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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저도 3대 교육비리 공범입니다”

최영철 기자의 ‘촌지’ 등 일상화된 불법 현장 체험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저도 3대 교육비리 공범입니다”

장학사끼리 술 먹고 난동을 부리다 불거진 일명 ‘하이힐 폭행 사건’. 폭행사건 수사 중 터져 나온 장학사 승진 시험의 뇌물비리가 서울시 교육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전직 서울시 교육청 국장 출신인 서울 강남 교장들과 그 아래에 있었던 장학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이제 수사의 초점은 전 서울시 교육감이었던 공정택(75) 씨의 14억원 비자금을 겨냥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산하 각 기관의 17명 상위직 교육 관료가 보직사퇴를 결정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시 교육청, ‘혹시나’ 하는 의혹은 ‘역시나’로 밝혀졌다.

뒤늦게나마 대통령이 ‘교육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2월 “구조적, 고질적 교육 관련 비리를 집중 단속하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2월23일 법무부 장관도 “제도화된 교육비리를 엄정 단속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제도화된 비리’. 법무부 장관이 말하고, 검찰의 보도자료에도 등장하는 이 용어는 듣기에 따라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비리가 제도화가 되다니…. 제도(制度)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영역을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 사이에 맺어진 복합적 사회규범의 체계’. 그렇다면 이제 교육비리가 이 사회의 규범이 됐단 말인가.

법무부와 검찰이 ‘제도화’됐다고까지 밝히는 교육계 비리는 일개 교육관료나 간부, 교사의 비리를 추적해 벌을 주는 것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교육비리는 우리 ‘생활영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실제 동참하지 않으면 뭔가 손해를 보는 그 무엇이 돼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한 아이를 대학생까지 키우면서 촌지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은 학부모가 몇이나 될까.

기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 아이의 학부모로서, 또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육비리의 피해자이자 공범자로서 살아왔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지금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교육비리가 사회 전체의 의식과 엘리트만을 양성하려는 경쟁적 입시제도가 근본적으로, 그것도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큼 변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확신한다. 기자가 ‘주간동아’의 지면에 지난날의 교육비리 체험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유도 그 변화가 좀더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에게 돈 주고 교사 될 걸 권하다



1995년 1월의 어느 날.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던 친구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선택을 앞두고 상의할 일이 있다는 내용. 대학 때부터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함께했던 친구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일을 기자와 상의했다.

“학교 서무과장이 내게 와 정식교사가 되려면 현금 2000만원을 준비하라고 한다. 기간제 교사가 넘쳐 돈을 안 냈다가는 이 자리(기간제 교사)도 잃어버릴 판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먼저 정교사가 된 선배들에게 물었더니 자기들도 다 그렇게 했으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데…. 대신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고 하던데, 정말 꼭 이렇게 해서라도 교사가 돼야 할까.”

이 말을 듣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교직 매매 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그 자체가 기삿거리다. 기사를 쓰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친구의 신분을 드러내야 하고, 양심선언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친구에게 “지금 제보를 하는 것이라면 증거는 있느냐”고 물었다.

“선배들이 그러는데 서무과장이 돈을 받아서 교장 일부 주고 나머지는 재단 준다는데, 그야 모르지 뭐. 전부 현금으로 오가기 때문에 증거가 있을 수 없어. 그리고 너에게 전화한 것은 고민을 상담하고 충고를 듣자는 것이지 기사 쓰라고 한 게 아니다.”

