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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우리, 떨고 있니”

한나라당 全大 이후 지도부 거센 비판…호남 중진 잇따라 기득권 포기 선언 변화 몸부림

  • 정재철 내일신문 정치팀 기자 jcjung@naeil.com

민주당 “우리, 떨고 있니”

민주당 “우리, 떨고 있니”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7월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비교할 때) 그림이 너무 좋지 않다. 물리적 나이뿐 아니라 정치적 나이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훨씬 더 젊어지고, 개혁적으로 바뀌고, 전국정당의 색깔도 갖춰야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한나라당의 7·4전당대회 직후 내린 평가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최종 선택은 ‘변화’였다. 50대 당대표에 40대 최고위원이 포진하면서 한나라당은 확 젊어졌다. 여기에 서민정당을 표방하면서 정책 내용도 달라졌다. 비주얼과 콘텐츠가 한꺼번에 바뀐 셈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도무지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4·27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승리 이후 ‘혁신’과 ‘통합’을 외쳤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정책적으로도 냉탕과 온탕을 들락날락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과 KBS 시청료 인상안 혼선, 반값 등록금 논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지도부에서조차 혼선을 빚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뒤로한 채 손학규 대표는 일본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정치적으로 손학규 대표가 너무 한가해 보인다”고 혹평했다. 당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손 대표가 야권통합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외국 지도자를 만나 ‘고담준론’하는 것이 과연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폭풍이 민주당에까지 도달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민주당에는 금세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치인은 감각이 매우 발달했다. 특히 민심과 직접 대면하는 지역구 정치인은 정치권 상층부와는 다른 예민한 촉수를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금방 느낄 수 있다. 4·27재보선 이후 민주당은 한동안 행복했다. 2012년 치를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했다.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지수와 현재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철회 의사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결과는 대선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흐름은 곧 바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에 민심이 금방 실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 퍼진 ‘총선필패론’

민주당은 당 내부를 향해서는 ‘혁신’, 외부에는 ‘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걸음은 더뎠고, 감동도 없었다. 국민 눈에는 재보선에서 이겼다는 ‘작은 승리’에 취해 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쳤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면모를 일신했다. 계파갈등, 흑색선전 등 고질적인 갈등과 반목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변화에 성공했다. 새로운 지도부는 한층 젊어졌고, 친서민을 입에 올리는 횟수도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민주당 정치인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크다 해도 반사이익만으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진 것.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다”라는 찰스 다윈의 금언은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그대로 통한다.

위기의식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재보선 승리로 잠시 침묵하던 ‘입’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지도부다. 안이한 상황 인식과 애매모호한 태도로는 총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이른바 ‘총선 필패론’이다.

장세환 의원(전북 전주 완산을)이 총대를 멨다. 장 의원은 7월 7일 공개 성명을 내고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7·4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선택했는데, 민주당에서는 변화에 저항하는 반개혁적 움직임, 선사후당(先私後黨)적 이기주의, 무사안일만 감지할 수 있다”며 “이래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부터 참패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변화하는 한나라당과 안주하는 민주당의 모습으로 치르는 내년 총선이 민주당 참패로 귀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정체성을 의심받는 우유부단한 리더십과 상대를 깎아내리고 올라서려는 소아병적 리더십으로도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우유부단한 리더십은 손 대표를, 소아병적 리더십은 정동영 최고위원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도 비슷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7월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노선에서는 좌 선회,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중용, 연령에선 세대교체를 실현했다”면서 “민주당은 노선과 지역, 세대에서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도 7월 5일 논평을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한나라당보다 더 뚜렷하고, 더 선명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면서 “한나라당이 뼛속까지 바꿀 각오를 보인다면, 민주당은 아예 다시 태어날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도 과거와 안정에 얽매이는 구시대적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이 같은 목소리는 결국 손 대표에겐 적극적인 당 혁신 의지를 주문하는 것이고, 호남 중진에겐 대의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결단할 것을 압박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우리, 떨고 있니”

6월28일 민주당 의원들이 KBS 시청료 인상안 처리 저지를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을 기습 점거하고 있다.

‘버려야 산다’ 공감대 확산

새로운 흐름도 나타났다. 이른바 ‘버려서 사는 길’을 모색하는 기득권 포기 선언이 그것이다. 호남에서만 내리 3선을 기록한 중진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이 7월 10일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당선’이라는 안전한 호남을 버리고 앞길이 불투명한 수도권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김 의원은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서는 주어진 작은 것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호남에서 3선을 기록했던 장영달 전 의원도 호남을 떠나 영남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012년에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들끓고 있다”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 사사로운 이해 따위는 과감히 던져버리고 정권교체에 매진하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서울 지역구를 떠나 부산 출마를 공개 선언했고, 김부겸 의원도 고향인 대구 출마를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총선 불출마는 물론, 각종 당직까지 포기하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특히 권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진보정당 건설에 실패하면 3선이 아니라 10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백의종군하면서 오직 통합의 길에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삼매경’이라는 책은 ‘인간이 개미를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저자는 몸무게 5mg. 길이 8mm의 개미를 인간이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이유로 △희생 DNA △80% 대기조 △금기 깨기 △다른 종과의 협력 등 네 가지를 들었다. 이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아메리카 거북개미의 목숨마저 버리는 ‘희생 DNA’와 아마존의 아즈텍 여왕개미가 서로 연합해 일개미를 기르고 함께 왕국을 건설하는 ‘다종연합’ 방식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두 가지 핵심 과제로 ‘혁신’과 ‘통합’을 주장한다. 혁신은 민주당 내부용이다. 기득권 포기라는 희생을 전제로 한다. 통합은 외부용이다. 일정한 양보를 전제로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눠야 한다. 둘 다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개미의 ‘희생 DNA’와 ‘다종연합’을 뛰어넘는 ‘혁신’과 ‘통합’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민주당 호남 3선 11명은

“물갈이 거론 불쾌”…정동영 최고위원 거취 관심 고조


정치권에 불어닥친 중진의 ‘탈지역구 바람’이 거세다. 호남을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김효석 의원, 영남 도전 의사를 밝힌 장영달 전 의원, 부산에 도전장을 낸 김영춘 최고위원, 대구 출마를 고심 중인 김부겸 의원 등 대부분 무게감 있는 중진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2009년에 이미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손학규 대표의 분당 출마로 자리가 빈 서울 종로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의 잇단 탈지역구 바람은 민주당 아성인 호남 중진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 내 3선 이상 호남 중진은 모두 11명.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탈지역구’를 선언한 상태다. 나머지 중진의원 역시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한다. 호남에서 다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물갈이 대상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다.

그럼에도 대선주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의 거취에 대한 민주당 안팎의 관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1, 2, 3위를 기록한 빅3(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가운데 정동영 최고위원만 유일하게 호남(전북 전주 덕진)에 남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하거나 수도권으로 옮겨 도전하는 방안, 그리고 대선에 올인하기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는 방안이 경우의 수로 꼽힌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아직 어떤 언급도 없는 상태다. 그의 한 측근은 “아직 (내년 총선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리, 떨고 있니”

(왼쪽부터) 김효석 의원 장영달 전 의원 정동영 최고위원 정세균 최고위원





주간동아 2011.07.18 796호 (p24~26)

정재철 내일신문 정치팀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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