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2010.03.16

“호화청사 뭇매 너무 억울”

이필운 안양시장 “도시 성장 위한 새 패러다임 필요”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3-10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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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화청사 뭇매 너무 억울”
    본말이 전도됐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올해 1월28일 100층짜리 ‘안양 스카이 타워’(가칭)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가 호화청사를 짓는다며 여론의 몰매를 맞은 안양시 이필운(55·사진) 시장 얘기다. 문제의 건물은 안양시청 신청사가 아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을 초고층 건물이다. 다만 청사가 그 건물에 들어갈 예정일 뿐이다. 그러니 설사 ‘호화건물’일지언정 ‘호화청사’는 아닌 셈이다. 이 시장은 “공공시설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인데, 다른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짓는 호화청사와 똑같은 취급을 당한 게 너무 억울했다”고 말한다. 과연 이 시장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화청사’로 몰매를 맞았을 때 기분은.

    “솔직히 황당했다. 이건 청사가 아니다. 복합 비즈니스 공간이다. 청사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생각에서 나온 구상이다. 발표문에 청사로 일부 사용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설마 이게 청사로 비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 언론이 호화청사라고 비판하는데, 안양시가 발전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안양의 미래와 경제적 현실을 정말로 고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 황당하고 안타깝고 아쉬웠다.”

    시청사 부지에 복합 비즈니스 공간을 조성하는 구상을 어떻게 하게 됐나.

    “안양시는 성장이 멈춰 있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도시다. 시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필요했다. 안양은 면적이 굉장히 작은 도시다. 가용 토지가 0.7km² 정도밖에 안 된다. 활용자원이 매우 빈약하다. 이런 상황인데 시청사 부지 5만9000m²가 도심 업무지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쓰고자 한 것이다.”



    안양시가 어쩌다 이런 상태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정부의 수도권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 기업들이 공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정부는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게 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안양시 인구는 23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63만명이 넘는다. 기업은 줄어들고 인구만 늘어나니 도시가 성장하지 않는다. 서울 수도권 위성도시 대부분이 안고 있는 문제다. 그중에서도 안양이 가장 심각하다.”

    시청사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게 경제성이 있나.

    “확신한다.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도 같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부 대기업이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건가.

    “공개제안 방식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규모나 내용은 민간사업자와 협의해서 진행하는 것이지만 이왕이면 안양시의 관광명소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로 지었으면 한다.”

    해외 성공사례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시 외곽에 ‘슈거랜드 시티’가 있다.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해서 청사도 짓고 상업용 건물도 지어 지역경제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러시아의 ‘두마시티’도 우리가 지향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다.”

    청와대나 정부 측의 평가는.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호화청사에 대해 비판했을 때도 미래발전을 위해 청사를 짓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청사 부지 개발은 미래의 안양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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