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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2010년 '예능力' 전성시대 03

썰렁하면 어때, 일단 유머를 날려!

전격공개! 초절정 예능력 발휘 6대 기본기 … 모두가 행복해야 진짜 예능력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썰렁하면 어때, 일단 유머를 날려!

썰렁하면 어때, 일단 유머를 날려!
1980년대 미국 망명을 마친 김대중이 미국 국회의원들과 함께 서울에 도착하자 정적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DJ는 사대주의자다. 귀국 사진을 보라. 그는 미국 국회의원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러자 DJ는 웃으며 시인했다.

“Yes, 그렇다. 분명 나는 미국 국회의원들과 함께 왔다.”

그러고는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진을 잘 보라. 내가 그들을 뒤따랐다면 사대주의자지만, 내가 먼저 들어오고 그들이 내 뒤를 따라 걸어오지 않는가. 그러니 나는 사대주의자가 아니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예능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DJ는 상대의 공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상대방의 논리와 주장을 들은 뒤 허점을 공략했다. 상대의 질문에 일단 ‘예스’라고 대답해 공격의 동력을 뺀 뒤 웃음으로 되받아쳤다. 그런 상황에서 분노하거나 정색하며 이성적으로 대응했다면 상대는 비슷한 공격을 계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위트 넘치는 대응에 정적들은 말문이 막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비슷한 위트를 발휘한 적이 있다.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때 “남편에게 숨겨놓은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냐”는 질문을 받은 김 여사는 이렇게 답했다.

“좀 데려오세요. 바쁜데 일 좀 시키게요.”

과거 우리는 풍자와 해학을 즐기던 예능력 강한 민족이었다. 그러나 수직적인 상명하복 문화, 유교적 엄숙주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여유가 사라진 사회 분위기 탓에 예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

하지만 이제 ‘웃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를 맞고 있다. 불리한 상황과 까칠한 인간관계마저 편하게 바꿀 수 있는 마법 같은 윤활유가 바로 예능력이다. 예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능력에도 기본기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김연아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훌륭한 피겨스케이팅 연기를 선보이듯, 좌중을 사로잡는 ‘예능력자’가 되려면 기본기부터 하나하나 다져나가야 한다.

Tips

재미있는 조크를 위한 5초 어드바이스

-본인이 말하고 본인이 먼저 웃지 마라.

-짧게 끝내라.

-질문과 답을 같이 하지 마라.

-포커페이스가 돼라.

-유머가 통하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다른 주제로 돌려라.


1‘수·사·반·장’을 기억하라

김진배 유머연구원장은 “예능력을 발휘하려면 ‘수·사·반·장’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수사반장’은 ‘수집하라’ ‘사용하라’ ‘반응을 살피라’ ‘장기 하나를 잡아라’의 앞 글자를 딴 것.

‘수집’은 예능력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얘깃거리를 모으는 것. 김 원장은 “‘개그콘서트’ 같은 유머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보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재미있는 얘기를 찾아 읽는 일은 기본이다. 그것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컴퓨터에 유머 파일을 만들어 보관하라”고 조언했다.

잡다한 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다. KBS ‘개그콘서트’의 개그작가로 10년간 활동해온 장덕균 씨는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뉴스,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인터넷 만화까지 닥치는 대로 보고 읽는다”면서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접하다 보면 슬프고 화나는 와중에도 웃음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은 재미있는 얘기나 유머, 개인기 등을 사람들 앞에서 직접 시도해보는 것. 많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게 싫어서, 또는 썰렁하다는 반응이 두려워서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있어도 꺼내질 못한다. 김 원장은 “위대한 야구선수의 타율도 3할대다. 열 번 중 세 번만 웃겨도 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유머를 날려보라”고 주문한다.

정경진 커뮤니케이션 코치도 “유머에선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경험주의자가 되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경험이나 농담을 완벽하게 외워 한 번 말하는 것보다, 조금씩 ‘버전’이 달라질지언정 여러 집단의 사람에게 열 번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재미가 있든 없든 유머를 많이 구사하는 사람은 ‘웃기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후엔 그가 웬만큼 재미있는 얘기만 해도 듣는 사람들은 관대하게 웃어준다.

