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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쌍둥이는 배 속부터 “엄마, 미안”

초음파·양수검사 등 진료비 부담 2배…‘태아 보험’도 안 되고 정부 지원도 미흡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쌍둥이는 배 속부터 “엄마, 미안”

쌍둥이는 배 속부터 “엄마, 미안”
“검사비를 2배로 내라고요?”

부산에 사는 주부 이모(30) 씨는 2010년 10월 건강한 이란성 딸 쌍둥이를 낳았다. 기쁨도 잠시, 병원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보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쌍둥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병원 진료비가 2배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초음파, 양수, 기형아 검사비를 단태아 임신부보다 2배나 많이 냈다”며 “기형아 검사는 산모 혈액을 뽑아서 하는 건데 진료비를 더 많이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다.

불임치료로 쌍둥이 출산 증가

수원에 사는 주부 진모(35) 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결혼 5년 차였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전전하던 그는 인공수정을 통해 올해 2월 어렵사리 이란성 아들 쌍둥이를 얻었다. 그 역시 다른 임신부와 마찬가지로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으로 초음파 및 양수 검사를 받았다. 당시 그가 낸 진료비는 일반 임신부의 1.5배. 진씨는 “다른 임신부가 한 달에 한 번 받는 초음파검사를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받았다”며 “결국 들어가는 돈은 몇 곱절인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령임신과 불임 인구가 늘면서 쌍둥이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고령임신은 유산과 조산 위험성이 높아 인공수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난자를 여러 개 쓰기 때문에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이 높다. 불임 치료에 쓰는 배란유도제도 한 번에 서너 개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 쌍둥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2009년 태어난 신생아 약 44만5000명 가운데 2.72%(1만200여 명)가 다태아(태아가 2명 이상인 경우)다. 10여 년 전인 2000년에 비하면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쌍둥이 임신부는 임신부 중에서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쌍둥이 대부분이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기형아 발생 빈도도 보통 아이보다 3배 이상 높다. 또한 유산 위험이 높고 조기 진통, 양수 과다 등으로 조기 분만 가능성이 큰 탓에 진료도 자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쌍둥이 임신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오히려 단태아 임신부와 비교해 차별이 많은 편이다. 쌍둥이 부모라면 필수적으로 가입한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쌍둥이 엄마들은 다 모여요’. 2001년 1월 개설한 이 카페에는 4만2000여 명의 쌍둥이 가족이 가입했다.

이곳의 ‘소곤소곤’ 게시판에는 쌍둥이를 낳은 지 10년 넘은 베테랑 엄마는 물론, 쌍둥이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의 고충 섞인 글이 올라온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2배 가까이 더 낸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공통된 불만이었다.

이런 불만에 대해 20여 년간 분만을 담당한 아이온산부인과 심상덕 원장은 “양수 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시스템적으로 돈을 더 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양수 검사를 할 때 쌍둥이 임신부는 양수를 두 차례 뽑아 각각 검사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쌍둥이는 동반 기형도 많아 초음파 검사를 할 때 2명의 산모를 보는 것보다 한 산모의 배 속에 있는 2명의 아이를 보는 것이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 2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진료비를 1.5배 정도 더 받는다. 단, 기형아 검사로 통칭하는 트리플 검사와 쿼드 검사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이라 단가가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양수 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의사의 노력과 기술,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더 많이 청구해도 임신부 처지에서 뭐라 할 말이 없지만, 트리플 검사와 쿼드 검사 비용을 의료보험이 정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기획부 급여조사실 관계자는 “청구된 진료비가 정당한지 의문이라면 진료비 명세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면 된다”라며 “요양기관 조사를 통해 부당하게 더 낸 금액이 있다면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장비가 내과의 초음파 장비보다 비싸다는 점도 진료비를 2배 더 많이 받는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어렵다.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하루에 내과에서 하는 초음파 검사가 10~20회인 반면, 산부인과는 내과보다 환자 수와 일일 진료 횟수가 적다. 그래서 검사 1회당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초음파 검사에도 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검사비 외에 출산할 때 드는 돈도 쌍둥이 임신부가 더 많이 낸다. 병원 처지에서는 위험성이 있고 기술도 필요하다 보니 아무래도 돈을 더 받는다.”

조산 위험성 매우 높아

쌍둥이는 배 속부터 “엄마, 미안”
보험에 가입할 때도 차별을 받는다. 이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다. 대부분의 임신부가 가입한다는 일명 ‘태아 보험’은 각종 질병과 재해사고로부터 태아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보험의 보장 내용에 태아 보장 선천이상 수술비, 주산기 질환, 인큐베이터비용 특약 등 태아 관련 특약을 추가해 가입한다.

하지만 쌍둥이 임신부에게 태아 보험 가입의 벽은 높기만 하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 중 태아 보험에 쌍둥이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그나마 생명보험사는 보험 가입이 된다고 해도 쌍둥이 가운데 먼저 태어난 아이(선태아)만 보장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아 보험 정보업체 태아보험넷의 김태연 팀장은 “태아는 어린이와 달리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가입할 때 임신부의 건강상태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다태아에 대해 가입 제한을 둔 보험사가 많다. 쌍둥이 임신부는 고위험군이고, 조산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두 보험에 가입하면 다른 일반 산모의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 지원도 뾰족한 도움이 못 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임신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임신 및 출산 진료비 지원, 산후조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고운맘 카드’ 제도를 운영한다. 지원 대상은 임신이 확진된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 가운데 출산 전 진료비 지원 신청자이며, 지원 금액은 40만 원이다.

하지만 임신부 1명당 고운맘 카드는 1장만 제공되기 때문에 2명 이상의 다태아 임신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다태아에 대한 의료비와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789호 (p38~39)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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