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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천안함 사고 원인 발표 그 후… 01

제주해협서 남북 잠수함 한판 붙나

천안함 응징 제주해협 봉쇄 땐 북한 큰 타격 … 바다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제주해협서 남북 잠수함 한판 붙나

제주해협서 남북 잠수함 한판 붙나

지난해 9월 10일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한 북한 상선. 당시는 우리 해경 함선이 호위를 했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발표로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폭침시킨 범인으로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을 지목했다. 연어급은 상어급보다 작고 유고급보다 큰 잠수정으로, 북한이 이란 등 제3국에 수출하기 위해 새로 만든 것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됐지만 제원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합조단은 천안함 공격에 “연어급과 상어급이 함께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합조단은 미국에게서 받은 인공위성 정보 분석을 통해 “사건 2~3일 전 상어급, 연어급 잠수정이 모선과 함께 서해 북한 해군기지(비파곶으로 추정)를 나왔다가 사고 2~3일 후 복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천안함 공격자로는 연어급을 꼽았는데, 그 이유를 한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 현장은 수심이 낮아 상어급은 작전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상시엔 1차적으로 연어급이 공격하고 여의치 않으면 상어급이 하는 게 상례지만, 이번엔 연어급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하자 바로 퇴각했다는 것.

이번 조사발표에서는 미국이 과거 북한이 중남미 국가에 무기를 팔기 위해 만든 어뢰 소개책자를 입수한 사실도 공개했다. 합조단은 이 책자에 실린 CHT-02D 감응(感應) 중어뢰 사양 및 설계도가 쌍끌이 어선으로 사건현장에서 찾아낸 어뢰 축(샤프트)의 프로펠러(스크루) 크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찾아낸 이 프로펠러에는 잉크로 쓴 ‘1번’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글을 쓰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뿐. 북한제가 분명한 어뢰에 한글이 적혀 있으니, 천안함을 공격한 것은 북한이 분명하다는 게 합조단의 판단이다.

합조단의 과학적 발표에 북한은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북한 국방위는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물증 확인을 위해 국방위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사건 발표와 관련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 전쟁을 포함한 여러 강경 조치로 대답할 것”이라며 위협을 가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어뢰 파편이 북한제 어뢰 사양과 정확히 일치하고 여기에 ‘1번’이라는 한글이 씌어 있었다는 대목은 천안함 공격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 대통령도 이를 보고받았을 때 “운이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북한의 도발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 이 증거를 들이밀면 “과학적 조사를 해야 한다”며 애매하게 북한을 지지하던 중국도 할 말이 없어진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 상정했을 때 중국이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어뢰 증거물에 당황하는 북한

그렇다면 정부가 북한에 응징 차원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안보리 상정과 각종 경제적 제재, 북한에 대한 지원 중단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가장 확실하게 북한을 괴롭힐 수 있는 무기는 제주해협 봉쇄다. 실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발표를 계기로 한국은 남북해운합의서(이하 해운합의서)에 의한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금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해운합의서는 노무현-김정일의 10·4선언을 토대로 한 것. 따라서 10·4선언을 파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운합의서를 폐기하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해운합의서에는 제주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북한 상선이 준비하고 우리 측이 허가해야 할 사항이 적잖게 나열돼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를 관대히 적용해 무조건 승인했는데, 지금부터 엄격히 심사해 모두 불허한다면 북한으로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제주해협 봉쇄 조치가 실제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상시나리오를 쓰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일단 한국이 통항을 막으면 북한은 10·4선언을 위반했다며 막무가내로 상선을 제주해협에 집어넣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해군이 상선을 운용하는데, 일부 상선은 공작선이나 잠수정을 싣고 다니는 모선으로 이용된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한국은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북한은 10·4선언을 지키라며 공해로 우회한 상선을 강제로 제주해협에 투입한다. 그 순간 제주해협에 위기감이 형성된다.

제주해협서 남북 잠수함 한판 붙나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 관계자가 북한 어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무역량의 96% 정도를 바다로 수송하는데, 이러한 항로의 절대 다수가 남해를 지난다. 남해를 지나는 무역로 가운데 하나가 중동에서 오는 원유수송로다. 한국으로 오는 유조선은 원유를 가득 싣고 있어 매우 느리다. 이러한 유조선을 잠수함이 어뢰로 공격하면 유조선은 금방 격침되고, 주변은 기름으로 오염된다. 한국행 유조선이 정체불명의 잠수함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모든 유조선사는 한국으로 배를 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한국의 물가는 치솟고 경제가 어려워진다.

북한이 제주해협에서 긴장을 조장하면서 우리 유조선을 몰래 공격하면 한국은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다. 따라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일격을 당한 한국은 당장 70여 척의 북한 잠수함 행적을 모두 쫓아야 한다. 연어급이나 유고급 잠수정은 모선에 실려 이동하는 경우도 적잖으므로, 모든 모선을 확인해 행적을 쫓아야 한다. 그러나 잠수함정은 잠항한 뒤에는 추적이 쉽지 않다. 추적은 잠항할 때부터 해야 한다.

따라서 동해의 퇴조항이나 서해의 비파곶처럼 북한 잠수함정이 모인 곳에 우리 잠수함이 침투해 있다가 북한 잠수함정이 나오면 몰래 그 뒤를 추적한다. 그러다 북한 잠수함정이 우리 수역으로 들어오면 바로 공격해 침몰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이러한 기습 공격이 성공하면 북한도 긴장해 쉽게 잠수함정을 내보내지 못한다. 한국은 우리 수역으로 들어온 북한 잠수함정을 공격한 것이라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이것이 제주해협의 위기를 줄이면서도 표 나지 않게 천안함 침몰사건에 보복하는 방법이다.

끝없는 2라운드 시작! 통일로 가는 길

한국은 이 방어적인 잠수함전을 잘 수행해야 한다. 북한 잠수함정이 남해로 내려와 유조선을 비롯한 기타 상선을 격침한 뒤에야 이 작전을 성공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북한이 쥐도 새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처음 잠수함정을 침투시킬 때 바로 추적해 우리 해역에서 격침시켜야 북한의 의도를 꺾고 우리의 승리감을 배가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도를 허용하고, 그 뒤 10개 시도를 막아내는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 없는 승리다.

이러한 작전의 승리로 제주해협 위기가 소강상태에 들어간다고 해도 한반도의 긴장은 끝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 잠수함정이 또 넘어오지 않을까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발표를 계기로 한국은 대북 심리전을 재개했기에 DMZ(비무장지대)에서의 긴장도 현저히 높아져 있다. 어쩌면 이 긴장은 통일되는 날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합조단 조사발표까지가 1라운드라면, 합조단 발표 이후는 끝이 보이지 않는 2라운드다. 2라운드는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된다”고 말한다. 2라운드를 한국 승리로 빨리 끝내는 방법은 국제 공조로 북한을 고립시키면서 북한 내부에서 독재정권을 타도하자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도록 공작하는 것이다. 반(反)김정일 운동이 일어나면 북한은 체제 유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대남 군사 도발을 하기 힘들어진다.

합조단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발표는 많은 고통을 주지만, 한반도가 통일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은 역사적이고, 이 사건 직후의 군사 대결도 역사적이 될 것이다. 한글이 쓰인 어뢰 파편을 발견한 것처럼, 역사는 과연 대한민국 국민과 이 대통령에게 행운을 안겨줄 것인가.



주간동아 2010.05.24 738호 (p16~17)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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