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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中 ‘희토류 기침’에 한국은 몸살 난다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하는 한국엔 치명타 … 키르기스스탄 광산 주목해야

  • 김동환 남호주대 국제학과 교수·국제지역학회 이사 unioxsis@gmail.com

中 ‘희토류 기침’에 한국은 몸살 난다

中 ‘희토류 기침’에 한국은 몸살 난다

일본 순시선에 억류된 중국 선원들이 9월 13일 순시선에서 내리고 있다.

14~18세기 중국의 ‘흙’에서 나와 ‘보석’의 반열에 오른 유일한 상품, 도자기의 영향력은 당시 이슬람권과 유럽, 아프리카에까지 미쳤다. 많은 국가가 오랫동안 중국 도자기의 재현을 시도했으나 18세기 초반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유럽은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고, 이슬람권엔 고령토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또 다른 중국의 ‘흙’인 희토류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9월 7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충돌로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중국은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토류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일본은 곧 나포한 중국 선장을 석방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선언이 사실상 일본을 백기투항하게 만든 것이다. 일본은 이 사건에 앞서 8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희토류 수출쿼터의 확대를 공식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일본 스스로 중국에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노출했고, 중국은 이를 충분히 활용했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이 수출하고 있으나, 중국은 2004년부터 희토류 수출쿼터 축소 정책을 펴왔다. 희토류는 자동차, 반도체, LCD 등 첨단 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재료인데, 공급이 줄어들자 최대 소비국인 일본이 타격을 입었다. 희토류 사용량이 연간 5만t에 달하는 일본은 궁여지책으로 연간 수요량의 20% 이상을 중국의 불법 광산과 밀수 등 ‘블랙마켓’에서 조달해왔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쿼터는 3만258t으로, 2009년 5만145t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자연히 희토류 국제거래 가격은 급상승했다. 일본이 지난 8월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희토류 수출쿼터의 확대를 공식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日, 외교 굴욕 감수하며 백기투항

한편 일본은 중국이 내민 ‘희토류 카드’에 대응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 현재로서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처지를 감안해 굴욕을 삼킬 수밖에 없다. ‘에너지의 대표’격인 석유를 아무리 안정적으로 수급한다 해도 희토류의 공급이 달리면 첨단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미래 산업 전반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놀란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은 미중(美中) 관계에서도 ‘희토류 압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국 내 희토류의 생산을 늘리고 대체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 할 상황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더 나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희토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중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희토류가 ‘외교용 카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희토류 원료 사용량은 2005년 7431t에서 2009년 2656t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EU, 미국 등 주요 희토류 수입 국가와는 반대 추세다.

한국에서 희토류는 주로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소비된다. 이것은 일본과 비슷한데 연간 소비량은 일본의 19분의 1 수준이다. 양국의 희토류 소비량이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은 중국에서 희토류 원료를 수입해 각종 핵심 부품·소재를 생산하지만, 한국은 희토류로 만든 반제품이나 완성된 부품 및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한다. 둘째, 2000년대 중반까지는 희토류의 국제거래가가 헐값이어서 한국은 자체적으로 희토류 부품이나 소재를 개발하는 대신 품질 좋고 완제품 조립 생산이 쉬운 일본의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는 데 급급했다. 셋째, 2000년대 중반이 되자 희토류 응용 부품과 소재에 대한 양국 간 기술 격차가 급격히 벌어져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한국의 첨단산업 및 녹색기술이 성장할수록 일본의 핵심 부품과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1년 44억 달러, 2008년 115억 달러, 2010년 상반기 120억 달러로 급증해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희토류에 대한 한국의 안일한 대응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희토류 수입국들은 중국의 자원민족주의를 염두에 두고 ‘대체재료 개발’이나 ‘도시 광산의 법제화’ 등 대책을 마련해왔으나 한국은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 1997년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베트남 동파오(Dong Pao) 광산의 인수를 시도한 이래 희토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중·장기적 정책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외환위기와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동파오 광산 인수 시도는 없던 일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의 희토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 후폭풍을 제일 먼저 맞는 것도 한국이다. 희토류 관련 부품·소재의 가격이 급상승할 뿐 아니라 일본이 자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면 한국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전자제품과 자동차 생산을 축소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수입처의 다변화와 같은 단순하고 단기적인 접근을 택한다면 희토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희토류가 응용되는 첨단산업 및 녹색기술산업 부문의 이상적인 발전과 부품·소재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려면 당장이라도 최소 1, 2곳의 희토류 광산을 인수해야 한다.

‘쿠드사이 투’ 광산 인수가 근본 해결책

최근 한국 정부는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학계에서도 다양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에너지 자원’ 부국으로 널리 알려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에만 집중해 ‘광물자원’의 부국인 키르기스스탄은 관심 밖에 있었다.

앞으로 희토류 대란을 막고 중국의 ‘자원 무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키르기스스탄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아카투즈 광석지대(Akytuz Oral Field)에 ‘쿠드사이 투(Kutessay II)’라는 희토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쿠드사이 투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LED 및 영구자석과 같은 그린 에너지(green energy) 제품 생산에 필수적이고 ‘기적의 원료’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고부가 가치를 지닌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툴륨, 루테튬 등 대량의 ‘중(重)희토류’가 43.7%라는 이상적인 비율로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쿠드사이 투에는 구소련의 희토류 광산개발 설비와 전력, 통신, 용수, 포장도로 및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이미 갖춰져 있다. SOC를 제외하더라도 한 개의 새로운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분리·정제·저장시설물을 건설하는 데에만 6000억~1조 원의 자금과 최소 8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쿠드사이 투 광산을 뚫으면 초기 투자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일무역 역조를 개선하고 부품·소재의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정책도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21세기형 중국의 ‘흙’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희토류(稀土類) 원소

란타늄 등 17개 원소 … 첨단산업의 비타민


中 ‘희토류 기침’에 한국은 몸살 난다

일본을 두손들게 한 희토류.

란타늄(La, 57)부터 루테튬(Lu, 71)까지 란탄계열(lanthanoids) 15개 원소와 스칸듐(Sc, 21), 이트륨(Y, 39)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희토류는 다시 경(經)과 중중(中重) 2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입자의 활성이 크고 합금이 용이할 뿐 아니라 산화물 또한 안정적인 것이 특징. 그러나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매우 까다롭고, 방사성 물질이 혼합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채취가 쉽지 않다.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대표 제품은 휴대전화, LED(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LCD TV, 터치스크린, 자동차 등이다. 희토류 소비량은 석유나 다른 광물자원과 비교하면 매우 적으나 질(quality)적으로는 비교를 불허한다. 따라서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44~45)

김동환 남호주대 국제학과 교수·국제지역학회 이사 unioxs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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