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4

2010.05.04

김효재 의원 “발목 잡지 마라” vs 노영민 의원 “일방통행 여전”

대표적 보수 對 진보 의원이 본 18대 국회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0-04-26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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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의원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성북을)은 “대표적인 보수 의원으로 뽑아주니 인생을 그리 헛되게 살지는 않은 것 같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충북 청주 흥덕을)은 “진보적이기보다 합리적인 사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주간동아’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18대 국회의원 의식조사 분석 결과 두 의원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의원군(群)에 뽑혔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의 반응이다. 인터뷰는 따로 진행했지만, 두 의원은 입이라도 맞춘 듯 상대에 대해 “두 차례 TV토론을 함께 했는데, 상대를 이해할 줄 아는 열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8대 국회 전반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상대 탓’이 앞섰다. 노 의원은 18대 국회가 보여준 한계의 원인을 여당의 일방 독주에서 찾았고, 김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으로서의 반성과 야당의 발목잡기, 거대 여당의 무기력에서 찾았다.

    “(18대 국회에서)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노영민), “(야당을 보면) 큰 벽을 보고 있는 느낌”(김효재)이라는 두 의원의 말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18대 국회의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포용과 설득, 합리적 다수결은 정치학 원론에만 있는 말일까.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의원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

    “수초 있어야 물고기 사는데 … 지금은 정치 시스템 바꿔야 할 때”

    김효재 의원 “발목 잡지 마라” vs 노영민 의원 “일방통행 여전”
    ▼ 18대 국회 전반기에 대한 평가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뽑아준 유권자에게도 죄송하고…. 정치 신인들은 국회에 들어올 때 기존 정치권의 행동과 결정 등을 바꾸겠다고 다짐하지만, 거의 바꾸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지역구를 위해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국내 정치 전반을 크게 바꾸지도 못했다. 솔직히 초선의원으로서 재선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정치권에 들어올 때의 다짐은 무엇이었나?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은 이념 과잉에서 경제와 실용으로 바꿔라, 그리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표출된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정치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의회까지 압도적 다수를 확보해 꿈이 실현되리라고 봤다. 그런데 ‘압도적 다수의 함정’을 발견했다.”

    ▼ 압도적 다수의 함정?

    “국민은 압도적으로 다수를 당선시켜줬는데 돌이켜보면 한 일이 없다는 느낌이다. 소수인 야당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그게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느껴지는 무력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시작하지 않았나. 그것을 하라고 국민이 지지해줬는데, 해머가 등장하고…. 국민은 그런 것도 조율하지 못하느냐고 말하고, ‘밀어붙인다’는 이미지도 생겨나고…. 안팎으로 비난을 받는다.”

    ▼ 야당에선 오히려 일방통행이라고 주장하는데.

    “합리적 다수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정치문화 때문이 아닐까. 정치학 개론을 보면 한나라당은 못할 게 없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한미 FTA만 해도 전 정부가 추진하던 일이다. 천안함 침몰사고를 두고도 의혹 운운하며 국정감사를 하자고 한다. 자식이 맞고 왔다고 부모가 때리면 되겠나. 맹목적인 갈등구조에 편 가르기 아닌가. 저급한 수준의 리더십이다. 오히려 야당 지도자들이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발언을 했으면 중도를 흡수해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야당을 보면) 벽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소통의 문제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여야 간 활발한 물밑대화가 있었다. 일종의 완충지대 구실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물밑대화를 야합, 굴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야당에선 (물밑대화를) 꺼리고, 여당에선 안 하고…. 그런 상황이 됐다. 일부에선 ‘막후정치’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다. 막후는 권한을 위임받고 상대의 이야기를 보스에게 전달해 양보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서로가 말려들면 변절자가 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개울에 돌멩이도 있고 수초도 있어야 물고기가 살지 않겠나. 콘크리트 일색이면 죽는다.”

    ▼ 소통 부재가 18대 국회의 입법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4월 12일 현재 의안 가결률은 14.8%. 15대 국회는 57.4%, 17대 국회는 25.5%였다. 여당은 입법전쟁을 강조하고 야당은 폭력으로 맞서 국회 파행이 잦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의 임무가 법안을 만드는 것인데 부끄럽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놓아줘야 한다. 지역구 활동과 입법 활동은 제로섬 게임이다. 따라서 국회 운영 시스템을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 중심으로 바꾸면 입법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국회가 열리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하는 데 2주가 흐른다. 신문에 국무위원이 앉아 있고, 국회의원은 없는 사진이 게재되지만 여기에는 ‘지독한 역설’이 있다. 10분의 대정부 질문에서 고함만 쳐도 시간이 간다. 질문이나 답변에는 깊이가 없다. 그 시간에 상임위로 바로 들어가면 질문 및 답변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 의원은 공부도 더 해야 한다. 상임위 중심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 하반기 의정 활동 계획은?

