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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글로벌 시대, 돈 되는 비즈니스 매너 02

마음의 문을 여는 ‘스몰토크 비법’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 공부는 기본 … 소재 부족 땐 날씨와 도시 풍광 이야기를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마음의 문을 여는 ‘스몰토크 비법’

마음의 문을 여는 ‘스몰토크 비법’
대기업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는 강모(38) 씨는 지금도 쇼팽의 피아노곡만 들으면 등골이 서늘하다. 동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강씨는 2010년 초 폴란드를 방문해 주요 바이어와 미팅을 했다.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들어가기 전 클래식 음악이 대화 소재로 떠올랐다. 그러자 바이어가 눈을 반짝이며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차이코프스키”라고 대답했다. 차이코프스키를 딱히 좋아하기보다 그냥 평소 익숙하던 그 이름이 떠올랐던 것.

“그 순간 바이어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시종일관 차가운 분위기에서 비즈니스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죠. 2010년이 폴란드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손꼽히고 모든 폴란드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쇼팽 탄생 200주년인 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게다가 오랫동안 폴란드를 식민통치한 러시아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바이어가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말한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괜히 분위기 좋게 대화를 이끌려다가 오히려 망친 셈이 됐죠.”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비즈니스 이야기부터 하지 말고 스몰토크(small talk)로 대화의 물꼬를 트라고. 하지만 강씨처럼 대화 소재를 잘못 선택했다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 아니라, 미팅 자체를 브레이킹할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에 나서는 경우, 분위기를 살리고 대화도 편안하게 이어갈 수 있는 스몰토크 소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 파트너 나라에 대해 공부하라!

국제화, 이문화 교육 전문기업 글로비쥬 마여실 대표는 “파트너 나라에 대해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소개한 강씨도 방문한 나라 및 미팅 파트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봤다면,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 적어도 방문한 나라의 역사는 어떤지, 어떤 유명 스타를 배출했는지, 어떤 스포츠를 즐겨 하는지, 최근 그 나라의 주요 이슈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가야 한다.



여기에 방문 지역의 특징까지 안다면 금상첨화. 이탈리아에 30년간 거주하며 비즈니스 전문 통역을 맡아온 김경해 씨는 “이탈리아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다”며 “지역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면서 관광하고 싶다고 말하면, 파트너인 이탈리아인이 직접 안내에 나서겠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가 통역을 담당한 한 한국인 사업가는 거래처 사장에게 “베네치아를20번 이상 스쳐갔지만, 워낙 바빠 제대로 관광한 적이 없다”고 떠벌리곤 했다. 그 사업가의 속내는 ‘워낙 비즈니스가 잘되다 보니 관광 같은 데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 하지만 이탈리아 사장 눈에 그는 자신의 고장을 하찮게 여기고, 문화나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돈만 아는 기업인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미팅 파트너 개인에 대해 알아보고,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미리 파악해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마 대표는 “스몰토크용 소재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이는 의무라기보다 파트너에 대한 배려의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 준비한 게 없다면 날씨, 여행, 음식 이야기를 해라!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해 미리 공부하는 게 좋지만,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미팅이 급하게 잡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날씨, 여행,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특히 출장도 일종의 여행인 만큼 여행 자체에 대한 이야기, 즉 여행 중에 겪은 일, 흥미롭게 본 사람들, 도시 풍경과 건물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하지만 긍정적으로) 말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파트너가 남성이라면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도 괜찮다. 유엔 차석대사를 지낸 국가브랜드위원회 서대원 국제협력분과위원장은 “해당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대화 소재로 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파트너가 여성이라면 옷차림을 가볍게 칭찬하는 것도 좋다.

△ 종교, 정치, 인종, 사생활은 금물, but 나라별로 조금씩 달라

비즈니스 미팅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치, 종교, 인종을 대화 소재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초면에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금물. 하지만 이것들은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스라엘, 인도 등 종교적 갈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절대로’ 종교 또는 종교에 기반한 정치 이야기를 꺼내선 안 된다. 개인별로 정치 성향이 매우 분명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위험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마피아’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터부시한다. “당신은 마피아야”라고 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아시아권이나 남미권 국가에서는 이런 대화 소재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사생활 부분 역시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서 위원장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권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탈하며, 조금만 친해지면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기 때문에 조금씩 사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반면 유럽 사람은 사생활 공개에 훨씬 더 보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마 대표도 “유럽 중에서도 북유럽은 격식을 무척 따지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반면,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 사람은 쉽게 친해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모르면 물어라!

스몰토크 중 모르는 소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잘 모르는 골프나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섣불리 아는 척하기보단 파트너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어떤 음악회를 보러 갈까

음악 문외한이면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무난


마음의 문을 여는 ‘스몰토크 비법’
천편일률적인 접대문화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음악회에 초대하는 일이 늘었다. 음악회에 다녀오면 서로의 취향을 알게 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회를 보러 가는 것이 좋을까.

상대방의 취향에 따라 심포니, 콘체르토, 독주회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초청할 사람이 러시아 사람이라면 차이코프스키, 무소르크스키 같은 음악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을 선택하고, 프랑스 사람이라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나 백건우 리사이틀에 초청해도 좋다. 백건우는 프랑스에 상주하면서 프랑스 곡을 많이 연주했다. 체코 사람이라면 드보르자크나 스메타나, 노르웨이 사람이라면 그리그, 핀란드 사람이라면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고른다. 물론 폴란드 사람이라면 쇼팽이 단연 최고다.

음악 초심자라면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음악회에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실내악 연주는 피해야 한다. 음악을 잘 모르면 졸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초심자에게는 지휘자가 ‘요란하게’ 지휘하거나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게 흥분도 되고 좋다.

*참고서적 ; ‘글로벌 파워 매너’(서대원, 중앙북스)





주간동아 789호 (p18~19)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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