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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 글래머’열광…열려라! 소비자 지갑

서울대 김난도 교수 2011년 소비자 트렌드 분석 … 모순된 욕구 충족시켜야 모순된 소비로 연결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청순 글래머’열광…열려라! 소비자 지갑

‘청순 글래머’열광…열려라! 소비자 지갑
“‘신민아 야상’이라고 들어봤나요?”

12월 6일 오후 연구실에서 만난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김난도(47)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최근 탤런트 신민아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밀리터리 룩’으로 출연했는데, 이 의상이 ‘신민아 야상’이라는 이름으로 연일 화제가 된 것. 야상은 군대에서 입는 ‘야전상의’의 준말이다. 그런데 지극히 남성적인 야상을 벗으면, 하늘하늘한 원피스나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가슴이 확 파인 롱 티셔츠와 레깅스 또는 미니스커트 등 섹시하면서도 여성적인 옷차림이 드러난다. 문뜩 길거리에서 만난 얼굴이 뽀얗고 볼이 통통한 10대 소녀들이 하나같이 투박한 점퍼 아래 미니스커트 또는 스키니진으로 코디한 것이 생각났다.

35세의 이상적 스타일 유지 개념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모순이 2011년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요즘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청순 글래머’죠. ‘얼굴은 청순하면서 몸매는 풍만하다’는 뜻인데요. 이처럼 소비자들은 사뭇 대립되는 모순된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이를 함께 채워줘야지만 순순히 지갑을 열죠.”

소비자 트렌드 연구 전문가인 김난도 교수가 최근 저서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소비 심리와 시장 트렌드 읽는 법’과 ‘트렌드 코리아 2011’ 등을 연달아 내며 2011년 소비자의 트렌드를 예측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바로 ‘모순된 소비’. 과거 소비자들은 성별, 연령, 지역, 성향 등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확고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20대 미혼 여성이라면 그에 맞는 특정한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다고 해도 이와 어긋나는, 모순된 소비도 많이 한다는 것.



즉 어느 때보다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이면서도, 공익과 환경을 염려하는 ‘착한’ 소비를 하고자 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치장하고, 편히 쉬는 휴가 기간에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생활한다. 가상은 3D, 4D 기술에 힘입어 현실처럼 변하고, 현실은 증강현실 기술의 도움으로 가상화된다. 의학과 제약의 발달은 50대를 30대로도 보이게 한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모순이 산재하고, 이는 소비자들의 모순된 소비로 이어진다.

“‘IDEAL 35’라는 말이 있어요. 인간이 가장 아름답고 패셔너블하게 보이는 나이가 35세이고, 이 나이를 넘긴 소비자들은 몇 살이 되더라도 35세의 이상적 스타일을 유지해나간다는 개념인데요. 과거엔 본인 나이보다 10년 정도 젊어 보이기를 원했다면, 이는 진일보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머릿속에 35세를 그려놓고, 그에 맞춰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전형적인 ‘중장년층’ 아이템으로 접근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2011년 10대 소비 트렌드를 △ 디테일이 중요해지고 △ 날씨 관련 소비가 뜨며 △ 마음껏 공유하되 철저히 감추고 △ 가상과 실재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바로바로 구매하고 △ 휴가 때 더욱 바빠지며 △ 내가 직접 (투자 등을) 하거나, 아니면 최고 전문가에게 맡기고 △ 청년 못지않게 매력적인 노년과 여성적(남성적) 감성을 지닌 남성(여성)이 일반화되며 △ 스타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 어마어마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를 더욱 추구한다로 정리했다. 이 중 김 교수는 “‘스타의 영향력’과 ‘신뢰 추구’를 특히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샤갈전과 루이비통 가방의 공통점

‘청순 글래머’열광…열려라! 소비자 지갑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김난도 소비자학과 교수.

“스타의 영향력은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오해하지 않아야 할 점이 바로 광고 등 전형적인 매체에서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거죠. 즉 유명인이 광고나 화보 촬영 등에서 입은 옷보다 공항이나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또는 동료 결혼식 등에서 입고 나온 옷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대중은 스타의 패션이나 스타일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스타의 ‘자연스러운’ 패션이 실은 관련 업체의 철저한 마케팅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혼식을 들 수 있다. 이때 의류업체 간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 전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즉 자연스러움 뒤에 감춰진 철저한 계산이라는 모순이 여기에도 존재하는 것. 김 교수는 “그렇기에 소비자들이 더더욱 ‘신뢰’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우유는 유통기한과 함께 우유가 생산되는 제조일자를 표기하는 제도를 도입했어요. 그런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응을 이끌어냈죠. 하루 평균 판매량은 전년의 15%를 웃도는 1000만 개 이상이었고요. 이는 신뢰를 추구하는 소비자 심리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죠. 이처럼 모순된 욕구를 둘 다 충족하면서 여기에 신뢰를 더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는 다양해졌지만, 그 안에도 우리나라 소비자만의 특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빨리 변하고 동조성이 강하며 소비를 통해 일종의 ‘지위경쟁’을 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관련 저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대여섯 권이나 들어갔죠. 정작 미국에서는 1만 부도 팔리지 않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60만 부 이상 팔렸어요. 스마트폰 개시 1년 만에 700만 대를 돌파했고요. 이는 동조성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또 그는 “최근 스마트폰, 특히 아이폰을 가져야만 당당히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는다. 이런 경향은 여성일수록 강하다”고 귀띔했다. 아이폰 자체가 지위경쟁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 20, 30대 여성이 고가의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같은 의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지킬 앤 하이드’ 또는 랑랑의 클래식 공연, 샤갈 전시에 갔다는 사실이 ‘루이비통’ 가방을 가진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잡아내야 하는 기업으로선 이런 상황이 힘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소비자는 어디로 튈지 몰라야, 더 좋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기업도 더 발전하고요. 2011년은 ‘두 마리 토끼’가 더욱 활발하게 뛰노는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간동아 2010.12.13 766호 (p74~7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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