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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천신일 의혹

‘대통령 친구 게이트’로 옮아가나

검찰, 천신일 개인-권력형 비리로 나눠 수사 … 일본에서 자진 귀국할까?

  • 김승훈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대통령 친구 게이트’로 옮아가나

‘대통령 친구 게이트’로 옮아가나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나 압수수색을 받은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천신일(67) 세중나모 회장이 그 대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10월 28일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집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쏟아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진행하는 대기업 비자금 수사의 초점이 야당 의원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것 △측근 비리를 조기에 종결지어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찾아올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대비하는 것 △천 회장과 관련해 기존에 확인한 혐의 입증과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한 것 △해외체류 중인 천 회장 귀국 압박 등.

하지만 여러 분석 중 천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사법처리 절차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설이 검찰 주변에선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압수수색이 천 회장 구속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검찰 내에서는 천 회장을 구속 수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월 18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김준규 총장이 “천 회장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라고 명확히 밝힌 점도 검찰 내의 강경 분위기를 감지케 한다. 검찰이 천 회장 수사를 ‘개인 비리’를 넘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권력형 비리’로까지 확대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지 주목된다.

구속 수사 불가피 사법 처리 임박

검찰이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천 회장 관련 의혹은 크게 ‘개인 비리 의혹’과 ‘권력형 비리 의혹’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개인 비리 의혹은 천 회장이 10월 15일 기소된 이수우(54·구속)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금융기관 대출 청탁, 세무조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40억 원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 천 회장은 이 대표로부터 북악산에 건립하고 있는 세중옛돌박물관 공사와 관련해 12억 원 상당의 철근을 제공받고 상품권, 현금, 주식 등 다양한 형태로 총 40억 원대의 금품을 수년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금액 중 26억 원의 흐름을 파악했다. 이 대표로부터 “2008년쯤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 성북동의 천 회장 집으로 찾아가 26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임천공업의 경리 담당 직원을 상대로 돈 전달 시기를 전후해 회삿돈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돈에 대해 “천 회장이 자녀 3명의 명의로 사들인 임천공업(14만 주)과 계열사인 건화기업(2만3100주), 건화공업(2만 주) 등의 주식 대금을 되돌려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 회장이 임천공업의 세무조사 무마에도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2008년 경남 거제시 소재의 임천공업 세무조사를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이 실시한 사실에 주목, 이 과정에서 천 회장이 개입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 직원 4~5명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세무조사 주체가 바뀐 구체적인 이유와 당시 실무 상황 등을 조사했다. 특히 임천공업 세무조사 당시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중도에 그만두고 서울국세청 조사4국으로 사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었다.

천 회장 자녀들이 임천공업 및 그 계열사 주식을 대량 보유한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검찰은 임천공업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천 회장 자녀 3명이 2008년 임천공업 주식 14만 주 등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당시 관련업계가 호황이었고 임천공업도 급성장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이들이 거래한 가격은 시세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로비 명목으로 헐값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

한편 권력형 비리 의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월 취임한 남 사장은 정권 교체 이후인 2009년 2월에도 사장직을 꿰찼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인사권을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어 연임이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을 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천 회장이 로비의 ‘몸통’으로 관여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치권 의혹의 핵심이다. 천 회장과 직접적인 친분이 없었던 남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대표에게 줄을 넣어 천 회장에게 연임 로비를 청탁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정치권에서 현직 대통령 부인까지 남 사장의 연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폭로하면서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11월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멕스 수표 다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도 포함해 현재 전반적으로 (대우조선해양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중순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처음으로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불거져 나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석연치 않은 거래’나 대선자금 지원 의혹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천 회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0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대선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천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수상한 돈 거래에 대한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병치료 이유로 버티면 방법 없어

‘대통령 친구 게이트’로 옮아가나

지난해 6월 2일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집으로 향하는 천 회장.

국내에서 떠들썩한 것과 대조적으로 천 회장은 너무나 조용하다. 귀국조차 미루고 있다. 천 회장은 자신이 연루된 임천공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8월 19일 허리디스크 수술과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 미국 등을 거쳐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 천 회장은 해외 체류기간 중 이미 검찰로부터 대리인을 통해 세 차례 출석 통보를 받았지만 모두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불응했다. 검찰은 10월 28일 천 회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에도 한 차례 더 출석통보를 했지만 역시 응하지 않았다.

천 회장은 11월 1일 자신의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치료 날짜를 잡았다”며 한국에 돌아가 검찰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병명이나 치료일, 귀국이 가능한 시점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초 10월 30일부터 11월 3일 사이일 것으로 관측되던 천 회장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이는 신병치료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천 회장은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 때문에 검찰이 오히려 나를 가혹하게 단죄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일본에서 치료를 마치면 다시 귀국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하지만 천 회장이 끝내 귀국을 거부하고 버틸 경우 강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검찰은 미리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에는 알선수재 처벌 조항이 없어 범죄인 인도 요청도 쉽지 않다.

검찰 안팎에서는 천 회장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11~12일 또는 그 이후 자진 귀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구로서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으며 회사 경영도 계속해서 버려둘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천 회장이 귀국하고 본격적인 소환 조사가 시작되면 검찰 수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천 회장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 정권 실세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권 실세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천 회장 개인 비리 부분만으로 수사를 종결지을 경우 또다시 ‘꼬리 자르기’ ‘정권 눈치 보기’ 등 비난이 거세게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0.11.08 761호 (p20~21)

김승훈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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