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2010.06.21

지하 동굴 ‘보트 탐험’ 짜릿하네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자연박물관 … 팔라완 심해,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

  • 글·사진=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10-06-21 1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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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동굴 ‘보트 탐험’ 짜릿하네

    1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동굴 국립공원’에는 사람의 출입을 허용하는 세계 최장(8.2km) 동굴 강(江)이 흐른다. 2 커다란 해파리 모습의 동굴 암석.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필리핀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동굴 국립공원(St. Paul Subterranean National Park)’은 동굴 밑으로 거대한 강물이 흐르는 신비스러운 곳이다. 길이가 약 8.2km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지하 동굴 강(江)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동굴 속에는 약 2000만 년 전 생성된 기기묘묘한 석순과 종유석, 수많은 박쥐 등이 있다.

    얼마 전 필자는 마닐라에서 팔라완까지 가는 필리핀 국내선에 올랐다. 비행기 창문 너머 남태평양에 점점이 떠 있는 청록색 산호초 섬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팔라완은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약 586km 떨어진 곳으로 필리핀 쥐사슴, 살쾡이, 바다악어 등 수많은 야생동물과 울창한 산림지역이 잘 보존돼 있다. 수산물과 광대한 산악지대에서 공급되는 목재가 주요 생산품. 팔라완의 남북 길이는 434km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팔라완 섬 주위에는 또 다른 작은 섬이 무려 1700여 개나 있는데 대부분 무인도다.

    팔라완에서 비행기가 내린 곳은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다. 팔라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한나절이면 주요 지역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다. 팔라완 섬의 명물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동굴은 199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곳으로 스위스에 있는 ‘뉴 세븐 원더스(The New 7 Wonders)’라는 단체에서 뽑은 ‘세계 28대 자연 명소’에도 포함됐다. 석회암 동굴과 대리석 절벽 사이를 수정처럼 맑은 강물이 흐르는데 어떤 곳에서는 호수를 이루기도 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세인트폴(St. Paul) 산 아래에 있는 동굴 속의 강물은 8.2km 정도 굽이쳐 흐르다가 남중국해로 흘러든다.

    기암괴석의 신비스러운 지하 동굴

    이른 아침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1시간 반 걸려 도착한 사방(Sabang) 해안. 부두에 있는 여행정보 센터에서 동굴탐험 허가증을 파는데, 필리핀 사람은 150페소, 외국인은 200페소(약 8000원)다. 이곳에서 허가증을 받고 ‘방카’라 부르는 필리핀의 전통배를 타고 15분쯤 가면 지하 강 입구 해변에 도착하는데, 다시 5분쯤 숲길을 걷다 보면 지하 강 동굴탐험 선착장이 나타난다. 동굴탐험은 8명 정도 탈 수 있는 보트에 몸을 싣고 동굴 속을 1km 남짓 둘러보는 것으로, 그 이상 먼 곳은 안전 문제로 배가 운행되지 않는다.



    동굴 내부로 들어서니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이 흐르고 갖가지 형태의 종유석과 석주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강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은 대략 9m. 보트 맨 앞에 자리한 사람이 조명을 비추고 안내자가 노를 저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영겁의 세월을 지켜온 수많은 석순과 종유석 중에는 큰 해파리 모습을 한 것도 있고, 베이컨처럼 얇은 바위가 벽에서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온 것도 있었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자이언트 베이컨’이라 부른다. 캄캄한 동굴 속을 많은 박쥐와 제비가 오갔는데,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초음파로 교신하며 특유의 소리를 내기 때문에 ‘충돌사고’ 없이 다닌다고 한다.

    지하 동굴 ‘보트 탐험’ 짜릿하네

    3 필리핀 전통배 ‘방카’. 4 새끼를 품고 있는 야생 원숭이. 5 팔라완 심해는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다.

    동굴에서 나와 원숭이 오솔길(Monkey Trail)과 정글 오솔길이 있는 트레킹 길을 걸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도중에 원숭이들이 전혀 사람을 겁내지 않고 다가와 앞서 가던 여성의 핸드백을 뒤졌다.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세인트폴 산도 지하 동굴과 더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팔라완의 도스팔마스 섬도 지나칠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섬에 리조트를 만들어 1998년 개장했는데 새하얀 백사장에 서 있는 아름드리 야자수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닷물, 망망대해의 아름다운 리조트에 빠져 지내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해변은 밀가루를 깔아놓은 것처럼 곱고 희다. 섬에는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일명 ‘망고롭’ 나무가 널려 있다.

    다이버의 파라다이스 도스팔마스

    팔라완 심해는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 중 하나이고 낚시를 즐기기에도 최상의 장소다. 형형색색의 산호초가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하는 팔라완 앞바다는 물론 주변 섬들도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의 천국이다. 자연보전지구로 지정해 물고기를 보호하므로 열대어가 지천이다. 특히 혼다베이 부근 섬 앞바다에 이상적인 스노클링 장소가 많다. 투명한 바닷물에 뛰어들어 신비로운 바닷속을 마음껏 구경하며 갖가지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물속에서 빵 부스러기를 조금씩 주면 금세 열대어가 떼 지어 몰려와 주변을 맴돈다. 용감한 물고기는 아예 빵을 쥔 손을 물기도 한다.

    팔라완 섬 북부에는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투바타하 리프 국립해양공원이 있다. 이곳엔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데 북쪽의 작은 섬들은 거북과 철새의 서식지다. 이곳을 여행하려면 6주 전에 선박과 필요한 장비를 예약해야 한다.

    [여행정보]

    교통편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간 뒤(3시간 30분 소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가야 한다.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선박을 이용하려면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 떠나는 배를 타면 된다. 토요일 오후 8시에 도착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지하 강 국립공원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간 뒤 배로 15분쯤 가서 동굴 입구부터는 작은 보트를 타고 들어간다.

    시차 한국과 1시간 차이가 난다. 한국이 12시면 필리핀은 오전 11시

    언어 영어와 타갈로그어가 공용어다.

    전압과 기후 가정용 전압은 220V. 기후는 1년 내내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열대몬순형 기후대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건기, 서기, 우기의 세 시기로 나뉜다. 여행하기 좋은 때는 3~6월.

    도스팔마스 리조트 아레세피 섬 소재.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혼다베이까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며 다시 배를 타고 1시간쯤 가야 한다. 야외 풀과 자쿠지, 스파, 다채로운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dospalmas.com.ph).

    필수품 필수품 : 선글라스와 수영복, 선블록 크림, 샌들, 모기약, 비상약

    여행 문의 필리핀 관광청 한국사무소(wowphilippine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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