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2011.07.18

총리와 포퓰리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1-07-15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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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 포퓰리즘을 조심해야 합니다. 후손을 위해 재정 남발을 경계하고 국가 채무를 갚아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7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한 조찬 특강자리에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과 관련해 한 말입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이문열 씨가 1982년에 쓴 ‘칼레파 타 칼라’(좋은 일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뜻의 그리스어)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기원전 441년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르타가 우매한 대중의 오해 때문에 민주정이 몰락하고, 대중을 선동해 혁명을 일으킨 새 지도자의 폭정으로 도시가 멸망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 내용 때문에 중우(衆愚)정치, 포퓰리즘(대중추수주의), 선동정치를 비판할 때 한 번씩 인용되곤 합니다.

    포퓰리즘은 어떤 정치집단이 선거를 앞두고 경제논리에 반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죠. 이에 빗대어본다면 김 총리는 지금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반값 등록금 논쟁이 경제논리에 반한다는 이야기를 한 셈입니다. 더욱이 반값 등록금의 해결 방법이 오직 사립대학에 대한 세금 지원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거리의 시민은 사학재단과 학교 구성원의 비리 청산 및 합리적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요구합니다.

    총리와 포퓰리즘
    김 총리가 포퓰리즘을 말하려면 적어도 지금 거리에서 들려오는 이런 목소리의 평균값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17대 국회 때 사학법 개정을 반대해 법제화를 무산시킨 주체는 당시 박근혜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세금을 지원하는 사립대학의 비리 감시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공적이사를 두자는 게 골자였죠.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에는 ‘대중은 어리석다’라는 위험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때 대중은 경제논리에 반하는 억지 주장만 하는 존재죠. 과연 이 시대의 대중이 꼭 그렇기만 할까요. 혹 김 총리가 소설 속의 어리석고 우매한 대중(그것도 2500년 전의 사람들)과 현재의 시민을 동일시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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