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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짜고 친 백지화 신뢰 ‘와르르’ 민심 ‘부르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일파만파 … MB 국정 운영 동력에 큰 타격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질질 짜고 친 백지화 신뢰 ‘와르르’ 민심 ‘부르르’

질질 짜고 친 백지화 신뢰 ‘와르르’ 민심 ‘부르르’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 박창호 위원장이 3월 30일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입지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무려 3년여를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작업이 3월 30일 사실상 백지화됐다. 입지 후보지로 경쟁을 벌인 경남 밀양과 부산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대구·경북 지역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친이, 친박계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해 타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3월 30일 오후 3시 30분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신공항 후보지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낮게 평가돼 부지 선정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토로하며 양해를 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텃밭의 지역적 정서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르게 판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불만은 정부가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하기로 미리 정해놓고 쉬쉬하며 시간벌기 작전을 벌여온 게 아니냐는 것. ‘백지화는 미리 정해놓은 시나리오’라는 의혹은 국토부가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착수한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조사 및 입지조사 연구 용역’(이하 타당성 조사)에 대한 결과 발표를 세 차례나 미룬 뒤 2009년 12월에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조사결과 발표가 미뤄질 때마다 백지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매번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신공항의 경제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한다”(2009년 8월),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2009년 10월)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미리 정해놓은 시나리오의 결과?

이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해당 지역의 불만은 ‘신공항 백지화’란 결과 때문이라기보다 평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시작한다.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관련 부처 고위 관계자들이 계속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난 3년간 구체적인 검증과 가능성을 세밀하게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민이 정부가 애초부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포기했으리라 의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당초 완전 공개 원칙을 깨고 타당성 조사 결과가 입지 선정 평가에 어떻게 활용될지를 미리 공개하지 않은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타당성 조사 결과는 후보지 선정 평가에 절대적 기준이 된 자료. 하지만 국토부는 최종 입지 선정 평가에 앞서 평가위원들이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피조사자 처지에선 공정한 판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절차를 완전히 생략한 것. 이번에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총사업비와 B/C(비용편익) 분석 수치를 제외한 다른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선 지난해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국토해양위원회(이하 국토해양위) 국감에서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 병)은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조 의원은 정 장관에게 “어느 지역이 경제적 논리에서 우수한지, 이 포인트를 갖고 조사결과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입지 선정 평가가 끝나고 일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일괄 공개 약속을 어긴 셈.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공청회를 거쳐 확정된 평가지침에 따라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 장관은 이런 국토부의 공식 입장을 부인하며 “입지 선정 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 공청회를 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런 국토부와 정 장관의 엇박자에 대해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3월 3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입지 선정 기준을 공표하지 않는 것은 게임 룰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과 국토부가 신공항 입지 선정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경제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평가 단계에서 경제성을 얼마나 비중 있게 반영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입지 선정 평가 항목 중 절대평가 부분은 공항 운영, 경제성, 사회·환경 등 3개. 입지평가위원회는 총 100점 만점 중 공항 운영에 30점, 경제성에 40점, 사회·환경에 30점을 배분했다. 외견상 인천공항 입지 선정 평가 때처럼 경제성 평가에 비중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경제성 40점 안에 핵심 평가항목이라 할 수 있는 수요 항목 평가점수가 여객수요 4.7점, 화물수요 1.2점, 전환수요 1.3점 등 총 7.2점에 불과했다는 점. 정 장관은 3월 3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신공항은 동남권 지역의 수요 충족을 위한 거점공항이다. 경제성 판단에 수요 부문이 핵심”이라고 인정한 바 있지만, 실제 입지평가위원회에서 정한 수요 평가 비중은 낮았다.

더욱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바로 이 수요 항목 평가에서 각각 2.0점과 2.2점을 받았는데, 이는 전체 평가점수가 낮아진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김해공항의 수요 포화, 인천공항을 거치지 않고 신공항을 이용할 사람이 300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 전환수요, 그리고 신공항이 생김으로써 늘어날 외국인 수요를 무시한 엉터리 평가”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3월 30일 기자회견에서 “항공 수요 평가에서 미래 항공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평가기준에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 지역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이에 대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 박창호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성 수요 평가에서는 KTX로 줄어드는 승객에 대한 부분이 오히려 빠졌다. 수요 경제성이 좋지 않게 나왔다는데 (우리는)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MB가 나서도 민심 달래기 힘들 듯

평가 과정의 잘잘못을 떠나 대통령 공약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간 해석 차이가 이런 과열 양상을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기 비전 차원에서 한 공약이었는데, 지자체는 “반드시 한다”는 확정 사안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이런 정황은 실제 대선 직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시절 관계자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2008년 1월 당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이었던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신공항에 대해 검토한 것은 구체적 인프라나 지역 사업이 아니다. 발전 구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비전을 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수석은 2009년 10월에도 “신공항 건설이 바로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직후 인수위에서 신공항 공약에 대한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금껏 쏟아낸 말밖에 없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과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뿐. 억측과 예단으로 서로를 비난한 말도 큰 생채기를 냈다. 박 위원장은 “평가 결과를 내기도 전에 백지화 얘기가 나와 입지평가위원회나 평가단도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진화한다고 해도 성난 지역민의 분노를 하루아침에 달랠 수는 없을 듯하다.



주간동아 2011.04.04 781호 (p12~13)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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