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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대형마트 vs 자영 주유소 강제조정서 누가 웃을까

매출 급감에 주유소 업계 강력 반발 … 기름전쟁 파국으로 치닫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대형마트 vs 자영 주유소 강제조정서 누가 웃을까

대형마트 vs 자영 주유소 강제조정서 누가 웃을까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대형마트와 주유소 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싸잖아요. 저는 기름 넣으러 여기만 와요.”

5월 11일 경기 용인시 이마트 구성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7) 씨는 이곳을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곤 서둘러 차에 기름을 넣은 뒤 주유소를 빠져나갔다. 이날 이마트 주유소 기름값은 1659원. 여타 지역 기름값이 1700원 후반대임을 고려한다면 무려 1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렇게 싸다 보니 이른 시각임에도 김씨처럼 차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으로 주유소는 만원이다. 직접 주유해야 하는 셀프시스템이지만 모두 익숙하다는 듯 차에서 내려 기름을 넣는다. 마트에 장을 보러온 주부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다. 인근 한 주유소 사장은 “출퇴근 시간 때나 명절이 가까워지면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이마트로 몰리는 탓에 이곳을 지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마트 구성점 주유소가 싼값으로 소비자를 공략하자 인근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값을 낮췄다. 용인시 초입에 들어서면 이마트 구성점에 이르기까지 주유소 서너 곳이 나온다. ‘1739원, 1729원, 1722원, 1717원….’ 이마트에 가까워질수록 기름값은 떨어져 점차 이마트 주유소 기름값에 수렴한다.

마트 주변 주유소 체감불황에 시름

대형마트의 편리성과 싼값을 앞세워 이마트가 2008년 전국 처음으로 구성점에 주유소 문을 연 뒤 이곳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9년 4월 월 매출액 30억여 원에 주유 건수 5만5000여 건이던 것이 1년 사이에 월 매출액 40억여 원, 주유 건수 6만3000여 건으로 늘었다. 대형마트 이용고객 수도 하루 3%(최소 4000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이용자들이 주유소를 이용하고, 반대로 대형마트 주유소를 이용하면서 겸사겸사 마트까지 들르다 보니, 두 곳의 매출이 동시에 오르는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이마트 주유소가 대박을 터뜨리자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 홈플러스 등 여타 대형마트도 앞다퉈 주유소 영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용인을 비롯해 구미, 일산 등 전국 8곳(이마트 5곳, 롯데마트 2곳, 농협하나로마트 1곳)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10여 곳의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형마트 주유소 영업이 호황을 구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인근 10km 주유소는 초토화됐다. 주유소 매출액이 40~50% 빠졌고, 문을 닫는 곳까지 생겼다.

이마트 구성점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모(50) 사장은 “임대료, 카드 수수료, 인건비 등을 빼면 생활비 건지기도 빠듯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한 사장의 경우 사업이 잘될 때는 세차인원까지 10명 이상을 고용했지만, 지금은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자신이 직접 주유기를 잡는다. 생수, 화장지 등 기름을 넣을 때마다 지급하던 상품도 모두 없앴다. 그는 “이렇게 원가 절감을 하지 않으면 견딜 재간이 없다. 임대계약이 2년 정도 남았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주유소를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형마트 주유소처럼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셀프주유기 설치비용만 추가로 1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형편에선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한국주유소협회 정상필 팀장은 “대형마트 주유소들은 기름을 공급받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야 마트 매출로 주유소 매출의 손실을 메울 수 있겠지만, 자영 주유소는 그렇지 못하다”며 “경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니 자영 주유소들은 다 죽어나가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름값 인하 정부 정책 유지

대형마트 vs 자영 주유소 강제조정서 누가 웃을까

국내 1호 대형마트 주유소인 경기도 용인시 이마트 구성점. 2010년 4월 월 매출액이 40억여 원에 이르며 하루에 평균 2100건의 주유 건수를 기록할 만큼 호황이다.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2008년 3월 물가가 급등하자 이명박 정부는 대형마트 주유소 설치를 비롯한 52개 생활필수품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대형마트 주유소가 기존 주유소와 가격경쟁을 벌여 기름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기름값 인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부의 유가 안정 정책에 발맞춰 고객들이 싼값에 기름을 구입할 수 있도록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기름값 인하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유소 업계는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일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주유소 사장은 “장기적으로 중소 자영 주유소가 절반 이상 사라지면 결국 대형마트 주유소에 의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다. 지금이야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독과점 후에도 기름값을 낮추리라는 보장이 없다. 기름값 정상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보다 앞서 대형마트 주유소를 도입한 영국, 프랑스에서 이런 전례가 있었다.

주유소 업계와 대형마트의 갈등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확산됐다. 울산 남구, 전북 전주, 경남 양산, 전남 순천 등 전국 20여 곳의 지자체는 자영 주유소와 대형마트 간 안전거리 확보 등 주유소 등록요건 고시 제정으로 대형마트 주유소 진입에 제동을 걸었다. 6·2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지자체들은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한 공무원은 “그렇지 않아도 대형마트 때문에 영세 상인들이 다 망하게 생겼다. 지역에서 거둔 매출을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가져가니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안 된다. 자영 주유소가 도태하면 지역경제가 흔들리는 만큼 대형마트 주유소를 보는 눈이 곱지 않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최세나 사무관은 “현재 작업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지자체가 조례나 고시 제정으로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중단시키는 것을 막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법원도 정부 손을 들어줬다. 5월 3일 광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김병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부설 주자창 내 주유소 설치를 불허한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순천시와 여수시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건축허가 신청불허가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나란히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소송과 별도로 물밑에선 양측이 협상을 벌였지만 “대형마트 주유소의 주유기를 25% 줄이라”는 주유소 업계의 주장에 이마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부함으로써 협상은 고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한국주유소협회는 2009년 8월 전북 군산시와 경북 구미시 이마트 주유소를 대상으로 “이마트 주유소가 인근 자영 주유소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제출했다.

중기청 중소기업사업조정팀 관계자는 “한국주유소협회와 이마트가 네 차례에 걸쳐 자율조정을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최근 다시 한 번 자율조정할 기회를 줬으며 이때도 합의하지 못하면 10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사업조정심의위원회가 강제조정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기청이 어떤 최종 결정안을 내릴지 득실계산에 분주하다.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이 순탄하게 이루어질지, 아니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가맹점화처럼 제동이 걸리지 결과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0.05.17 737호 (p36~37)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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