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5

2010.09.20

어서 오라, 한국형 생태관광

전국 10곳 선정 녹색투어 기대 … 연말까지 지역에 맞는 사업안 확정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0-09-17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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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라, 한국형 생태관광

    전남 순천시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순천만 하구 습지. 전북 진안군 고원마실길을 답사하는 생태관광 모델 사업 관계자들(작은 사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는 요즘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올해 초 생태관광 대상지 10곳을 엄선해 발표했고, 내년 초 ‘액션’에 들어가려면 연말까지 10곳의 구체적인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관광이라 하면 언뜻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자연생태를 관찰하며 새소리를 듣고 자연을 즐기는 관광이라고 생각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머물고 느끼고 체험하는 종합적 관광 모델

    “자연을 제대로 알고 보자는 거죠. 자연과 동식물, 지형, 습지, 하천, 바다, 설화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새로운 관광 모델이 될 겁니다.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 갔다고 칩시다. 해안사구를 그냥 둘러보는 게 아니라 이 사구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왜 천연기념물이 됐는지, 해안 발달 과정과 식생은 어떠한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가까운 자연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게 할 겁니다. 현지 홈스테이를 통해 먹을거리와 설화 등 지역 민속도 즐길 수 있는 종합적인 관광 모델을 만들 겁니다.”

    건국대 박종관(51) 지리학과 교수의 설명처럼, 현재 10곳의 사업 대상지역에서 새로운 생태관광 모델을 만들기 위해 20명의 생태관광모델사업컨설팅단(이하 컨설팅단)도 꾸렸다. 이들은 문광부와 관광공사, 환경부,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관계자 등과 현지답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사업 대상지 10곳은 올 2월 자연 보전가치와 관광자원 매력도, 지역주민 참여도 등을 평가해 전문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 문광부 등은 10곳의 한국형 생태관광지가 있는 해당 지자체에 생태계 보전계획과 인프라 지원, 관광 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의 예산을 패키지로 지원해 차별화된 생태관광지로 만든다는 복안.

    컨설팅단 역시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다. 박종관 교수가 단장 겸 MP(마스터 플래너)를 맡아 컨설팅단을 지휘하고 서울대 김성일 교수, 환경생태문화연구소 신정섭 소장 등 관광·환경·홍보 전문가가 합세했다. 컨설팅단은 지금까지 현장답사를 통해 사업지 주변 관광 차별화와 지역주민 참여도 등 40여 가지 세부 항목을 평가했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 관광을 할 수 있는 관광지를 찾아 나섰다. 지역 주민과 지자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도 들으면서 구체적인 생태관광 모델을 손질하고 있다. 태안 신두사구와 전북 진안을 방문한 컨설팅단의 답사 보고서 중 일부를 보자.

    “신두사구만으로는 방문객에게 여행 재미를 느끼게 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이곳 초입에 건립 예정인 신두생태공원이 한국사구센터로 탈바꿈해 두웅습지와 관련된 사구의 교육, 체험, 놀이의 메카가 된다면 신두사구의 생태관광 가치는 재조명될 것으로 판단된다.”

    “진안의 지형 특성 중 가장 유효한 것은 고원(高原)이다. 고원 특유의 산물과 습속을 찾아내고 강조해야 한다. ‘북한엔 개마고원, 남한엔 진안고원’ 식으로 진안의 홍보물에는 ‘고원 진안’을 새겨 반복 전달하는 홍보 포인트가 필요하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도 있었다. 마을이 시끄러워진다는 불만과 오히려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 관광공사 이상태 과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에게 생태관광 사업이 관광지 개발이 목적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생태관광은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이나 이야깃거리를 들려주고, 주변 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끄럽게 떠들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어서 오라, 한국형 생태관광
    여행객 편의시설 설치 사업은 배제

    연말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겠지만, 현재로선 여행객 편의시설 등 시설 설치 사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관광도로 정비 등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주민들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문광부와 환경부 등이 생태관광으로 눈을 돌린 것은 관광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관광은 버스를 타고 관광지로 이동해 실컷 먹고 시끌벅적하게 놀고 얼큰하게 술에 취하는 ‘재래식 관광’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조용히 자연을 즐기면서 생태와 문화를 탐방하는 ‘생태관광’이 부상하고 있다. 신안군 등 슬로시티와 정선 레일바이크 등이 각광받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데다 세계관광기구(UNWTO)도 2008년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정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먼저 국내 10곳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고, 향후 다른 지자체가 이를 적극 벤치마킹하면 전국 어디에서든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되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새로운 생태관광 모델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된다.

    인터뷰 / 박종관 건국대 교수

    “생태관광은 국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일”


    생태관광모델사업컨설팅단을 이끌고 있는 건국대 박종관 교수(사진)는 이번 사업은 단순히 관광 모델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애국심 배양과 지역균형발전 등 국가 업그레이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서 오라, 한국형 생태관광
    -생태관광? 다소 모호한데….

    “산속에서 자연생태를 관찰하거나 코끼리열차 타고 주변을 둘러보는 게 아니다. 순천만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은 배를 타고 나가서 만을 빙 둘러보는 게 전부지만 여기에도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배에서 순천만의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여기에 어떤 동물이 있을까’ 하고 물어보는 퍼포먼스를 한다든가, 배가 정박하면 갯벌을 채취해 미리 준비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식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한다. 순천만 갈대밭 생태 환경이나 가까운 관광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1박2일, 2박3일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가족 단위의 소규모 관광객이 호젓하게 관광을 즐기면서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먹을거리와 숙소 등이 문제가 될 텐데.

    “그래서 컨설팅단이 2인 1조가 돼 10개 사업대상지 주민을 만나고 있다. 관광하고 나서 잠은 멀리 떨어진 콘도로 향하는 게 현실이다. 민박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고품격 생태관광을 위해 이런 점을 개선할 것이다. 깨끗한 이부자리가 제공되고, 특산물을 맛보면서 지역 풍습을 알 수 있는 변형된 민박 형태를 생각한다. 자연과 인문의 종합 관광세트라고 보면 된다.”

    -지자체와의 연계도 중요하겠다.

    “당연하다. 각 지자체 관광과 공무원이 참여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밝아 다양한 관광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이나 풍습에 밝아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박2일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안도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모델 안이 나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적극 벤치마킹하면 된다. 관광자원이 있는 기초단체는 훌륭한 수익사업이 될 것이고, 결국 지역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청와대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

    “청와대도 이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시라. 우리나라 각 지역에 이러한 사업이 시작된다면 국민들은 우리나라, 우리 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해당 지역은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 인구 분산, 지역 평준화 등 다양한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관광으로만 보지 말아달라. 국가와 지역경제, 민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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