‘반응 살피기’ 단계는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웃는지, 박수를 치는지, ‘썰렁하다’는 표정을 짓는지, 민망해하는지 등 다양한 비언어적 반응을 관찰하라는 의미다. 정 코치는 “유머를 구사할 때는 듣는 상대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과 눈치, 센스, 순발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자리에선 ‘치고 빠져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하나 잡기’는 자신이 ‘날린’ 수많은 얘기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 하나를 잡아 개인기로 만들라는 뜻이다. 유행어나 성대모사도 개인기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보다 자신만의 경험에서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찾는 게 좋다. 장덕균 작가는 “누구에게든 재미있거나 황당했던 경험, 실수담이 있을 테니 그런 것들을 유머 소재로 삼으라”면서 “콘텐츠는 자신만의 것으로 하되, 재미있게 말하는 요령은 말 잘하는 사람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라”고 조언했다.

2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라

1997년 12월18일 제15대 대선에서 승리한 뒤 낙선한 이회창 후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DJ는 모든 참석자를 박장대소하게 하고, 이 후보마저 웃게 만든 유머로 화제를 모았다.

“18일 이후에 선거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후보는 아들의 병역 문제로 지지율이 추락했다가 선거 막판 급커브를 그리며 다시 올라갔지만, 시간이 모자라 간발의 차로 낙선했다. 그러니 선거가 며칠 뒤에만 치러졌어도 결과가 어땠을지 모를 일이었다. DJ는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패자를 띄우는 유머를 구사한 것.

이처럼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유머를 구사해야 한다. ‘국민 MC’ 유재석 스타일의 유머를 떠올리면 된다. 이벤트 PD이자 유머강사인 전승훈 씨는 “자신을 망가뜨릴수록 상대방은 자신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온다”면서 “자학 개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자신이 자괴감에 빠진다면 그쯤에서 멈추는 게 좋다. 말하는 사람이 불편하면 상대에게도 유쾌하게 들리진 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깔아뭉개는’ 가학적 개그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개그맨 출신으로 현재 ‘듀오정보’의 파티플래너인 이재목 씨는 “뚱뚱한 여자 후배를 자주 비하하던 개그맨 선배가 있었다. ‘너 숨 쉬지 마. 산소 소비량이 2배니까’ 같은 식으로 인신공격을 했는데, 폭력과 다를 바 없었다.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유머”라고 말했다. 이렇게 방송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가학적 유머를 즐겨 하던 그 선배는 방송계에서 일찌감치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3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유머를 구사하라

철권 무하마드 알리는 조 프레이저에게 패배한 후 멋진 한마디를 남겼다.

“나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이었다.”

웃음과 예능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소극적이고 시니컬하며 비판적인 사람들은 예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설령 유머러스한 얘기를 한다고 해도 듣는 이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리는 독설적이고 비관적인 내용일 때가 많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자긍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 역시 당당하고 긍정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처칠이 하원의원에 처음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는 과거의 한 모임에 그가 지각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늦잠 자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이때 처칠은 대수롭지 않은 듯 응수했다.

“나처럼 예쁜 마누라를 데리고 산다면 당신도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거요.”

상대가 자신에게 실수했을 때도 화를 내거나 무안을 주는 대신, 상대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뼈 있는’ 유머를 던지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후배가 인도하는 데로 주차하다 차가 벽에 부딪혔다면 ‘오히려 잘됐어. 그동안 흠집 하나 없어서 누가 훔쳐가거나 긁힐까봐 조마조마했거든’이라고 말하면서 여유롭게 넘기는 식이다. 후배에게 화를 내봤자 자동차에 난 흠집이 사라질 리 없으니 말이다.

실수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도 말하는 자신이나 듣는 상대를 모두 기분 좋게 만드는 유머다. 예를 들어 강의에 지각한 사람에게 “저런 분이 성공한다. 늦으면 눈치를 보다가 안 들어오기 일쑤인데, 늦게라도 들어오는 긍정적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4 배짱으로 부딪쳐라, 상황에 따라선 ‘오버’하라

코웃음 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500원 지폐의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면서 “한국이 400년 전에 이 배를 만들어 일본 배를 물리쳤다. 그러니 지금은 더 좋은 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처럼 배짱으로 부딪친다면 어떤 불리한 상황과 어려운 상대도 이길 수 있다. 김 원장은 “소심함은 유머를 죽이고, 배짱은 유머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회식이나 명절, 가족모임 등 웃고 즐기는 자리에서는 ‘오버’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한 방법이다. 이재목 씨는 “모 유명 방송인은 송년회나 파티 같은 모임에서 T팬티를 입고 춤을 추기도 한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그는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 1순위로 꼽힌다”고 말했다.

