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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살맛나는 밥상 04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풀무원 vs CJ제일제당 1위 놓고 장군 멍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오늘 저녁은 두부로 할까?”

오래전 고인이 됐지만 할머니는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두부를 만들곤 하셨다. 하지만 그 작업이 여간 고된 게 아니었다. 맷돌 돌리는 일은 웬만한 장정도 버거워한다. 그럴 때면 손자들은 말없이 할머니 곁에 앉아 맷돌을 돌리며 저녁상에 오를 두부부침, 간장으로 살짝 조린 두부조림 생각에 군침을 흘렸다. 비지를 걸러내고 콩물을 끓이는 냄새는 또 어찌나 고소하던지!

식품기업 건강 상징 두부 이미지 선호

두부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회남왕 유안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전래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 말이나 그 이전으로 추측된다. 두부는 맛이 담백하고 체내의 신진대사와 성장발육에 절대적인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 여기에 칼슘과 철분 등이 풍부해 식물성 단백식품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할머니 손맛 그대로의 두부는 산업화와 함께 차츰 사라져갔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노란 판에 바둑판 모양으로 담긴 두부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내수공업자들이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아쉽게나마 옛 맛의 두부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풀무원, CJ제일제당(이하 CJ), 대상 등 대형 식품회사가 잇따라 두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두부’대신 ‘포장두부’가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국내 두부 시장은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만든 포장두부와 소규모 업체가 만들어 파는 판두부로 나뉜다. 두부 사업은 20단계가 넘는 까다로운 제조과정과 원자재 부담 때문에 큰 이윤을 남기기는 어렵다. 전체 두부 시장 규모는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중 포장두부는 2500억 원가량으로 두부 업계는 보고 있다.

제품이 상온에서 상하기 쉬워, 두부 제조 및 유통업체는 ‘냉장 일배 시스템’을 거쳐 제품을 유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식품기업이라면 누구나 시장 진출을 검토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오랜 기간 국내 두부 시장은 풀무원의 독주가 계속됐다. CJ가 2005년 두부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풀무원은 국내 포장두부 시장의 78%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참살이(웰빙)’ 열풍을 등에 업고 CJ가 두부 시장에 진출하면서 풀무원 천하는 무너지고 말았다. CJ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자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50% 밑으로까지 낮아졌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7월 현재 포장두부 시장은 풀무원(49.7%), CJ(26.9%), 대상(8%)의 상위 3개사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이 두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부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건강을 상징하는 두부는 된장, 고추장 등 장류만큼이나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식자재 공급업체로 시작했던 풀무원이 친환경 식품회사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두부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풀무원의 식품 매출액 중 두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 CJ 역시 조미료 회사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친환경 식품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두부만큼 효과적인 아이템이 없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포장두부 시장을 놓고 업계 1, 2위인 풀무원과 CJ 간 ‘두부 전쟁’이 매섭다. 이미 두 기업은 2006년 두부에 들어가는 소포제(두부 거품 제거제)와 유화제(두부 응고속도 조절제) 사용을 둘러싼 안전성 공방을 펼쳤고, 2008년엔 해양심층수를 천연간수로 사용한 두부의 출시에 앞서 어떤 간수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제조과정 안전성 타 업체에 불똥 튈라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잠시 잠잠했던 두부 전쟁은 CJ가 ‘기름을 안 넣은 두부’로 포문을 열면서 재점화됐다. CJ는 지난 7월 톱스타 고소영을 내세운 ‘행복한 콩 두부, 기름 안 넣은 두부’의 신규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에서 고소영은 “두부는 콩과 간수로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 기름이 왜 들어가요?”라며 ‘무첨가’라는 차별성을 부각했다. 보통 포장두부는 끓인 콩물에서 바로 응고제를 넣기 때문에 모양이 균일하지 않아 콩물과 응고제의 반응속도를 낮추려고 올리브유와 식물성 유지 같은 기름을 사용한다.

반면 CJ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끓인 콩물을 10℃ 이하로 냉각, 숙성시킨 후 천연응고제를 넣어 서서히 중탕하며 두부를 굳히는 ‘냉두유’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한다는 것. CJ 관계자는 “기름이 인체에 나쁘다고 강조한 것이 아니라, 콩과 천연응고제 외에는 기름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은 두부라는 점에 방점을 둔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CJ가 영업 현장에서 ‘기름 안 넣은 두부’라는 점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풀무원은 두부 원재료에 첨가되는 기름을 ‘올리브유’와 ‘식물성 유지’에서 ‘올리브유’로 통일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에 기름이 들어가면 위험한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며 1등 흠집 내기”라면서 “1954년 발간된 청구문화사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을 보면 전통 두부 제조법에 거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참기름이나 돼지기름을 사용했다고 나온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CJ가 기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이슈화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자 풀무원은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들었다. 8월 31일 풀무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일부 대기업의 두부 제조방식인 전극판을 통해 두부를 응고시키는 방식은 전극판 부식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풀무원 측은 식품 안전성 캠페인의 일종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식품업계에선 CJ를 겨냥했다고 본다.

풀무원 측에 따르면 ‘전극판 강제응고 방식’은 1970, 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전류로 인한 자기장과 전극판의 부식이라는 위험성이 있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후부터는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유에 고압전류를 흘려보내므로 전자파가 생길 우려도 있다”며 “풀무원은 천연간수(무화학 응고제)를 넣어 천천히 응고시키는 ‘가마솥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즉각 CJ 측은 “식품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 최근 풀무원 두부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경쟁사를 비방해 점유율을 회복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CJ 관계자는 “소량구매 저가두부 시대였던 1970, 80년대에 굉장한 투자가 요구되는 CJ의 두부 생산 방식이 사용된 사례가 없다”며 “전극판의 경우 반영구적인 치아 교정용으로도 쓰이는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부식에 매우 강하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이 설비를 도입해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두부 업계에선 풀무원과 CJ의 경쟁으로 두부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고 다양한 두부가 출시될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두 대기업의 ‘두부 전쟁’이 격화되자 자칫 그 불똥이 전체 두부 시장으로 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두부업계 한 관계자는 “두부 제조 과정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과도하게 이슈화되면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해 결국 전체 두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두부김치, 두부조림 등 두부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두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계 1, 2위인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양보 없는 한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간동아 2010.09.20 755호 (p54~56)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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