    “(박희태) 대표 비서실장으로 1년간 활동하면서 당무 전반에 대해 많이 배웠지만 상대적으로 나를 뽑아준 지역구 활동에는 소홀했다.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 어려움에 대해 듣고 입법 활동을 강화하겠다.”

    ▼ 의원 배지가 없다(그의 양복 상의에는 국회의원 금배지가 없었다).

    “유의미한 국가 시스템을 만들 때까지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혼자 되새긴다. 나 자신에게 부여한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영원히 달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 민주당 노영민 의원

    “巨與 독주가 소통 가로막아 … 야당 인정하고 정치 복원해야”

    김효재 의원 “발목 잡지 마라” vs 노영민 의원 “일방통행 여전”
    ▼ 대표적인 진보 의원으로 뽑혔다.

    “글쎄. 나보다 더 진보적인 의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수자 보호나 인권 문제에선 상당히 진보적이지만, 국제관계나 경제 문제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다. 시장기능을 중요시하고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 18대 국회가 이제 절반을 지난다. 전반기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18대 국회는 이 대통령의 임기 속에 들어가 있다. 국회는 정권에 대한 견제가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대 여당은 의회정치의 후퇴를 가져왔다. 한나라당과 우호세력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 아닌가. 제1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재적의원 3분의 1 이상)도 못하는 처지라 행정부를 견제하기도 어려웠다. 소통이 안 된다.”

    ▼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국회에서 소통이 안 된다?

    “저쪽(한나라당)에서 이슈 10개를 밀어붙이면 우리는 ‘8개만 해라. 2개는 검증을 거친 뒤 차후에 하자’고 요구했다. 야당도 체면이 있지 않나. 그런데 대화와 타협을 시도할 때마다 한나라당은 ‘우리 손을 떠났다. 청와대를 만나보라’고 한다. 4대강, 세종시 문제, 미디어법 등이 모두 그랬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옛날 열린우리당 때도 당청(黨靑) 관계를 놓고 비판이 있었지만, 당시 청와대는 당의 자율성을 존중했다.”

    ▼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4대강 사업은 국민적 합의도, 법과 절차도 무시했다. 여당은 이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야당과의 모든 대화를 단절했다. 대화가 봉쇄된 상황이니,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을 점거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는 독립적 입법기관이 아닌가. 예·결산 통과를 놓고 장소를 바꿔 여당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회법에 따라 예산 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이 절차를 무시했다.”

    ▼ 2008년 12월 한미 FTA 국회 비준 당시 해머가 등장했다. 소통 부재의 결과인가?(당시 한나라당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자,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외교통상위원회 비서실 출입문을 해머로 내리쳐 기소됐다.)

    “그 문제는 조금 다르게 봤으면 좋겠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박진 위원장이 발동한 사전 질서유지권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공용물건 손상’에 대해선 벌금 200만 원 선고). 한나라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법원의 경고였던 것이다. 야당의 존립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의 눈에는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김효재 의원 “발목 잡지 마라” vs 노영민 의원 “일방통행 여전”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서 민주당 당직자가 해머로 출입구를 막고 있는 집기를 내려치고 있다.

    ▼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느껴진다.

    “사고와 관련해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지 않은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지금은 안보 운운하며 정보를 숨길 때가 아니다. 정부에 대한 불신보다 더 심각한 안보 위협은 없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해야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18대 국회 전반기에 즐거웠던 기억은 없나?

    “(단호하게)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여야가 합리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정치구조와 문화가 필요한데, 그게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는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고, 문화는 역사성 아닌가. 서서히 그렇게 돼가고는 있다고 본다.”

    ▼ 여대야소라는 ‘구조’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반성할 부분은 없나?

    “(한동안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비정상적인 국회였다. 반성이라기보다 소수 야당의 태생적 한계로 이해해달라.”

    ▼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나라당에 요구할 게 있다면?

    “정치 복원! 대화와 토론으로 풀겠다는 마음이 중요한데, 이런 소통을 요식행위로 보지 말아달라.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마음도 버려야 한다. 상대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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