5 상대방의 논리로 되받아쳐라

현대가 독자 브랜드 ‘포니’(조랑말)를 내놓았을 때 밀라노 모터쇼에서 한 기자가 비아냥거렸다.

“조랑말이 사람을 태우는 건 문제 아닌가요?”

마이크를 잡은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게 어때서요? 그럼 사람이 조랑말을 태우나요?”

인신공격을 당하거나, 까다로운 상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등 불리하고 불쾌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화를 낸다거나 논리로 무장해 하나하나 반박한다면,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상대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만다. 김진배 원장은 “상대의 주장을 잘 듣고 그 허점을 상대의 논리로 되받아치되, 유머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여유롭고 침착한 태도가 필요하다. 다음은 ‘침착한 위트’의 한 예.

소아과 교수가 어린이 질병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이 장난으로 영사기에서 슬라이드 몇 장을 슬쩍 빼낸 뒤 여자 누드사진을 대신 끼워넣었다. 강의 중 갑자기 누드 사진이 나타나자 교수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 사진은 아까 그 아이가 병을 완전히 치료하고 어른이 됐을 때의 모습입니다.”

썰렁하면 어때, 일단 유머를 날려!
6 경청하고 공감하며 웃어주라

예능력은 머리, 가슴, 배가 두루 발달해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머리는 지혜·재치·위트를, 가슴은 사랑·인간애·감성을, 배는 배짱·여유·위풍당당함을 뜻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예능력은 단순히 ‘웃기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과 듣는 사람 모두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분위기를 더 밝게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내용에 공감하며, 환하게 웃으면서 반응하는 것은 예능력의 필수 요소.

아이가 “영어 100점을 받았다”고 자랑할 경우 아이의 말과 몸짓을 따라하면서 환한 웃음으로 축하해준다. 이럴 때 “수학은?”이라고 묻는 건 금물.

상대가 썰렁한 유머를 던지더라도 웃어준다. 그럼 상대도 당신의 유머에 웃을 테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좋아진다. 전승훈 씨는 “‘가짜’ 웃음도 ‘진짜’ 웃음 90%의 효과가 있으니,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많이 웃으라”고 조언했다.

실전! 상황별 예능력 발휘 노하우

첫 만남엔 이름 삼행시 준비 … 모임에선 칭찬으로 띄워라


예능력의 기본기를 닦았다면 이젠 실전에 들어갈 단계. 자기소개부터 회식 등 친목모임, 프레젠테이션까지 상황별 예능력 발휘 실전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자기소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은 비즈니스 미팅, 면접, 소개팅, 친목모임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때 상대를 사로잡을 만한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면 첫 만남에서부터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정경진 커뮤니케이션 코치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감정을 담아 자기소개를 하라”고 충고한다.

“보통 ‘A회사의 B대리입니다’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건 명함만 주고받아도 알 수 있죠. 차라리 ‘영하 10℃의 날씨에도 당신을 만나러 온 B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김진배 유머연구원장도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거나 이름을 변형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치해 보일지 모르지만, 건조한 소개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제 이름은 김진배, 받침 빼면 기지배’라고 말해요. 그럼 다들 ‘피식’ 웃으며 저를 쉽게 기억하고, 친근하게 느끼죠. ‘이찬호’라는 사람이 입사 면접 때 ‘C회사의 박찬호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주목을 끌 수 있어요.”

또 자신의 성격이나 장단점 등을 말해야 할 때는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유쾌하게 마무리 짓는 게 좋다.

아이스 브레이킹

초면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사용하는 게 좋다. 파티플래너 이재목 씨는 “미팅 이벤트나 회사 오리엔테이션 같은 모임에서 ‘오늘 이 행사를 무척 기대한 나머지, 어제 잠을 못 자서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어요’라고 한다면 다들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남녀가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는 상대를 관찰하고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는 게 좋다. 단, 칭찬에도 센스가 있어야 한다.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여성과 만났다면, 직설적으로 ‘눈이 반달같이 아름다우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빨리 밤이 되면 좋겠어요. 초승달 같은 당신의 눈매와 초승달을 직접 비교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죠.”(김진배)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낯이 익다’ ‘명함 디자인이 예쁘다’ ‘(상대방 회사) 근처 떡볶이가 맛있다’ 등 사적인 관심을 보인다면 분위기가 훨씬 화기애애해진다.

