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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뇌 속 욕망을 꺼내라! 09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뇌에 대한 오해와 진실 9가지 … “몇 잔 술에도 인지적 기능장애”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20세기 후반 이래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신경과학적 탐구는 인류 과학의 촉망받는 분야가 됐다.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작동해 어떤 기능을 하는가’ 하는 점은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일반인은 뇌에 대해 많이들 오해하고 있다. 그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 인지심리학 교수 카너먼(Kahneman) 박사 등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고 탈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고 믿거나, 서로 다른 것 또는 같은 것으로 범주를 묶어 이분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휴리스틱스(heuristics·주먹구구식) 사고’가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인류 과학의 최후 개척지라고 불리는 뇌과학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의 뇌에 대한 생각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지금까지의 신경과학적, 인지과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밝혀보고자 한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인간의 이성은 뇌에, 감성은 심장에 있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에서 ‘가슴’이 은유적 표현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니 잊어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는 자동차가 빨리 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게 속도 계기판이므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엔진이 아니라 속도 계기판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정서적 흥분이 일어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빨리 뛰는 심장이 감정, 즉 마음의 중추는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뇌이고 가슴, 즉 심장은 그 지령을 받는 지엽적 기관일 뿐이다. 감정을 포함한 마음의 자리는 바로 뇌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뇌(두개골)가 커야 지능이 높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참이 아니다. 뇌 크기로 따진다면 인간의 뇌는 우월한 편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인간의 뇌보다 5배 이상 큰 뇌를 가진 고래도 있다. 신체와 뇌의 비율을 따져도 다람쥣과의 일종이 인간보다 우세하다. 따라서 뇌가 커야 하거나, 신체 대 뇌의 비율이 높아야 지능이 높다는 생각은 진실이 아니다.

마음을 물리적 원리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모든 자연 현상을 물리적 원리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마음 현상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단정에 대해 유보적인 과학자들도 있다. 심적 현상이란 완전히 물리적으로 환원해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최근에는 일부 철학자, 인지과학자 등을 중심으로 ‘체화된 마음’이란 주장이 전개되고 있다. 자기 뇌 안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넘어서서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활동에 마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뇌-몸-환경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통일체로 작용한다는 것으로, ‘마음=뇌’라는 식의 물리주의적 생각을 허물어뜨리는 주장이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한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기억이란 사진 찍듯이 기억해 넣고 나중에 다시 꺼내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억은 경험한 내용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한 스케치를 해서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을 꺼낼 때는 넣어둔 스케치를 그대로 꺼내는 게 아니라 제2의 스케치를 그리는 것이다. 스케치는 유전적 요인, 운동 정도, 약물 복용, 인지적 전략 노하우 등 환경 맥락에 따라 잘 그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나이가 들면 덜 움직이고, 덜 운동하기 때문에 환경이 나빠져 첫째나 둘째 스케치의 구성이 잘 안 될 수 있는데, 그것이 기억력 감퇴로 나타난다. 그러나 채소, 푸른 생선 등 항산화 식품을 꾸준히 먹고, 기억 훈련과 관련된 인지적 전략을 연습하면 기억력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기억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좌뇌와 우뇌는 각각 작용한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좌뇌는 언어·논리의 뇌이고 우뇌는 공간감각, 예술적 상상력 등을 담당하는 뇌’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뇌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기능만 한다고 보기 힘들다. 인간은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나 지적 기능은 좌뇌와 우뇌의 여러 부위가 함께 참여한 통합적 처리로 이뤄진다. 흔히 좌뇌형(분석적, 논리적) 인간, 우뇌형(감성적) 인간으로 나누어 그에 맞춰 교육하거나 인사 선발 및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좋은 전략이 아니다.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편의성 추구에 따라 생긴 오류일 뿐이다.

수면 상태일 때는 뇌도 잠잔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한 윌리엄 제임스나 아인슈타인의 발언은 은유적 표현일 뿐이다. 이 속설이 참이라면 90%의 뇌세포는 늘 놀고 있으므로 산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뇌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쓸모없이 죽은 섬유 덩이가 된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수면 상태일 때도 뇌의 대부분이 가동된다. 정상인의 뇌 영상사진을 찍으면 뇌세포의 90%가 죽어 있거나 쉬고 있는 경우는 없다. 뇌세포의 90%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인류 진화 과정에서 그대로 방치됐을 리 없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2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구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참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어른에게서도 뇌세포가 새로 생겨나 복구될 수 있음’이 관찰됐다. 신생 세포는 줄기세포에서 비롯돼 생성된다는 것.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복구되는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하는 점은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적당량의 술은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적당한 양의 술은 뇌세포를 죽이거나 뇌에 구멍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몇 잔의 술만 마셔도 일시적으로 인지적 기능장애는 온다. 단기간의 음주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보다는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뇌세포 사이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체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곧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을 오랜 기간 자주 마시면 회복 기간이 길어진다. 뇌의 세포가 죽지는 않지만, 뇌세포의 일종인 수지상돌기가 손상돼 정보소통에 이상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자는 뇌의 기능 변화뿐 아니라 뇌의 시상, 시상하부 등의 구조적 변화가 심해 기억과 학습장애가 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술 자체가 이런 병을 불러온다기보다는 술을 마시면 뇌세포 유지의 영양 원천인 비타민 B군 계열의 티아민 흡수가 방해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한 여성이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FAS(태아알코올증후군·정신지체, 소뇌증, 저체중, 짧은 안검열(아래위 눈꺼풀이 맞닿은 면)의 4가지 특징적인 증세가 나타남) 증상이 있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

평생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이 속설은 특정 연구 결과와 상업적 광고에 일반인이 현혹된 사례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이 뇌를 자극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든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능률이 오른다든지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후속 연구를 통해 지지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처음 이런 주장을 편 연구자들조차 수정론으로 돌아섰다. 모차르트 음악 효과는 오래가야 10분에서 15분 지속된다고 밝혀졌다.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56~57)

  •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인지과학 명예교수 jmle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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