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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차출 시한폭탄 마침내 터지나

축구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불협화음…‘중복 차출로 혹사’ 방지제도 있어야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대표팀 차출 시한폭탄 마침내 터지나

대표팀 차출 시한폭탄 마침내 터지나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중복 차출로 선수 혹사 논란이 계속되지만 해결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왼쪽)과 조광래 성인대표팀 감독의 모습.

한국축구는 2008년부터 변화를 맞았다. 17세부터 20세 초반 어린 선수가 각급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 열린 U-20 월드컵과 U-17 월드컵에서 나란히 8강에 진출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대표팀에도 가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수의 선수가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동시에 포함되면서 중복 차출 및 선수 혹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소속팀과 각급 대표팀을 오가며 1년에 40~50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가 조율에 나섰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김보경(22·오사카)과 지동원(20·전남)은 여러 대표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해 혹사 논란 선상에 오른 선수다. 김보경은 지난해 일본 J2리그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임대 선수로 뛰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성인대표팀에도 포함됐다.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월드컵 종료 시점까지 꾸준히 이름이 올랐다. 월드컵을 마친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성인대표팀의 호출을 받았다. 12월에는 홍명보 감독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올해 1월에는 아시안컵에도 나섰다. 1년간 쉴 틈 없이 경기 스케줄을 소화했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해 곧바로 주전자리를 꿰찬 지동원은 K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9월에 열린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3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뒤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되는 행운을 누렸다. 아시안게임 활약을 통해 조광래 감독 눈에 든 그는 아시안컵에서 부상 때문에 제외된 박주영(AS모나코)의 대타 구실을 훌륭히 해냈다. 지난해 거의 쉰 날이 없을 정도였다.

1년 내내 쉴 틈 없는 스케줄 소화

이들 외에도 지난해 성인대표팀과 아시안게임대표팀(현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경기를 펼친 선수로는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홍정호(22·제주), 김영권(21·오미야), 홍철(21·성남), 윤빛가람(21·경남), 조영철(22·니가타) 등이 있다. 지난해까지는 중복 차출로 인한 혹사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성인대표팀과 아시안게임 코칭스태프 간 불화도 없었다. 성인대표팀이 선수를 테스트하는 단계라 여러 선수를 번갈아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2011년 성인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시작한다. 아시안게임 직후 올림픽에 대비해 새롭게 출범한 홍명보호는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펼친다. 올해 3월 대표팀 평가전과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 나설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성인대표팀 조 감독과 올림픽대표팀 홍 감독의 불협화음이 처음으로 부각됐다.

3월 성인대표팀이 올림픽대표에 해당하는 어린 선수를 대거 선발해 홍 감독은 대학생 위주의 2진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올림픽대표팀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도 문제의 심각성을 시인했을 정도로 홍명보호는 아예 다른 팀이 됐다.

조 감독은 중복 차출에 대해 “성인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뒤 “하반기에 시작하는 월드컵 예선전에 대비하려면 최고의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훈련 시간이 부족해 올림픽대표팀에 해당하는 선수도 테스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성인대표팀에 일부 선수를 내주고, 팀을 새롭게 구성하면 올림픽 본선 진출은 장담할 수 없다”며 다른 목소리를 낸다.

선수 목소리 반영 기술위 나서야

두 감독 모두 최상의 멤버를 꾸려 대회를 준비하고 싶어 한다. 이를 놓고 ‘어른들의 욕심이 어린 선수를 혹사한다’며 무작정 비난할 수만도 없다. 중복 차출 논란에 포함된 선수 역시 어느 한쪽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성인대표팀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팀이다.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해외진출 기회가 찾아온다. 누구나 태극마크를 원한다. 올림픽대표팀도 무시할 수 없다. 병역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호 합류에 욕심을 보인다.

감독들이 직접적인 대화를 해 중복 차출을 해결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 감독과 홍 감독은 직접 만날 의사가 없다. 서로의 처지만 협회와 언론에 밝히고 있다.

협회 기술위는 5월 초 대표선수 중복 차출을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기술위는 회의를 통해 선수를 임의로 나눴다. 구자철, 김보경, 지동원은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하고 홍정호, 윤빛가람, 김영권은 성인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6명 이외 선수에 대해서는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았다. 기술위는 이번 결정을 6월로 한정했고, 차후 다시 회의를 열어 지속적으로 중복 차출 문제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선수 선발 권한은 각급 대표팀 감독이 갖는다. 기술위가 인위적으로 조정해 선수를 나누는 것은 협회 규정에 위배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조 감독과 홍 감독 모두 기술위의 결정에 볼멘소리를 냈다.

기술위가 해야 할 일은 두 감독과 함께 만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술위는 두 감독이 직접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자 노릇을 하는 게 본래 임무다.

우리보다 발전된 축구시스템을 갖춘 유럽과 남미 등은 한 번 성인대표팀에 발탁한 선수는 하위 대표팀으로 내려 보내지 않는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2004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당시 소속팀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자국 협회를 설득했다. 호날두는 결국 포르투갈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해 경기를 치렀다.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토대로 저변 확대에 성공했다.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아이들은 서서히 성인무대로 접근하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해 이른 나이에도 성인무대에서 통할 자질을 가진 선수가 많다. 그런 만큼 어린 선수의 중복 차출과 혹사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감독과 기술위의 일방적인 결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선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선수는 자기 의사를 잘 밝히지 않는다. 혹시라도 직접 의사를 이야기했다가 소속팀 감독이나 대표팀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만큼 더더욱 기술위와 협회는 선수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주간동아 789호 (p64~65)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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