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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가을방학’ 정바비의 음악세상

음악 팬의 천국이자 지옥

세계 최대 음반 매장 ‘아메바 뮤직’

  •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음악 팬의 천국이자 지옥

음악 팬의 천국이자 지옥
세계 최대의 독립 음반 매장. ‘아메바 뮤직(Amoeba Music)’을 일컫는 말이다. 1990년 미국 버클리에 1호점이 문을 연 이래 음악 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호점이 샌프란시스코에 생겼고, 2001년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에 ‘랜드마크’급 규모의 3호점이 오픈했다. 얼마 전 미국 여행을 다녀온 필자는 3개 매장 모두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규모가 크고 물량이 많은 레코드 매장이겠거니 했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2호점인 샌프란시스코 매장. 사실 시내 중심가에서 먼저 맞닥뜨린 것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반 매장인 ‘버진 메가 스토어’였다. 하지만 커다란 간판만 있지,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음반 시장의 불황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메바 뮤직에서는 정반대의 광경을 봤다. 재난 대피소를 꾸려도 될 정도로 넓은 매장에 끝도 없이 쌓인 CD와 레코드판, DVD, 그리고 잠시 삼엽충 화석처럼 느껴졌던 카세트테이프까지. 매장 크기는 2200m2(약 666평)이고, 전체 아이템 수가 10만 개라고 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도 무척 많았다.

정말로 멋진 것은 그 지역의 크고 작은 음악 이벤트 정보와 밴드 구인 광고 등이 빼곡히 붙은 입구 게시판이었다. 작은 음악과 새로운 뮤지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스태프들의 추천 코너도 눈에 띄었다.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 등 이른바 톱스타의 광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혼미해진 정신으로 알파벳 ‘A’부터 CD 더미를 파헤치다가 결국 ‘F’에서 홀쭉한 지갑을 부여잡은 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며칠 후 이번엔 아메바 뮤직의 시발점이 된 버클리 매장을 찾았다. ‘리버럴리즘’의 명가 UC 버클리 앞에 자리한 이곳은 크기는 작았지만 열정과 특유의 ‘쿨’한 분위기는 2호점과 다를 바 없었다. 직원들은 이곳을 찾은 고객에게 “지금 나오는 음악이 누구의 무슨 노래인데 몇 년도의 어떤 버전”이라는 등의 설명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간 LA 매장은 앞의 두 매장을 합친 것보다 거대했다. 미국은 소매점도 엄청난 크기와 물량으로 소비자를 압도한다. 하지만 그 분야가 의류나 가전제품이 아닌 음반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LA 매장이 보유한 아이템은 최대 25만 점. 이를 다 들어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하루 8시간 자고 나머지 시간은 꼬박 음반만 들어도 40년이 넘어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이 모든 음악을 채 들어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슬픈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곳은 음악 팬의 천국이자 지옥이었다.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아메바 뮤직에 와 있어. 좀 늦을 것 같아.” 잠시 후 이런 답장을 받았다. “흔히 있는 일이야. 천천히 와.” 폴 메카트니, 메탈리카 같은 초거물급 뮤지션이 기꺼이 찾아와 무료공연을 펼치고,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CD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직원에게 ‘공범’의 은밀한 윙크를 받을 수 있는 아메바 뮤직. 혹시 미국에 가게 된다면 부디 한번 꼭 들러보길.

음악 팬의 천국이자 지옥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블로컬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주간동아 783호 (p78~78)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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