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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왕상한의 ‘왕성한 책읽기’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김영사 펴냄/ 450쪽/ 1만5000원

머스터드의 종류는 열 가지가 넘는데 왜 케첩은 한 가지뿐일까. 월스트리트의 이단아 나심 탈레브는 어떻게 투자에 성공했을까. 유방조영술과 항공사진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위축’과 ‘당황’의 심리적 차이는 무엇일까 등. 보기만 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질문과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유쾌한 질투심을 일으키는 독창적인 사례들. 이렇듯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을 밀가루 삼고, 누구도 손대지 않았던 신비로운 일상의 영역을 들여다보는 독창적인 통찰력을 물 삼아, 그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논픽션 반죽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말콤 글래드웰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2008년)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5년) 반열에 오른 세계적 저널리스트 글래드웰은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특별한 사례를 끌어와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구축,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책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경제·사회·경영·문화계에 전염시키며 출간 1년 만에 국내에서만 30만 부를 팔았다. 이 시대의 독보적 논픽션 저술가인 그가 1년 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제목도 독특하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책은 글래드웰이 1996년부터 기자로 일하는 ‘뉴요커(The New Yorker)’에 실었던 수많은 칼럼과 기고문, 기사 가운데 그를 대표할 수 있는 19개의 꼭지를 주제별로 뽑은 지식 앤솔러지다. 1부에서는 ‘마이너 천재’라고 부르는 외골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이너 천재란 글래드웰의 글에 꾸준히 등장한 ‘중간 그룹의 인간형’을 뜻하는데, 그 주인공은 아인슈타인이나 윈스턴 처칠, 넬슨 만델라처럼 세계사에 우뚝 선 위인이 아니다. 채소 절단기 찹오매틱(Chop-O-Matic)을 판매한 론 포페일이나 ‘염색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진실은 미용사만 알 수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쓴 셜리 폴리코프 같은 사람이다. 사회현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내용을 다룬 2부에서는 글래드웰만의 이론을 정립하고 현실을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노숙자 문제나 회계 부정, 챌린저호 폭발 등의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같은 문제를 놓고 그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해결책과 해석을 내놓는다. 3부에서는 남을 판단하는 일에 얼마나 허구가 많은지, 인간의 성격과 인격 그리고 지능을 결정짓는 요소에 덫은 없는지를 파헤친다. 그에 따르면 타인을 나쁘다, 똑똑하다, 유능하다, 그리고 그냥 좋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책 제목은 개 심리학자 시저 밀란을 다룬 글에서 따왔다. ‘손만 대면 아무리 광폭한 개도 순식간에 온순하게 만드는 도그 위스퍼러, 시저 밀란이 개의 심리를 읽어내는 동안 밀란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글래드웰은 절반쯤 완성했을 때, 더 좋은 의문이 떠올랐다. ‘밀란이 마술을 부릴 때 개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 그 개가 본 것은 무엇일까.’

시공을 종횡무진 가르며, 수많은 팔을 가진 힌두교의 전지전능한 신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흥미로운 글감을 끌어오는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개의 머릿속은 곧 개의 심리를 의미한다. 타인의 마음속, 심리를 읽어내고자 하는 충동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다. 글래드웰은 자신이 그동안 글을 써온 원동력을 바로 ‘타인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글래드웰이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법, 최고의 글을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 사물, 사람, 일이 흥미롭지 않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TV 채널을 10번이나 바꾸고 11번째에 겨우 멈춘다. 서점에 가면 12권의 소설책을 뒤적인 뒤에야 겨우 1권을 고른다. 우리는 걸러내고 순위를 매기고 판정한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려면 이러한 본능과 매일 싸워야 한다. 글래드웰은 머리말에서 “좋은 글의 성패는 독자를 설득하는 힘이 아니라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에 달려 있다”라고 썼다. 책은 글래드웰의 발랄한 재기와 왕성한 호기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재기와 호기심 덕에 그는 세상의 숨겨진 특이성을 밝히는 당대 최고의 이야기 탐정이 된 것이다.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88~89)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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