친구에게 “돈을 주지 않고서는 정교사가 될 방법이 정말 없느냐”고 물었더니 “교원 임용시험 준비는 이미 늦었고 재단이나 교장의 ‘백’이 없으면 순리대로 교사가 되기 힘들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그럼 할 수 없네. 사회에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정말 학생들에게 촌지 안 받는 좋은 선생이 돼라”고 말해주었다. 이후 친구는 정식교사가 됐고, 기자가 아는 한, 촌지 받지 않는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의 장애 때문에 상습 촌지꾼이 되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퇴근해 보니 아내가 아이를 심하게 꾸짖고 있었다. 준비물을 제대로 못 꾸리고 학교에 가서 매일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심한 날은 매까지 맞고 온다는 것. 아이 엄마는 “왜 과제물과 준비물 적는 알림장을 제대로 써오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아이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음을 간파하고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아빠는 다 이해할 수 있어. 아빠가 해결해줄게. 말해봐. 왜 그래?”라고 물었다. 긴 침묵이 흐르다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선생님이 과제물, 준비물을 칠판에 써주고는 내가 다 적기 전에 지워버려. 어떤 때는 잠깐 읽어주기만 해 다 못 받아 적어. 미안해 아빠. 나 때문에 화나지.”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다 정신을 차렸다. 큰아들은 어릴 때 몸이 안 좋아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1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 많은 배려를 했다. 덕분에 1학년이 끝날 때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속도였다. 물론 2학년 담임선생님에게도 이런 아이의 이력을 알리고 몇 번씩 부탁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아내에게 “내일 다른 학부모들과 만나 의논해보라”고 했다.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알아봤는데 그 선생님 촌지 안 주면 괴롭히고 주면 조용해지는 걸로 유명해요. 온 학교에 소문이 났는데 우리만 몰랐네. 30만원 주면 3개월쯤 간대요.”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아이의 문제 앞에서 기자는 직업의식을 포기했다. 직접 30만원을 봉투에 담아 아내에게 건넸다. ‘부모 된 게 죄인’이라는 말을 그때 실감했다. 정말 3개월은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직접 담임선생님이 알림장을 써주기도 했다. 3개월이 지나니 아이가 또 선생님에게 맞고 왔다. 이번에는 3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준비했다. 그 선생님이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학부모들 사이에 이미 파다하게 알려져 있었다. 또 3개월은 평안.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니 어김없이 괴롭힘은 또 시작됐다. 당장 달려가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기사를 쓸까, 아이를 전학시킬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기자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회사 선배의 충고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너와 비슷한 경험을 한 모 선배 기자가 촌지 뜯는 교사의 버릇을 고친다며 학교운영위원이 돼 연판장도 돌리고, 직접 교육청 출입기자가 돼 기사도 썼는데 허사였어. 매번 ‘증거가 없다’ ‘그 선생은 그럴 사람 아니다’ 그런 식이지. 교육감에게 직접 말도 해봤는데 ‘그건 학교 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말만 들었단다. 할 수 없이 다른 학교로 애를 전학시켰는데 앙심 품은 교사가 전학 간 학교에까지 전화를 걸어서 ‘문제 학생이니까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단다. 안 돼. 선생님과는 싸워서 이길 수 없어. 자식 둔 게 죄인이지 뭐.”

그해 한 해는 정말 길었다. 우리 부부와 아이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로 기자는 두 번 더 ‘30만원 봉투’를 준비해야 했다. 지금 아들은 튼튼하게 자라 정상적으로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교사의 학교비리 고발을 기자가 막다

“저도 3대 교육비리 공범입니다”

2월25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비리 근절을 위한 시도교육감 회의를 긴급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비슷한 시기였다. 큰아이의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던 시기,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유명했던 한 사립 고등학교의 교사가 “제보할 게 있다”며 기자를 찾아왔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 믿을 사람은 너밖에 없다. 이 비리를 낱낱이 고발해달라”고 했다. 가져온 서류뭉치에는 학교 급식 비리, 비자금 목록, 교사 채용 비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살펴보니 정황증거는 있는데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해 밝혀내기 전에는 이걸 다 밝혀내지 못한다”고 했더니 “검찰이 수사해서 이사장이 구속됐는데 그 부인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하소연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당시 사립학교법은 그런 관행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친구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이 중 몇 개는 내가 직접 개입은 안 했어도 그 현장에 있었고, 알고도 눈을 감은 부분도 있다. 그러니 기자들 모아놓고 양심선언을 하면 어떻겠느냐. 정말 이제 제자들 부끄러워서 선생질 못하겠다. 정말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다.”

기자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설득했다. 평소라면 꽉 다문 취재원의 입을 열려고 애를 썼겠지만 ‘친구’라는 두 글자가 기자를 솔직하게 만들었다.

“○○아. 사실 10년 기자 경험으로 말하는데 이거 기사 써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만 당한다. 그리고 너는 내부 고발자로 낙인찍혀 평생 피해를 입는다. 다른 학교로 옮기지도 못한다. 검찰은 한 번 손댄 사건이니까 다시 수사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짐 싸서 돌아가라.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너만 희생될 걸 알면서 어떻게 그 짓을 시키겠느냐. 특종 하면 뭐 하나.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기자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조용히 학교를 옮겨라. 그래서 그곳에서 교사로서의 네 꿈을 펼쳐라.”

그날 기자는 취재를 접고 친구와 대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이듬해, 친구는 학교를 옮겼다. 그러고는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그때 이야기를 하면 “그만두자, 내가 어렸지”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자는 묻고 싶다. 당신은 이 같은 교육비리 앞에서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느냐고. 우리는 몇 달 후면 ‘교육비리’라는 네 글자를 까맣게 잊어버릴지 모른다. “내 아이는 문제 없어”라며 외면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 일상화된 ‘교육비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자라난 아이들이 만드는 미래의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몇 배 더 지옥 같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간동아 2010.03.16 727호 (p40~4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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