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2

2010.08.30

‘퓨전의 힘’말하는 대한민국 조리명장

롯데호텔 이병우 총주방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8-30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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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전의 힘’말하는 대한민국 조리명장
    “집에서는 요리에 대한 얘기를 안 합니다. 젊었을 때 집사람에게 한마디 했더니 주눅이 들어 요리를 못하더군요(웃음).”

    롯데호텔 13개 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병우(55) 총주방장은 국내 특급호텔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프랑스 요리 대가다. 30년 가까이 조리 분야의 발전에 공헌한 공로로 현직 특급호텔 주방장으로는 유일하게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2010년 대한민국 조리명장’에 선정됐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집에선 아내의 음식을 최고로 꼽는 자상한 남편이다.

    조리에서 늘 최고만 추구해온 이 총주방장은 한국에 퓨전 요리를 가장 먼저 소개한 주인공이다.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프랑스 정통 요리를 배웠지만 늘 한국 요리와 서양 요리를 접목할 독특한 요리법을 고민해왔다.

    “퓨전은 ‘요리의 진화’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좀 더 색다른 과정으로 작업하는 것이죠. 한국인이 프랑스 요리를 프랑스 방식 그대로 요리한다면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지기 쉽지요.”

    그의 요리철학은 ‘먹는 이를 배려해야 한다’로 단순 명료하다.



    “일단 요리는 맛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요리사가 자기 요리에 자만해서도 안 됩니다. 음식을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합니다. 예컨대 치아가 불편한 사람의 음식을 준비한다면 한입에 먹기 쉽게 음식을 썰어서 나가는 식이죠.”

    최고의 위치에 오른 지금, 그는 후학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요리 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박성훈(20) 요리사도 그가 직접 길러냈다. 그는 후배들에게 ‘생명력이 긴 요리사’가 되라고 강조한다.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과거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았고 열정도 뛰어납니다. 다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갖춰 자신의 요리철학을 이끌어냈으면 합니다. 외국에서 1~2년 공부했다고 요리를 다 배운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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