까?

요동치는 주식시장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8-22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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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노후자금 밤새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 주가가 요동친 8월 8일은 ‘블랙 먼데이’로 불린다.

    “주가가 폭락했는데, 노후자금은 괜찮습니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의 재정악화 등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 투자자가 입은 상처가 컸다. 퇴직연금, 연금저축, 변액연금 같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펀드도 주식에 일정 비율을 투자하는 만큼 이번 하락장에서 손실을 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금펀드는 펀드 내 주식 편입 비율이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낮아 손실이 적었다는 점이다.

    먼저 퇴직연금을 살펴보자. 주식형펀드가 펀드 자금을 거의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는 데 반해 퇴직연금은 40%까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투자 경험이 일천한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이런 규제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변액연금과 연금저축은 법률로 주식투자 한도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판매 상품이 대부분 주식투자 비중이 40~60%인 혼합형이어서 이번 하락장에서도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 처지에선 남보다 손해를 덜 본 게 위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는 동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기는 끝난 게 아니라 ‘진행형’이다.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 같은 좋지 않은 뉴스가 심심찮게 나와 투자자는 더 불안하다. 상황이 이러니 지금이라도 연금펀드를 환매하는 게 옳지 않을까. 환매가 여의치 않다면 불입을 중단했다 상황이 나아졌을 때 다시 불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당장 눈앞에서 손실을 보면 누구나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연금저축, 변액연금 같은 연금펀드는 10년 넘게 장기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므로 단기간의 시장 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주가가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면 중도 환매 시 불이익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본 다음 환매해야 한다.



    근로자, 자영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터라 가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저축의 경우를 살펴보자. 펀드 형태의 연금저축은 투자금액에 대해 해마다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대신,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환매하면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과 투자수익에 대한 기타소득세(22%)를 부과한다. 게다가 펀드에 가입한 지 5년이 되지 않아 해지하는 경우엔 가입한 날부터 해지 때까지 투자한 금액에 대해 2%의 해지가산세를 별도로 부과한다.

    변액연금의 경우에는 10년 넘게 돈을 불입한 투자자가 얻은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따라서 변액연금을 해지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가입한 지 7~8년이 지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섣불리 환매하기보다 기다리는 편이 낫다. 앞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게 걱정된다면 ‘변액연금 내’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낮은 채권형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을 옮겨 놓으면 된다. 변액연금은 투자 대상과 주식투자 비중이 상이한 다양한 하위 펀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언제든 펀드를 바꿔 탈 수 있다.

    당신의 노후자금 밤새 안녕하십니까?

    8월 10일 서울의 한 증권사.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법률에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간 정산을 받지 못한다. 다만 변액연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하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퇴직연금 내’에서 하위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연금펀드가 중도 환매에 제약을 두는 게 투자자 처지에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펀드의 본래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목돈 마련이다. 따라서 환매 제약은 투자자가 단기간의 시장 상황에 휘둘려 투자를 멈추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즉, 연금펀드는 투자자 스스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이라는 ‘당근’을 주면서, 중도에 환매하는 것을 막고자 불편함과 불이익이라는 ‘채찍’도 함께 가하는 것이다.

    환매가 어렵다면 주식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히려 투자손실을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연금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에 비해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예로 들어보자. 종합주가지수(KOSPI·코스피)는 2007년 10월 말 2064포인트를 정점으로 2008년 11월 말 1076포인트까지 48% 하락했다. 만약 이 기간에 코스피에 연동한 인덱스펀드에 거치식으로 목돈을 맡겼다면, 투자금액의 절반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투자한 적립식 투자자는 30%대 손실을 봤다. 게다가 손실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익으로 바뀌었다.

    적립식 투자의 손실이 거치식 투자보다 적더라도 지금처럼 주가가 요동칠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불안하거나 주가가 하락할 땐 적립을 중단했다가 나중에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을 때 다시 적립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누구도 주식시장 저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 저점을 알려주더라도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를 재개할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립을 중단하는 것은 투자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의 노후자금 밤새 안녕하십니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 보자.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은 2010년 11월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한 사람은 금융위기 기간 중 한때 3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손실에도 꾸준히 적립한 투자자는 채 2년이 안 된 2009년 10월 원금을 회복하고 13% 수익을 냈다. 1800선이 붕괴하던 2008년 2월 주가 하락 공포를 이기지 못해 적립을 중단한 투자자는 여전히 -15.8% 손실을 보고 있다. 적립식 투자는 주가가 하락할 때 자금을 계속 투자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춘 다음,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내는 투자 방법인데, 투자자는 대부분 주가 하락 공포를 이기지 못해 적립을 중단한다. 인내심을 갖지 못한 탓에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는 것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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