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남해 통영 소매물도

  • 글 김화성 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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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1. 웃매미섬으로도 불리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 전경. 통영에서 소매물도까지 하루 두 번 여객선이 출항한다.

    소매물도는 손바닥만 한 섬이다. 메뚜기 이마빡만 한 땅이다. 면적 0.51km²에 해안선 길이 3.8km. 11가구 주민 20여 명(2010년 4월 현재)이 산비탈에 제비 둥지 같은 집을 달고 산다. 섬마을 뒤쪽에는 삐죽삐죽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섬의 어깨가 미식축구 선수처럼 완강하다. 마을은 양팔 사이 가슴 아래 배꼽쯤에 붙어 있다. 오목거울 가운데 옴폭 들어간 곳이다. 굴 딱지처럼 옹기종기 낮게 들어앉았다.

    새로 들어선 펜션과 건축이 한창인 현대식 건물들이 공룡의 가슴뼈처럼 눈엣가시로 찌른다. 이제 섬의 대부분 땅은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주민이 살고는 있지만 땅은 이미 넘어간 집이 많다. 곰삭아 허물어지고 무너져내린 빈집들이 꼬부랑 할머니처럼 안쓰럽다. 주민들은 언젠가부터 하나둘 땅을 팔고 뭍으로 떠났다. 그 자리는 자본과 현대식 건축물이 대신했다. 소매물도는 이제 하루 서너 시간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곳도 아니다. 전기와 식수는 24시간 아무 이상 없다.

    소매물도는 통영 미륵산 정상(461m)에서 보면 한산도 너머 끝자리에 엎드려 있다. 동남쪽 4시 방향, 통영에서 직선거리 26km. 매물도-소매물도-등대섬의 3형제 중 둘째다. 주민들은 웃매미섬이라고 부른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선 통영 미륵산 봉우리가 솟아 있는 게 보인다. 미륵산은 소매물도 보고 웃고, 소매물도는 미륵산 보고 웃는다.

    섬마을에서 위로 올라가다 보면 잔등에 소매물도 분교 터가 있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1997년 3월 1일 경상남도교육감’이라고 쓰인 교적비가 서 있다. 졸업생 131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바닷물 빠지면 등대섬 가는 길 열려



    소매물도 동쪽엔 등대섬이 있다. 등대섬은 소매물도 등짝 해변길을 짚으며 간다. 길은 깎아지른 절벽 위를 따라 나 있다. 발바닥이 간질간질하다. 바람이 얼굴을 아프게 때린다. 자칫 두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다. 땅바닥에 떨어진 동백의 통꽃과 산벚꽃잎이 서로 껴안고 이리저리 나뒹군다.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저 멀리 고기잡이 통통배가 갈매기 떼를 한아름 싣고 간다. “끼룩∼ 끼룩∼” 갈매기들은 지악스럽게 따라붙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는 자라목 같은 잘록한 길로 이어진다. 길이 70m의 열목개 몽돌길이다. 열목개에는 수시로 물보라가 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열렸다가,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면 지워진다. 사람들은 길이 열린 틈을 타서 등대섬으로 오른다. 일단 등대섬에 들어가면 물이 차기 전에 서둘러 나와야 한다. 1917년 불을 밝힌 등대(16m) 불빛은 48km까지 퍼져나간다. 주위엔 병풍바위, 촛대바위 등이 우뚝우뚝 호위하듯 서 있다. 등대섬에서 소매물도 오른쪽으로 보면 영락없이 공룡을 빼닮은 공룡바위가 눈에 걸린다.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2, 3. 기암절벽 위 아름다운 등대로 유명한 소매물도 등대섬.4. 소매물도 등대섬은 코발트빛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등대섬은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157m)에서 내려다보는 게 일품이다. 망태봉 바로 아래 해상밀수감시소 꼭대기에 올라가도 잘 보인다. 감시소는 1987년 폐쇄돼 시멘트 망루만 남아 있다. 하얀 등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등대에 오르는 푸른 풀밭이 그림 같다. 여기에 코발트빛 바다와 그 뒤에 점점이 서 있는 거무튀튀한 갯바위들….

    소매물도 섬마을 왼쪽 길은 후박나무, 동백나무 숲길이다. 섬 등짝 안쪽이라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아늑하고 호젓하다. 가끔 나오는 오솔길 걷는 맛도 쏠쏠하다. 군데군데 낮은 무덤들이 누워 있다. 섬에서 태어나 살다가 섬에 묻힌 사람들. 그들은 죽어서도 말없이 섬을 지키고 있다.

    나무들은 마을을 향해 굽어 있다. 등으로 바람을 막아낸 탓이다. 쏴아! 쏴아! 나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추임새로 새소리도 섞인다. 미니해수욕장 모래밭길도 꿈같다. 남매인 줄 모르고 서로 사랑하다가 죽었다는 슬픈 전설의 남매바위도 만난다.

    소매물도에 해가 저물면 바람이 우당탕탕 찾아와 대문을 흔든다. 밤새 덜컹거리는 소리, 빈집 양철지붕 밟고 지나가는 소리, ‘차르르 철썩’ 파도가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소리…. 아침 해가 바람을 몰아내기 시작하면,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안개는 바다 얼굴을 말갛게 씻겨주고, 새끼 섬들 사이로 띠처럼 흘러간다. 고깃배는 섬과 섬 사이에서 코를 박고 그물을 친다. 금빛 갈매기들은 어김없이 아침바다를 떠돈다.

    소매물도는 머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면 뱃길이 끊긴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섬을 찾은 사람들도 발이 묶인다. 파도가 거품을 품으며 으르렁거린다. 섬마을은 오로지 바람만 활개 친다. 사람들은 방에 처박혀 쥐 죽은 듯 꼼짝하지 않는다. 나무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출렁인다. 잔뜩 물을 머금은 하늘은 먹빛이다. 선착장 마을은 그렇게 며칠씩, 눈썹달처럼 휜 섬 품 안에서 비바람을 견딘다.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해무에 휩싸인 소매물도 전경.

    여/행/정/보

    ●숙박

    20여 곳의 민박이 있는데, 대부분 한옥에서 방만 내주기 때문에 취사도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다솔산장(017-858-2915)은 공동 샤워시설과 수세식 좌변기가 있다. 소매물도 펜션(055-644-5377)은 등대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맛집

    통영이 먹을거리 천지인 데 반해 섬에선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힘들다. 성수기에는 미리 부탁하면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다솔찻집(055-642-2916)에서는 커피와 녹차를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통영↔소매물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11시, 오후 2시10분에 섬사랑1호와 엔젤3호(055-645-3717)가 출발한다. 1시간 20분 소요.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 횟수와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정기노선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이 대부분이라 걷는 수밖에 없다. 섬을 일주하는 데 4~5시간 걸린다. 주민 소유의 보트를 이용해 섬 주변을 관광할 수도 있다(1회 왕복 3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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