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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아기 코끼리 한 쌍 선물로 왔어요

스리랑카産 가자바·수겔라 한국 도착 … 김해성 목사 다문화 사랑이 만든 감동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아기 코끼리 한 쌍 선물로 왔어요

아기 코끼리 한 쌍 선물로 왔어요

한국에 들어온 두 아기 코끼리. 스리랑카에서 코끼리는 부와 행복의 상징이다.

9월 29일 오후 11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 육중한 선물이 도착했다. 화물기 컨테이너 박스에 실린 두 마리의 아기 코끼리는 오랜 비행에 지쳤는지 잔뜩 웅크렸다. 무(無)진동 화물차를 타고 이동한 다섯 살 가자바(수컷)와 여섯 살 수겔라(암컷)는 과천 서울대공원에 도착하자 그제야 살겠다는 듯 여유를 보였다. 그 곁에서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짓던 이가 바로 (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이 ‘코끼리 선물 소동’의 주역이다.

국내에 있는 코끼리는 총 11마리. 이 중 암코끼리는 5마리로 모두 20대 후반 이상 이다. 코끼리는 가임기가 15세~30세 정도라서 이들에게 출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끼리는 멸종위기 동물로 국제협약에 의해 매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에 코끼리 암수 한 쌍을, 그것도 가임기의 코끼리를 기증하는 예는 거의 없다. 지난 7월 서울시가 오랜 노력 끝에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기증받은 암컷 코끼리 역시 이미 27세로 가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어린 코끼리 한 쌍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김 목사에게 은혜를 갚고 싶은 스리랑카 대통령의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움 준 이주노동자 삼촌이 대통령

1996년 겨울, 경기도 성남의 한 버스정류장을 지나던 김 목사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스리랑카인 2명과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운영하며 이주노동자를 돕던 김 목사는 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도 도와줬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김 목사를 찾았고, 그중 한 사람이던 자민다 라자팍세 씨는 김 목사에게 “내 삼촌이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 마힌다 라자팍세”라고 했다.

본국으로 돌아간 자민다 씨는 김 목사를 스리랑카로 여러 차례 초청했고, 자연스레 김 목사와 라자팍세 의원은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김 목사는 “라자팍세 의원은 자국 노동자, 특히 자기 조카를 돌봐줬다는 데 상당히 고마워했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어서 쑥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밀려왔던 2004년에도 의료진과 함께 한 달 가까이 진료활동을 하는 등 스리랑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사이 라자팍세 의원은 노동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거쳐 2005년 11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올 1월 스리랑카를 방문한 김 목사에게 라자팍세 대통령은 “그간 지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코끼리를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코끼리를 선물로 받다니 말도 안 된다”며 “코끼리를 지고 갈 수도 없고, 감당이 안 된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다 3월 한국에서 김 목사는 신문기사를 읽다 무릎을 쳤다. ‘임신 가능한 암코끼리가 없어 국내 동물원에 코끼리가 모두 사라질 위기며, 외교통상부가 코끼리를 구하느라 백방으로 노력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김 목사는 바로 스리랑카 대통령실에 전화를 걸어 “임신 가능한 코끼리 한 쌍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나 코끼리 기증 협약이 체결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스리랑카 정부는 김 목사에게 “국가 간 기증 형식을 지켜야 하므로 대통령 명의의 코끼리 기증 요청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김 목사는 “대통령의 요청서를 받으려니 눈앞이 깜깜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청와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외교통상부 등의 문을 두들겼지만 워낙 선례가 없는 일이라 국가기관들도 못 미더워하는 분위기였다. 김 목사는 “서울시는 ‘주관하는 부서가 없다’고 했고, 외교통상부는 워낙 코끼리를 기증받기가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잘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 목사는 인맥을 총동원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설득했다. 오 시장은 스리랑카 정부에 코끼리 기증을 부탁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스리랑카 정부는 기증을 공식화했다. 관계자는 “스리랑카 정부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까지 열었을 정도로 코끼리 기증 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스리랑카 측에서는 희귀 조류 등을 기증하겠다고 했으나 서울시 측에서 “조류는 검역 문제로 수입이 금지됐으며 관리할 여력이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1t이 넘는 코끼리를 옮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한 쌍의 코끼리를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억8000만 원. 코끼리를 무상으로 기증받은 서울시가 이를 전액 부담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그간 코끼리를 사육해온 스리랑카 현지 사육사 한 명을 서울시 공무원에 준하는 조건으로 고용해서 코끼리의 한국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운반 비용만 2억8000만 원

아기 코끼리 한 쌍 선물로 왔어요

이번 코끼리 기증은 김해성 목사(가운데)와 스리랑카 라자팍세 대통령의 우정 덕에 가능했다.

어린 코끼리들로서는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10시간 가까운 비행을 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좁고 어두운 컨테이너 박스에 실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기 전 코끼리들은 스리랑카에서 한 달간 매일 컨테이너에 들어가 가만히 있는 훈련을 받았다.

9월 24일, 두 코끼리가 태어나고 자랐던 케갈라의 핀나왈라 코끼리 농장에서 성대한 환송식이 열렸다. 두 코끼리는 한 벌당 200만 원이나 하는 붉은색 전통의상을 입고 동료들의 배웅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스리랑카 국회의원과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코끼리 인수에 팔을 걷어붙였던 신상진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김성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이선희 목사 등이 함께했다. 인수단은 한국에 올 코끼리 두 마리와 동고동락해온 나머지 코끼리 78마리에게 파인애플 한 개씩을 선물했다. 동료 코끼리들은 일제히 코를 위로 들고 ‘웅’ 하는 소리를 내며 떠나는 동료를 배웅했다.

김 목사와 코끼리 인수에 힘을 보탰던 이들은 9월 중순 ‘한-스리랑카 친선교류협회’를 만들었다. 이번 일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과 스리랑카의 우호를 증진하는 ‘씨앗’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한-스리랑카 친선교류협회 사무총장을 맡은 김석배 씨는 “스리랑카는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인데 그 귀한 코끼리를 기독교인에게 줬다”며 “종교와 국가를 초월한 친절을 베푼 스리랑카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스리랑카는 지난해 30년 가까운 긴 내전을 끝내고 이제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적절한 지원을 해준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 교민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한국에 온 지 13년 된 스리랑카인 프시파 프레마랄 씨는 “우리나라가 한국에 도움을 주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들도 ‘우리나라도 한국에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 목사는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훗날 자국으로 돌아가 리더가 되거나, 그런 이들의 가족일 수 있다”며 “지금의 처지에서만 그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작은 사랑이 10년 후 큰 선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이 코끼리를 보며 이주노동자를 따뜻하고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58~59)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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