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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사교육 괴물 ‘아파트 과외방’

새벽까지 과외받고, 공부하고, 숙식 해결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사교육 괴물 ‘아파트 과외방’

>>> ‘심야 교습 제한’ 단속 피해 은밀하게 창궐

MB정부 교육정책의 최대 과제는 ‘사교육 잡기’. 그간 정부는 정책과 단속 강화로 무섭게 학원가를 압박해왔다. 그 최고봉이 ‘밤 10시 이후 심야교습 제한’ 조례다. 학원가의 저승사자인 ‘학파라치’도 분위기를 잡는 데 한몫했다. 실제 ‘입학사정관제’ ‘외고입시 개편’ 등 공교육 살리기 정책과 맞물려 사교육의 기세는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했다. 정부도 ‘사교육비 통계’를 들어 정책이 먹히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교육은 끈질겼다. 지상의 학원가를 떠난 강사와 학생들은, 지하세계에서 다시금 창궐하고 있었다.

사교육 괴물 ‘아파트 과외방’

대치동 학원가 근처 아파트에 ‘아파트 과외방’이 늘고 있다.

겉보기엔 집, 들어가면 학원

서울 강남구 대치4동 빌라촌은 두어 건물마다 부동산이 들어서 있다. 부동산의 주고객은 지방에서 온 중·고등학교 유학생. ‘명문 학원촌’에 둥지를 튼 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덕에 부동산업이 성황이다. 이곳에는 부동산만큼 많은 것이 또 있다. 바로 유사학원인 불법 ‘과외방’이다.

“밤 10시가 지나면 강사들은 더 바빠진다. 최근 이름이 알려진 강사 대부분이 ‘드림팀’을 짜 ‘과외방’으로 심야출근을 한다. 겉보기엔 일반 가정집인데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들락거린다면 100% 과외방이다. 아파트나 빌라를 빌려서 새벽까지 과외를 받고, 독서실처럼 공부도 하고, 숙식까지 해결하는 곳도 있다. 돈 많은 학부모는 이런 곳에 자녀를 보내놓으면 엄청 편하지 않겠나.”



인근 학원 원장 A씨의 말이다. 과외방은 불법 유사학원을 지칭한다. 학원은 크게 일반 학원, 개인과외 교습자(과외), 교습소로 나뉘는데, 적용받는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학원은 강사 수와 가르치는 과목 수에 제한이 없고, 면적은 70㎡ 이상이어야 한다. 개인과외 교습자와 교습소는 둘 다 ‘1인 강사, 1과목 학생 8인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학원과 다른 점은 가르치는 장소. 개인과외 교습자는 본인 주거지나 학생 주거지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교습소는 오피스텔 등 근린생활시설 영업도 가능하다.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거나 개인과외 교습자로 신고한 뒤 사실상 학원처럼 영업하는 곳 모두가 과외방이다.

최근 아파트를 거점으로 하는 ‘아파트 과외방’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A씨는 “대치동 빌라와 아파트, 도곡동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 이런 과외방이 넘쳐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얼마 전 적발된 100여 평대 ‘고액 강남 과외방’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과외방은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성행 중이다. 교육특구와 거리가 먼 강서구에서 학원을 하는 B씨도 “일반 학원보다 수강료가 비싼 과외방이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파트 과외방’이 뜨는 이유가 뭘까.

“2004년 과외방이 불법이 되자 교습소가 늘었다. 이후 포상금을 노리는 ‘학파라치’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고액 수강료를 받으려는 이들이 ‘오피스텔 과외방’을 불법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단속이 심해지면서 아파트로 둥지를 옮겼다. 오피스텔은 교육청 직원이 들어갈 수 있지만, 아파트는 침입이 어려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과외방’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는 공교육 살리기 정책과 심야교습 제한으로 학원 사정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장 C씨는 “하루 3, 4시간 교습으론 임대료도 감당하기 어렵다. 학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강사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개연성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심야교습 제한과 신고포상금제 시행 이후 개인과외 교습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년 9월 ‘각 시·도가 조례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학원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전북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조례를 통해 학습시간을 오후 10~12시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시·도는 오후 12시까지 교습을 허용하지만, 서울은 초·중·고등학생 모두 밤 10시까지만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사교육 괴물 ‘아파트 과외방’

(위) 학원 불법 심야 교습을 단속하는 강남교육청 직원들. (아래) 강남구 대치동에는 ‘과외방’ 광고가 수두룩하다.

