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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건너는 보행자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목숨 걸고 건너는 보행자

9월 30일 오전 0시 10분. 기자는 서대문구 충정로3가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앞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었습니다. 도로 위 신호등은 빨간불만 깜박깜박할 뿐 정지신호를 주지 않았고, 횡단보도 신호등은 꺼져 있었습니다. 보행자 작동 신호기도 먹통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주변에서 하염없이 반대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건너기에는 머나먼 왕복 8차선 도로입니다.

왕복 8차선 도로까지 ‘야간 점멸 신호등제’가 실시됐다고 오해한 기자는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야간 점멸 신호등제가 아닌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야간 점멸 신호등제에 대한 유감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는 2009년 7월 1일부터 교통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야간 점멸 신호등제를 도입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심야에 불필요한 신호대기 시간을 줄여 교통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대상은 왕복 6차선 이하로, 일부 지역에는 보행자 작동 신호기를 설치해 보행자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기자가 사는 동네 왕복 6차선 도로에도 점멸 신호등제가 시행 중입니다. 6차선 도로를 건너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속도를 늦춰주는 차량은 소수일 뿐, 쌩쌩 달리는 차량을 바라보면 매번 평소 신호등 대기시간을 넘깁니다. 건널 때도 빠른 걸음으로 신속하게 건너야 합니다. 걸음이 느린 노인과 어린이는 어떻게 건너야 할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민원을 신청하면 친절하게 보행자 작동 신호기를 설치해준다고 안내합니다. 결국 시민들이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보행자 작동 신호기가 있어도 문제는 있습니다. 비 오는 어느 날 술 취한 40대 남성이 횡단보도에서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건너기 위해 보행자 작동 신호기를 누르자 ‘건너는 법’을 깨달은 그는 마구 신호등에 대고 욕을 하더군요. 저도 만취한 상태라면 보행자 작동 신호기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술 취한 배짱으로 곡예 횡단을 택했겠지요. 늦은 밤 위태롭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취객을 자주 목격합니다.

목숨 걸고 건너는 보행자
야간 점멸 신호등제를 시행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은 전 지역에 24시간 점멸 신호등제를 시행 중 입니다. “운전자와 보행자 간 배려와 양보를 통해 교통사고를 줄인다”라고 하는데, 우리 도로가 배려와 양보가 넘치는 공간인지 묻고 싶습니다. 차량 주행 시 황색 점멸은 서행, 적색 점멸은 일시 정지라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12~12)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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