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7

2010.05.17

애들이 무엇을 배울까요?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5-17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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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신초등학교는 ‘쉬는 시간 5분’을 취재하며 만난 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쉬는 시간 중 하루 2번은 5분씩만 갖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만난 학부모들에게 쉬는 시간이 5분밖에 안 되는데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며 학교 편을 들었습니다. 학교는 건물이 재건축 중이라 안전문제도 있고 방과 후 노점들이 하굣길을 가득 메워 아이들을 일찍 하교시켜야 하는 이유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방과 후 시간에 다시 찾은 학교는 정상적인 하교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인근 복지회관에서 하굣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노점상들이 자체적으로 자율질서위원을 두고 있다지만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아온 인파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하교하는 사이로 어지럽게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오가고, 구경꾼들이 손에 쥔 담배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향했습니다. 술에 취한 노숙자가 인도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고, 행색이 남루한 아저씨는 봉사자에게 시비조로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성인용 유해매체를 파는 노점도 있었습니다. 낯 뜨거운 사진과 제목을 드러낸 CD가 버젓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애들이 무엇을 배울까요?
    학부모들의 마음은 애간장이 타는데 구청도, 경찰도, 교육청도 느긋했습니다. 구청은 매일같이 민원이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단속을 피했습니다. 경찰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교육청은 단속권한이 없다며 구청에 해결을 미뤘습니다. 학교보건법상 노점은 유해시설에서 빠져 있다고 합니다. 규정도 좋지만 노점상 물결에 갇힌 초등학교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위험한 하굣길에 학부모들은 늘 마음 졸이고, 학교는 도움받을 곳이 없어 상인회와 협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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