‘SKY 출신 족집게 교사 집단이 그들의 후배를 만들고 있는 곳! 010-XXXX-0000’

대치동 전봇대에는 이런 전단지가 심심찮게 붙어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학원을 떠난 강사들이 보통 3, 4명씩 팀을 짜 과외방을 낸다. 아파트나 빌라에 전세를 얻어 소수 그룹과외 형식으로 강의를 한다. 수강료는 학원비의 3배 정도.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평균 수강료는 주 3시간 3번에 월 500만~600만 원 선이다. 학생 그룹은 3명 정도로 짜는데, 1인당 수강료가 최소 100만 원 이상인 셈”이라고 말했다. 독립한 강사들로서는 나쁠 게 없지만 학원장들은 울상이다. 강서구 학원장 B씨의 말이다.

“인근 학원장이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강사들에게 월급일을 조금 늦추자고 했더니, 과목별 강사 4명이 아이들 40명을 데리고 나가 과외방을 차렸다’고 하더라. 월세 350만 원가량 하는 아파트에 조그마하게 현수막을 붙이고 영업을 하는데, 학생 수가 100명 이상이다. 방마다 교실처럼 꾸민 완벽한 ‘유사학원’이다. 학원 임대료의 반값에 수강료, 세금, 학파라치, 심야교습 제한도 없이 자유영업을 한다. 사교육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그래서 학원을 접고 떠나는 학원장이 상당수다.”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다. 그간 서민 학부모에게 개인과외나 그룹과외는 언감생심이었다. 학원비가 비싸 과목별로 보습학원을 이용하는 편이 만만했다. 하지만 심야교습 제한으로 학원이 일찍 문을 닫게 되면서, 늦게까지 수업받을 대안을 찾게 됐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밤 10시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자니 불안했다. 대치동 대명중학교 운영위원장이자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모니터링단’ 위원인 임은숙 씨는 “도곡동, 대치동 일대 아파트에서 과외방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교육 줄이기 정책이 음성적 학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과외방이 무법천지로 날뛰지만 단속은 어렵다. 일단 간판이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수많은 학원 중 양성과 음성을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고액 과외방은 보안 유지가 철저해서 적발하기가 더 힘들다. 불법학원 적발 업무를 담당하는 강남교육지원청 송기철 지도계장은 “적발은 대부분 제보로 이뤄지고, 제보를 받더라도 수개월간 잠복근무 등 확인과정을 거쳐야 현장을 잡을 수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알음알음 공개될 염려가 없는 엄마끼리만 정보를 공유한다. 또 누구를 통해 소개받았는지를 자세히 따지고, 외부 커피숍에서 만날 정도로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한다. 이따금 그들 간 관계가 틀어지면 제보가 들어오는데, 제보도 많지 않다. 바닥이 좁아서 금세 제보자가 알려지고, 그러면 엄마와 아이가 세트로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또 고급 아파트는 통제가 철저해서 내부를 보기도 어려운 데다 적발해도 서로 부인하면 입증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물론 각 교육지원청도 이런 과외방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구에만 수천 건이 등록된 개인교습자나 교습소의 불법 유무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사교육 잡기’의 슬로건에는 충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을 올려주는 것은 일반 학원들. 서로 이런 사정을 헤아리기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해도, 학원으로서는 ‘비교적’ 억울할 일이다.

이와 관련, 취재 중 만난 학원장들은 “지역별로 수강료를 현실화하고, 지도 공무원의 권한을 늘려 단속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음성 과외방은 적발하기 힘들다. 그래서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하는 것이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안은 지속적인 계도”라는 알맹이 없는 답을 내놓았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62~63)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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