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2011.01.17

섬세한 감성화음 마음이 흔들렸네

세쌍둥이 국악그룹 ‘아이에스’의 ‘In Dreams Volume 2’

  •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입력2011-01-17 10: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섬세한 감성화음 마음이 흔들렸네
    1985년 1월 15일 같은 부모에게서 3명의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세쌍둥이 자매. 부모는 이들의 탄생을 기뻐하며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진’ ‘선’ ‘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나 각기 국악기 하나를 연주하는 뮤지션이 된다. 그러곤 셋이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팀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을 전파한다. ‘딸 바보’ 노총각의 판타지가 아니다. 최근 새 앨범 ‘In Dreams Volume 2’를 발표한 3인조 국악그룹 ‘아이에스(IS·Infinity of Sound)’의 실제 스토리다.

    김진아(가야금), 김선아(거문고), 김민아(해금)로 이루어진 아이에스의 데뷔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음악가 원일이 프로듀싱해 만든 첫 앨범 ‘Step 1’은 전곡을 국악기를 포함한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녹음했다. 같은 듯 다른 듯 알쏭달쏭한 쌍둥이 자매들 특유의 신비로움이 잘 묻어나는 곡 ‘봄’은 이들이 직접 궁중악사로 출연한 MBC 드라마 ‘궁S’에도 쓰이며 단숨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첫 앨범이 자연스러운 소리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다음 앨범인 ‘In Dreams Volume 1’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그룹명 그대로 ‘무한한 소리(Infinity of Sound)’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고 할 만하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전자음악가 카입(Kayip)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앨범은 차갑고 기계적인 전자음 위로 세 자매의 연주와 노랫소리가 얹히는데, 음악을 듣다 보면 환상적인 세계가 꿈의 파편처럼 뇌리를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In Dreams Volume 2’는 이들의 세 번째 앨범이다. 멤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차분한 톤으로 담아낸 앨범 커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의 음악적 지평을 확장하기보단 기존에 가진 색깔을 좀 더 세공하는 느낌이다. 싱어송라이터 노영심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크리스마스 한정식’은 성탄절에 차려진 한정식 밥상이라는 독특한 내용이지만, 가사의 디테일이 무척이나 섬세하다. 사실 노영심이야말로 요즘 말하는 ‘깨알 같은 감성’의 원조 아닌가. 그와 아이에스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즐거운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은 카메룬 뮤지션 에릭 알리아나와 함께 한 트랙 ‘모우아나(Mouana)’다. 2007년 일본의 한 음악 축제에서 만난 게 인연이 돼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한다. 모우아나는 카메룬 부족어로 ‘아기’란 뜻으로, 제목처럼 아기를 원하는 남자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나는 간절히 원하네. 당신이 만들어줄 아이 하나를. 우리 부족 오사낭가의 내 할머니 닮은 아이.”



    섬세한 감성화음 마음이 흔들렸네
    뭔지 모르게 심란한 연말연시, 이 음반을 들으며 들뜬 마음과 아쉬운 심정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에스 세 자매의 아버지에 대한 시샘을 꾹꾹 억눌러야 했다. 아이 하나만 원했던 카메룬 남자의 마음으로, 아니 그냥 ‘딸 바보’ 노총각의 심정으로.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해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