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1

2011.04.04

나는 고발한다, 의료 선진화 정책을

다큐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yurim86

    입력2011-04-04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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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발한다, 의료 선진화 정책을
    마음 놓고 아프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아둔 돈도 없는데 가족에게 짐이 될까 걱정돼서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본인 부담률이 너무 높다. 아무리 위독한 상황에서도 병원은 냉정하게 “수납 먼저”를 외친다. 처참한 의료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산업보건의 송윤희 씨는 청진기 대신 카메라를 잡았다.

    송씨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은 병원의 의료비 부당 청구 및 실적 부풀리기 실태를 고발하고, 허술한 국가 의료 보장을 비판한다. 영화에는 많은 환자가 등장한다. 병원비 때문에 극빈층으로 내몰린 장애인 가족, 위독한데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일용직 노동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왔지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의료비 때문에 병원과 싸우는 암 환자 등 저마다 사연이 절절하다.

    “취재 중 만난 60대 남성의 경우 당뇨 합병증 때문에 생명이 위협받고 있어요. 원래 당뇨는 초기에 약만 제대로 먹으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데, 이분은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아니까 치료를 차일피일 미뤘던 거죠.”

    송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선진화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정부는 ‘IT(정보기술)가 아닌 의술이 21세기 대한민국 먹을거리’라고 선전하는데, 본질은 의료보험 민영화 및 영리 병원 허용”이라며 “의료서비스를 민간에 맡긴 채 경쟁만 부추기면, 돈 없는 사람은 병원 문턱 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차 병원 내과 전문의로 일했던 송씨는 2005년부터 고용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공장 등을 돌며 직원들을 진료하고 있다. 매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만나는 그는 “국민보험공단 측에서 국가 의료비 부담금을 현 60%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0%까지만 높여주면, 병원 가기 힘든 서민도 마음 놓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다큐멘터리 덕에 송씨는 ‘한국의 마이클 무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이클 무어는 ‘화씨 9/11’ ‘식코’ ‘볼링 포 콜롬바인’ 등 고발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어 2004년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한 미국의 영화감독. 송씨는 “미국 건강보험 민영화 문제를 지적한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통해 미국 국민이 건강보험 민영화 문제에 관심을 가졌듯, 우리 국민도 ‘하얀 정글’을 통해 의료 선진화 정책의 실체를 알고 비판적으로 사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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