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2010.03.16

집중도 높은 멜로디로 삼촌 팬들 유혹

걸 그룹 ‘카라’의 루팡

  • 현현 대중문화평론가 hyeon.epi@gmail.com

    입력2010-03-10 1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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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도 높은 멜로디로 삼촌 팬들 유혹
    카라는 삼촌 팬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팀이다. 화려한 무대나 예능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대신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철저히 청자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팬들과의 거리 두기’로 성공했다면 카라는 ‘팬과 밀착하는’ 방법을 택했다. 건강하고 귀여운 이미지,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흔한 걸 그룹’이 아니라 일부 마니아가 선택한 ‘컬렉터스 아이템’과 같은 느낌 덕에 팬들은 환호했다. 이는 모두 정교하게 진행된 마케팅 덕분이다.

    카라는 신곡 ‘루팡’의 음원을 대형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난 2월17일 자정에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음원 공개는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대낮에 한다. 하지만 ‘루팡’의 음원 공개는 자정에 이뤄졌는데 이는 그 시간에 마음 놓고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청자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것은 카라의 마케팅 타깃이 10대, 20대가 아니라 훨씬 높은 연령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인터넷을 근거로 활동하는 블로거,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유저 등 새로운 세대의 오피니언 리더, 또는 ‘오덕후(오타쿠)’라고 불리는 마니아로 타깃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의 용의주도함은 카라라는 그룹을 차별화하는 좋은 근거가 된다.

    카라의 스타일 만들기는 이전 음반에서도 그랬지만 결코 마케팅 기법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악곡 자체를 삼촌 팬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든다. 1980년대 뉴웨이브 스타일을 지녔던 ‘Wanna’나 ‘미스터’의 진가를 알아본 것도 삼촌 팬들이었다.

    이번 미니음반의 ‘루팡’도 마찬가지다. 루팡의 클라이맥스는 넓게 펼쳐진 스케일 덕분에 호방함까지 전해진다. 후크송이나 힙합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는 10대 팬보다 오랫동안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했던 세대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아쉬운 점은 표절 의혹이 떠돈다는 것. 최근 신곡을 발표한 걸 그룹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프로모션 트랙의 표절 혐의를 받고 있다. 세르비아의 톱스타인 옐레나 카를루사의 ‘Insomnia’ 전주가 ‘루팡’의 전주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래 멜로디라인이 아니라 전주 부분이 닮았고, 원곡의 신시사이저 반복구는 흔히 쓰는 표현이어서 표절 문제가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원곡이라는 ‘Insomnia’도 발리우드 영화 삽입곡인 ‘Dance Pe Chance’의 표절이라 하니 어디까지가 표절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Dance Pe Chance’는 ‘루팡’과 하등의 유사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결국은 흔한 스타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루팡’은 문제점을 지닌 전주를 지나면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멜로디를 품고 있다. 후속곡으로 등장한 ‘엄브렐라’는 더욱 집중도 높은 멜로디라인을 지녔다. 지난 앨범은 편곡의 스타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엔 인상 깊은 멜로디로 유혹한다. 카라는 언제나 음악적으로 맹탕일 경우가 많은 일반적 걸 그룹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음반으로 승부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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