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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그는 왜 ‘항명파문’ 방아쇠 당겼나

채수창 서장의 반란 충격 일파만파… 조직불만·정치야심·꼴지의 반란 온갖 설 난무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그는 왜 ‘항명파문’ 방아쇠 당겼나

그는 왜 ‘항명파문’ 방아쇠 당겼나

채수창 서울강북경찰서장이 6월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동반사퇴’ 직격탄을 날렸다.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양천경찰서 고문의혹 책임을 조 청장에게 물은 채 서장의 발표는 ‘상명하복’ 경찰조직의 뿌리를 흔들었다. 총경인 서장이 치안정감인 서울경찰청장에게 항명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07년 경찰대 1기 황운하 당시 총경이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지만, 공개적인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었다. 또 이 청장의 지휘 스타일이 아닌 개인 비위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조직 내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채 서장의 기자회견 배경을 두고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채 서장의 출신, 고향, 성격, 실적 등을 따져본 다양한 추측이다. 채 서장과 조 청장의 경찰 입문 배경을 고려한 경찰대 vs 고려대-영남 설, 조 청장 아래에서 승진길이 막히자 돌출행동을 했다는 설, 정치에 대한 욕심이 있어 기자회견을 택했다는 설 등 설이 넘치지만 일선 경찰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왜 그랬을까”

추측 중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설은 채 서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조 청장식 실적주의에 대한 반기’다. 강남지역 한 경찰대 출신 경찰은 “조 청장은 성과주의라고 하지만, 성과주의는 개인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조 청장의 성과주의는 일선 서(署)의 사정을 무시한 단순한 실적 집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대 출신의 A경정도 “실적만 따진 뒤 경찰조직이 많이 망가졌다. 채 서장이 조직에 대한 애정 때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실적주의 평가를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조 청장식 실적주의’라고 말하지만 우선 ‘실적주의’는 어제오늘에 생겨난 게 아니다. 형사활동평가는 1996년에 시작됐고, 2006년 노무현 정권 때는 정부업무평가 기본법 시행에 따라 전 행정부처에 성과주의가 도입됐다. 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조 청장은 광범위한 평가 항목을 선택과 집중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 청장식’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조 청장의 ‘불도저식’ ‘독일 병정식’ 지휘 스타일은 경기지방경찰청장 당시 붙은 닉네임. 당시 조 청장은 경기도 경찰관을 강하게 밀어붙여 민생침해사범 검거율을 155%나 올리는 등 높은 실적을 냈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집착한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지방청 소속 경찰은 조 청장이 서울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경기청 시절만큼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왜 ‘항명파문’ 방아쇠 당겼나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4개월 연속 꼴찌하는 게 문제다”며 채 서장의 요구에 반박했다.

서울청 소속의 한 경찰은 “조 청장 취임을 두고 쓰레기차(주상용 전 서울경찰청장) 피하려다 똥차(조 청장)에 받혔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조 청장이 서울청에 온 뒤에는 과거 경기청장 시절처럼 마구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 서장이 문제 삼은 양천서 고문 의혹도 조 청장 부임 전인 지난해부터 일어난 사건인 만큼 조 청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인 반발감에 따른 돌출행동으로 보는 설도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찰대 1기생은 선배가 없어 좌충우돌하는 경향이 있다. 실적 평가에서 연달아 꼴찌를 했고, 조 청장 체제 아래서는 승진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 돌출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 서장은 기자회견에서 감찰 인력을 동원, 실적을 압박하는 조 청장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채 서장 비위설도 제기됐다. 채 서장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비위를 경찰 내부에서 감찰했고, 채 서장이 마지막 카드로 기자회견을 선택했다는 설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경찰의 채 서장에 대한 감찰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감찰계통 관계자는 “들은 바 없다. 예전에 이런저런 감찰을 한 적은 있지만, 채 서장이 감찰을 받았다는 건 전혀 생소한 얘기”라고 전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부인하지만 경찰대 조직을 위해 채 서장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도 있다. 고문 의혹으로 자리를 비운 양천서 서장이 경찰대 1기인 점, 서울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정 특채 출신인 조 청장과 경찰대 1기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경쟁했던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 경찰들도 “왜 하필 채 서장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해 120명이 배출되는 경찰대 출신들은 동문으로서의 동질감도 있지만 치열한 승진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상호 견제도 심해 ‘희생정신’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개인적 반발에 경찰조직 흔들

온갖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 진출에 포석을 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경찰을 그만둔 경찰대 1기 출신은 “기자회견은 사회적 파장을 노린 정치적인 방식이다. 채 서장이 경찰조직 문제에 갑갑함을 느꼈다면 직접 정치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청장의 실적주의에 대한 비판이 현 정권의 성과주의, 실적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채 서장의 고향이 전북 군산으로 야당세가 강하고, 고향 바로 옆 김제경찰서에서 복무할 때 인맥관리를 잘했으며, 민주당 조배숙 의원과 친인척 관계라는 이유 등으로 이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기 졸업생은 “채 서장은 영등포경찰서 정보2계장으로도 근무했다. 업무와 관련된 일이겠지만 여의도 관계자들과 술자리도 했다. 국회의원들과 접촉하는 만큼 정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 서장은 7월 1일 항명과 관련해 경찰청 감찰조사를 받았다. 채 서장의 선택 배경이 무엇이든 뿌리가 흔들린 경찰조직은 갈림길에 섰다. 한 경찰은 “스폰서 검사 사태 때 검찰을 견제해 수사권 독립 등 경찰조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했는데 양천서 고문 의혹이 터지는 등 구설로 경찰조직의 힘이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채 서장의 선택이 갈등만 남길지, 환골탈태의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0.07.05 744호 (p24~25)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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