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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우윳값은 왜 카드 결제가 안 됩니까?

고가 제품 잇따라 출시하면서 현금 수금 여전 … 소비자들 “생각을 바꿔라” 목청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우윳값은 왜 카드 결제가 안 됩니까?

우윳값은 왜 카드 결제가 안 됩니까?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문모(37) 씨는 최근 우유 가정배달을 신청하려다 생각을 접었다. 집 근처 국내 대형 우유업체 고객센터(대리점)에 모두 전화를 걸어봤지만 카드로는 대금 납부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

“보통 가정배달용 우유 1ℓ짜리 한 팩이 2300원 정도 해요. 가족이 마시는 우유 양을 고려하면 하루 2팩이 필요한데, 그러면 한 달에 11만5000원(25일)이에요. 이 정도면 카드 결제가 낫겠다 싶어 문의했더니 대리점 모두 자동이체나 지로만 가능하다네요.”

천신만고(?) 끝에 상담센터를 통해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소개받은 대리점과 통화하면서는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휴대용 카드단말기가 아니라 보통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카드단말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거워서 집에까지 들고 가기 어렵다며 현금으로 내달라는 거예요.”

그는 결국 조금 불편하더라도 집 근처 할인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할인점에서는 같은 제품을 1900원에 팔아 1팩에 400원을 아낄 수도 있다.



“수금 어렵고 세원 노출” 변명

포인트 적립과 소득공제 등을 이유로 카드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늘고 있지만 정작 서울, 남양, 매일우유 등 유업계 ‘빅3’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정배달 우유업체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 카드 결제가 된다고 해도 도심지 법인카드 고객이거나, 연체로 결제대금이 많아졌을 경우 고객이 직접 대리점에 가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유는 이렇다. 한 유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통 우유배달이 새벽에 이뤄져 오후에 대리점주(대리점장)가 집집마다 수금(카드 결제)하러 다니기 어렵고, 수금을 한다손 쳐도 수금률이 60% 정도밖에 안 된다. 여러 차례 다시 방문해야 한다. 여기에 10만~20만 원의 단말기 가격도 부담이고 세금과 수수료 문제도 얽혀 있다.”

업체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국에 1100여 개 대리점이 있는 서울우유는 “현금 납부 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고, 지로 납부와 자동이체로도 충분해 내부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고객이 요구한다면 응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현재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고객과 카드 결제를 고집(?)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전국 가정 대리점 270여 개(전체 700여 개) 중 15% 정도에서 카드 결제가 되는데, 연체 금액이 많은 고객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액 결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KT와 제휴를 맺어 휴대전화 단말기 소액결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매일유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드단말기 이용 가입비가 월 10만 원인 데다 가맹점 수수료, 관리비용 등이 추가돼 부담스럽다. 지방은 배달원이 수금해서 입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도권에선 배달원이 수금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한 대리점이 평균 1000~2000가정의 고객을 관리하는데 대리점주가 직접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문씨처럼 고액 고객이면 상식적으로 (카드 결제를) 해주는 게 맞다. 대리점에서 카드 결제를 한사코 거절하면 직접 본사로 전화하면 결제를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G마켓 등 제휴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물량은 카드 결제가 되지만 가정배달은 본격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리점은 10~15%라고 보면 된다. 소비자의 니즈(수요)가 있으면 연구해보겠다.”

기능성 발효유 1개에 2000원인데…

유업체는 10~15%의 대리점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강조하지만, 이것도 본사에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주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직접 카드단말기를 구입해 가능한 것이다. 본사는 카드 결제에 뒷전인데, 대리점주 스스로 고객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3년 전에 20만 원을 주고 휴대용 카드단말기를 구입했다. 단말기 이용 금액은 기본요금과 결제 전송료 포함해 월 1, 2만 원이다. 2500여 가구에 배달하는데 고객의 5~10%가 카드 결제를 원한다. 고객이 원하면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또 다른 우유업체 대리점주는 카드 결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세금문제에서 찾았다.

“현금결제 시 각 대리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만, 발급을 원하지 않는 고객도 상당수다.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대부분의 매출이 노출되지만 그렇지 않은 매출도 있다. 카드로 결제를 하면 월 매출 500만~ 600만 원인 간이과세자(대리점주) 처지에선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의 생각은 달랐다. 이 회사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수용해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전국 1만3000여 명의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카드단말기를 보급했고, 올해까지 전국 어디서든 100% 카드 결제 서비스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카드 사용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과 소득공제와 카드 포인트를 꼼꼼하게 챙기는 주부가 주요 고객인 만큼 서비스 차원에서 적극 시행하고 있다. 카드 사용과 매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충해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고객 모두가 카드 결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이체나 지로 납부(CMS는 건당 260원, 지로는 23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도 가능하다. 대리점으로선 수금(결제)이 어려운 측면도 있고, 카드 결제 자체를 하찮은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기능성 발효유 1개 값이 2000원대에 이르고, 우유와 함께 발효유를 배달받는 가정의 월평균 지출이 10만 원이 넘는다면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고가 제품을 쏟아내는 만큼 결제의 폭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역마다 우윳값이 다른 이유

인건비·물류비 등으로 대리점마다 50~200원 차이


우윳값은 왜 카드 결제가 안 됩니까?

고가 기능성 발효유가 출시되면서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가정배달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가정배달 우유 값이 지역마다 다르고,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우유가 가정배달 우유보다 싼 이유는 뭘까.

한국야쿠르트를 제외한 우유업체들은 지역마다 인건비와 물류비, 점포 임대비 등이 다르므로 대리점에 따라 50~200원의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유제품 가격은 같지만, 개인사업자(대리점주)가 스스로 이익을 낮춰 많이 팔겠다고 나서면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하든 비싼 값에 팔든 자유라는 얘기다.

“대리점주는 우유 판매가의 10~20% 이익을 남긴다. 물론 비싸게 팔아 이익을 더 남길 수 있다. 그러나 할인점은 5~6%다. 만일 우유 공급가격이 1000원이면 대리점주는 1150원에, 할인점은 1050원에 판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야쿠르트 제품은 전국 판매가가 동일하다. 이유는 대리점이 판매한 물량만큼 본사에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많이 팔면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




주간동아 2010.05.17 737호 (p40~41)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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