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5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여러 명이서 친한 친구 집에 가 밤새도록 ‘곡차’를 마시며 놀고 있었죠. 친구네 집은 이른바 ‘아지트’로 불리던 곳인데, 저희들이 와서 자도 친구 부모님이 전혀 뭐라고 하지 않으셨거든요. 술에 취해 ‘떡실신’이 된 저는 친구 방에 먼저 들어가 잠이 들었죠.
다음 날 친구 집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죠. 가방과 신발은 있는데, 사람만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을 찾아내고는 다들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바로 중학교 2학년이던 친구 남동생 옆에서, 그와 한 이불을 덮은 채 다소곳이 자고 있었던 거죠. “너 왜 여기 있어?”라던 친구의 외침에 저보다 먼저 깨어난 남동생(팬티만 입고 있었죠, ㅋㅋ)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가버렸고요. 아마 친구 방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남동생 방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지만, 솔직히 그날 밤에 대해선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ㅜ.ㅜ 순진한 꽃띠 소녀이던 저는 그 후로 친구 남동생을 쳐다보지도 못했고, 남동생 역시 저를 피했죠. 물론 지금은 “내가 너의 첫 ‘동침녀’야”라며 농담하는 사이가 됐지만.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재미있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경인년 새해,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상적이었던 나만의 경험이나 실수담을 털어놓으면 어떨까요? 함께 즐기는 웃음의 소리만큼 행복의 크기도 더욱 커질 거예요.
주간동아 718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