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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족쇄를 어떻게 채우지…

허정무 감독, 골 폭풍 메시 대비책에 골몰 … 아르헨은 월드컵 우승 부푼 꿈

  • 신진우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niceshin@donga.com

메시 족쇄를 어떻게 채우지…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보고 있었어요.”

털털하게 웃었지만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선 근심이 가득 묻어났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 선수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 수비 방법을 찾으려면 경기를 계속 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마라도나 “그는 예수와 공놀이”

메시 족쇄를 어떻게 채우지…

최근 곤잘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아르헨티나 다른 공격수의 활약까지 생각하면 메시의 공격력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허정무 감독을 고민에 빠뜨린 이 남자. 지난 시즌엔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스페인)의 ‘트레블(프리메라리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국왕컵 우승)’을 이끌며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올 시즌에는 더 놀랍다. 43차례 공식 경기에 나서 40골을 터뜨렸다. 프리메라리가(27골)와 챔피언스리그(8골) 모두 득점 선두. 지금 같은 기세라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2007~2008시즌에 기록한 공식 경기 42골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주인공은 ‘메시아’ 리오넬 메시(23). 최근 축구계는 온통 메시 얘기다. 얼마 전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메시에게 4골을 내주며 패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메시는 축구 게임에 나오는 선수 같았다. 4골만 내준 게 다행”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메시가 영웅으로 꼽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도 “메시는 이미 신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는 예수와 공놀이를 하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동료들도 칭찬 대열에 동참했다.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던 수비수 제라드 피케는 “메시를 데려온 건 바르셀로나 역사를 바꾼 사건이었다”고 표현했다.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인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 역시 “메시는 인간이 아니다. 상대를 너무 쉽게 무너뜨린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호날두도 메시를 인정했다. 11일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 경기에 앞서 그는 “바르셀로나는 메시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하지만 메시는 분명 역대 최고 선수에 등극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메시는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날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 0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가 끝난 뒤 호날두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곁에서 환호하는 메시를 지켜봤다.

메시의 경이로운 플레이를 보는 건 즐겁지만 2개월도 남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바로 우리의 조별리그 2차전(6월 17일) 상대가 메시의 아르헨티나이기 때문.

그렇다면 월드컵에서도 메시의 활약이 이어질까. 사실 메시는 대표팀 경기에선 이런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의 성적은 8승4무6패. 아르헨티나는 4위로 턱걸이하며 본선에 진출했고, 18경기 모두 출전한 메시는 4골로 부진했다. 메시의 전체 A매치 기록도 45경기 13골로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이처럼 부진이 거듭되자 일부 아르헨티나 언론과 팬들은 “메시가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몸을 사린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경기 치를수록 안정 … 메시아 되나

전문가들은 메시가 대표팀에서 부진한 이유를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의 전술 차이로 설명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메시의 장점 중 하나는 움직이면서도 패스를 자유자재로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며 “정교하고 빠른 패스 축구를 전개하는 바르셀로나의 팀 컬러가 메시와 잘 맞는다”고 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중원에 포진한 바르셀로나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메시의 입맛에 맞는 패스를 뿌려준다”며 “하지만 강한 압박에 약한 후안 베론 등이 주축이 된 아르헨티나는 이런 축구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감독의 경험 부족도 한 이유로 꼽혔다.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는 초보 감독 마라도나의 전술 부재가 대표팀 경기에서 메시를 고립시킨다는 것. 메시 본인은 훈련 부족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게 완전히 다르다”며 “대표팀에선 함께 발을 맞출 시간이 너무 짧아 적응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6월 본선에서 메시는 예선 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마라도나 감독이 예선 땐 실험적인 선수기용을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지만 본선에선 그런 부분이 많이 나아질 것”이라며 “팀이 안정되면 메시의 활용 폭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경험과 메시의 큰 경기 경험 모두 무시할 수 없다”며 “예선에서의 고전이 오히려 보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기를 치를수록 메시가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인데 이것도 아르헨티나에겐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메시 역시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팀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다. 본선에 앞서 함께 합숙하고 준비할 시간도 있다. 월드컵 우승은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때마다 빗나가는 예측을 해 ‘펠레의 저주’로 유명한 축구황제 펠레는 최근 “메시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만 월드컵에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시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수비수들의 메시 봉쇄법은

“100% 막는 건 불가능 … 2중, 3중 협력 수비가 최선책”


메시 족쇄를 어떻게 채우지…

전문가들은 메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협력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의 핵’ 조용형(27·제주 유나이티드)은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긴장되죠. 경기 하이라이트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데요.” 그는 또 “90분 동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선수가 메시”라며 “그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아공월드컵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한국 대표팀 수비수들에게 아르헨티나 주 공격수 메시는 경계대상 1호다. 최근 메시가 무섭게 골 폭풍을 몰아치며 활약하는 바람에 고민이 더 커졌다.

메시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대표팀 수비수들은 “정답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민수(24·수원 삼성)는 “슈팅, 드리블, 공간 이해능력 등 모든 걸 갖춘 공격수를 경기 내내 100%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곽태휘(29·교토상가)도 “메시는 보통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의 상성(천적 관계)을 이미 뛰어넘은 선수”라며 “그런 선수를 혼자 꽁꽁 묶기 위해 욕심내다 보면 오히려 수비 조직력이 붕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은 있다. 열쇠는 협력 수비. 측면 수비수 오범석(26·울산 현대)은 “달려드는 수비를 하는 것보다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미드필더까지 가담해 토끼몰이하듯 협력 수비를 해서 그의 발을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형의 생각도 같았다. 2중, 3중의 덫을 놓고 ‘메시를’ 기다리는 수비를 해야지 ‘메시가’ 기다리는 수비를 하면 안 된다는 것.

경기 전부터 메시를 꼼꼼히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동진(28·울산 현대)은 “메시는 측면에서 공을 잡아도 중앙으로 돌파하는 경향이 있다. 돌파 방향, 슈팅 타이밍, 드리블 자세는 물론 메시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 연구해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민수 역시 “경기 전부터 꾸준히 메시와 맞상대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메시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대표팀 내 메시의 역할과 유기적인 움직임 등도 연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내내 메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수비 방법으로 꼽혔다. 곽태휘는 “카드가 나오지 않는 수준에서 반칙도 적절히 섞으면서 초반부터 메시를 귀찮게 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거친 압박을 통해 심리적인 동요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4.27 733호 (p72~73)

신진우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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