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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무제한 데이터 소비자 신났다

SKT에 이어 KT도 전격 선언 … 스마트폰에 자유의 날개 달아준 셈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3G 무제한 데이터 소비자 신났다

아이폰4 출시를 하루 앞둔 9월 9일, KT는 ‘3세대(3G)망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기존 무선랜 와이파이(Wi-Fi)뿐 아니라 일정 요금제부터는 3G로도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KT의 전격 발표에 업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에 대해 ‘무늬만 무제한’이라고 비판해왔던 KT가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SK텔레콤 관계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비판할 땐 언제고, 우리 따라하는 거 아닙니까.” 조금 있다 KT에서도 전화가 왔다. “SK텔레콤과 달라요. 우리는 경쟁사와 비교도 안 되는 와이파이망이 있죠. ‘모바일 원더랜드’ 전략의 일환입니다.” 기사 마감시간이 다 돼갈 때쯤 LG유플러스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저희도 곧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할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건 밝히기 어렵지만….”

SKT와 KT의 무제한 신경전

한때 휴대전화의 데이터 요금제는 잘못 사용하면 수백만 원대까지 나와 ‘요금 폭탄’이란 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무제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경쟁하는 판이다.

“때가 됐다. 데이터통화를 무제한 허용해 생긴 부담은 설비투자를 늘려 해결하겠다.”



7월 14일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격적인 요금제를 발표했다. 이른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SK텔레콤은 한 달에 5만5000원을 내는 요금제인 ‘올인원 55’ 이상에 가입하면 새로운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보다 통화료가 저렴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도 휴대전화 통신망에서 쓸 수 있게 했다.

정 사장은 “LTE(Long Term Evolution)가 도입되면 어차피 음성통화와 데이터통화를 구분하는 의미가 없어지고 mVoIP가 보편화될 것이다. SK텔레콤이 이런 변화를 앞서서 이끌겠다”고 설명했다. LTE는 지금의 3세대(3G) 통신망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빠른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해 4세대(4G) 통신기술로 불린다. 그러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해 생길 수 있는 과부하 문제는 사용자에게 일정 부분 제약을 가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점을 두고 KT는 진정한 무제한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KT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7월 2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영상과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없는 등 제한을 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어떻게 ‘무제한’이냐”고 말했다. 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준비 중인 LTE로는 급증하는 데이터통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KT는 대신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등 다른 통신기술에 5조1000억 원을 투자해 데이터 트래픽 급증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SK텔레콤은 이례적으로 경쟁사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8월 19일 SK텔레콤 하장용 네트워크부문장은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모바일 데이터라면 고객이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로이 이동하며 안정적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0만 개를 설치해도 전국 면적의 1% 미만밖에 커버할 수 없는 와이파이망은 모바일 데이터를 위한 주력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대비 잘돼야

3G 무제한 데이터 소비자 신났다

이동통신사들이 올여름 구축한 전국 와이파이존 해수욕장

두 달여 동안 벌어진 KT와 SK텔레콤의 신경전은 두 회사가 자랑하는 통신망의 핵심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KT는 유선망에 강하고 SK텔레콤은 무선망에 강하다. 와이파이는 결국 유선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잘할 수 있는 통신망이다. 무선서비스지만 초고속인터넷망 끝에 무선랜 기기를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KT가 와이파이에 자신만만한 이유다. 반면 SK텔레콤은 3G, 4G 무선통신망 투자를 늘려 이를 무제한으로 쓰게 하는 것이 유선망 투자를 통한 와이파이 확대보다 유리하다.

그런데 KT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KT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다양한 계층과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증가하고, 아이덴티티 탭 등 태블릿PC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무선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3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원래 와이파이가 많아서 무제한이나 다름없었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3G도 무제한으로 한다’는 뜻이다.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요금제는 5만5000원인 ‘i-밸류’형 이상으로 SK텔레콤과 같다. 데이터 사용량이 폭주할 경우 동영상이나 음악 내려받기 등에 일부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것도 SK텔레콤의 요금제와 같다. KT는 공식적으로는 전략이 바뀐 게 아니라고 말한다. 기존대로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등에 5조 원 넘게 투자할 거고, 기존 와이파이망이 많아 3G망에 부하가 걸릴 염려도 적기 때문에 진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KT의 표 사장은 ‘SK텔레콤 무제한 요금제와 다른 점이 뭐냐’는 질문에 “전국 3만5000곳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급증하자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4가 출시된 9월 10일, 갤럭시S 국내 판매대수는 1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 7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발표하자 갤럭시S 신규고객의 76%가 5만50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했다. 전체 갤럭시S 고객 55%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와이파이든, 3G든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즐기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SK텔레콤의 ‘콸콸콸’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무선인터넷에 친숙해질수록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웹서핑 외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엄두도 못 냈고, 와이파이 존만 쫓아다니기도 어려웠다. 결국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요금제는 스마트폰에 자유를 준 셈이다.

아이패드, 갤럭시 탭 등 태블릿PC 전쟁이 다가오는 것도 KT의 다소 ‘민망한’ 변화에 한몫했다. 태블릿PC야말로 값싼 데이터 요금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비자는 즐겁다. 이동통신사 3사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만5000원 요금제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의 한계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대한 투자 없이 톨게이트 비용만 낮추면 소비자들은 병목현상으로 인한 교통체증에 오히려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미국 AT·T가 그랬다. 애플 아이폰을 팔고 있는 미국 AT·T는 아이폰 사용자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렸다. 뉴욕 시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는 음성통화까지 불통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AT·T는 미국에서 아이폰4가 나오던 6월 데이터요금 정액제를 포기하고 쓴 만큼 돈 내는 종량제를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경쟁은 단기적인 경쟁일 뿐”이라며 “소비자와 약속한 대로 차세대 통신망 투자를 제대로 지키고, 고속도로를 꾸준히 넓히고 보수하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9.20 755호 (p134~135)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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