회식, 친목모임에서 분위기 Up

회식이나 친목모임은 참석자들이 모두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참석자 개개인이나 조직 전체를 칭찬하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유머를 해야 한다. 과거의 실수나 잘못 등을 ‘푼다’는 명목 아래 끄집어내는 건 금물. 특정인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유머도 피해야 한다.

모임에 오랜만에 나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게 좋다. 장덕균 개그작가는 “10년 만에 만난 지인이 ‘우리가 알고 지낸 지 10년이 흘렀다’고 하자 ‘그래도 내게는 소녀야’라고 대꾸했더니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은 짧고 강렬한 유머로 포문을 여는 게 좋다. 정 코치는 “청중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예를 들어 붕어빵 유머로 시작할 수 있어요.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한 뒤 ‘당신은 어느 조직에서든 머리가 되려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죠. 꼬리부터 먹는다는 사람에겐 ‘꼬리가 움직이듯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사귀는 인간성 좋은 유형’이라고 말합니다. 다음엔 ‘꼴리는 대로’ 먹는 사람을 물어본 뒤 손을 든 사람에게 ‘당신은 변태’라고 말해요. 그러고는 ‘놀라지 마시라, 변태는 재치 있고 창의적이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반전시키는 거예요. 단, 이런 오프닝식 유머는 1분 안에 끝내야 합니다.”

청중이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는 게 좋다. 실적이 저조하던 부서가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할 때 “지금까지 ‘5대 0’이었지만, ‘5대 6’을 만들 수 있는 ‘역전’ 프레젠테이션을 해보겠다”고 말한다면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유머를 한다거나, 성(性) 또는 종교와 관련된 소재로 말하는 건 반드시 피한다. 사전 준비도 필수다. 사적인 자리에선 ‘애드리브’나 ‘센스’로 웃길 수 있지만,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철저히 기획하고 연습한 뒤 구사해야 한다.

성별·연령에 따라 차별화된 유머 구사

성별과 연령에 따라 즐기는 유머가 다르다. 유머강사 전승훈 씨는 “유머에도 눈높이가 있다”면서 “어린이에게는 수수께끼, 청소년에게는 단어를 비트는 사자성어나 삼행시, 성인에게는 신랄한 풍자나 패러디 또는 성적 유머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입으로 먹고 배로 내놓는 것은?’(우체통), ‘배로 먹고 등으로 내뱉는 것은?’(대패) 등의 수수께끼를 해주면 깔깔대요. 청소년은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처럼 비트는 유머를 즐기죠. 성인은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패러디와 성적 유머를 좋아하고요. 나이에 안 맞는 유머를 쓰면 바로 썰렁해져요.”

성별에 따라서도 ‘먹히는’ 유머가 다르다. 김 원장은 “남성은 정치·군대·축구, 여성은 외모·사랑·드라마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 좋다”면서 “‘남녀관계’는 남녀 모두 좋아하는 화두지만,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성적 유머의 경우 남성끼리는 아주 재미없지 않는 한 다 통한다는 것. 하지만 남녀가 섞인 자리에선 매우 조심해야 한다.

“성적 유머는 또래의 남녀끼리 나눠야 재미있어요. 20대 남녀끼리는 아주 즐겁게 음담패설을 할 수 있죠. 40, 50대도 또래끼리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20대와 40대, 또는 상하가 명확한 남녀가 모인 자리에서는 성적 유머를 써선 안 돼요. 40대 남성 부장이 20대 여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성적 유머를 던지면 여직원은 아는 척하기도, 모르는 척하기도 어렵거든요. 이럴 땐 유머가 ‘언어폭력’이 됩니다.”

물론 중장년층 남성 상사들이 젊은 여직원들과 어울릴 때도 남녀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을 얘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에로스’가 아닌 ‘로맨스’에 국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간동아 2010.01.05 718호 (p22~2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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