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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김지은의 Art & the City

다양한 시선으로 본 미국의 역사

샘 듀랜트의 ‘청교도 이야기 : 자연사’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다양한 시선으로 본 미국의 역사

다양한 시선으로 본 미국의 역사

Sam Durant, Natural History Parts 1~4, 2007, Multimedia installation

18~19세기 복장을 하고 곤봉을 든 유럽인들과 무릎을 꿇고 있는 인디언. 조악하게 만들어진 이 밀랍인형은 현재 문을 닫은 플리머스 국립밀랍인형박물관에 전시됐던 것들입니다. 작가 샘 듀랜트(Sam Durant·48)가 인형들과 이를 찍은 사진들을 미술관에 옮겨놓았는데요, 그는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온 102명의 청교도가 가장 먼저 발을 디딘 항구도시인 매사추세츠 플리머스 출신입니다. 이곳은 인구 4만5000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미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코스로 알려져 있죠. 작가는 그동안 하나의 렌즈로만 봐온 미국 역사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 바로 ‘청교도 이야기 : 자연사’(2007)입니다.

샘 듀랜트는 이 작품에 ‘역사’ 대신 ‘자연사’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승자의 시각으로 본 왜곡된 역사에서 탈피, 자연사처럼 객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맨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빵과 옥수수를 먼저 살펴볼까요?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은 미국의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입니다. 1621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대륙에서 첫 수확을 한 청교도들이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옥수수 경작법 등 신대륙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준 인디언을 초대해 추수한 곡물을 나눠먹던 풍습에서 비롯된 명절이죠.

하지만 작가는 추수감사절이 인디언 처지에서 보면 ‘비탄의 날’일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당시 청교도들이 나눈 것은 빵이 아니라 인디언의 뼈였을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옥수수 경작법을 알려준 원주민 추장 마사소이트는 잔인하게 살해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당시 청교도들에게 인디언의 문화를 수용하고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주장하고, 인디언들에게는 부당한 대우에 강력히 저항할 것을 종용한 개혁가 토머스 모튼은 플리머스 민병대의 습격으로 솔라스 섬에 버려진 뒤 가까스로 영국으로 탈출했지요. 그가 운영하던 유토피아적 공동체 ‘메리마운트’가 초토화된 것은 물론이고요. 작가는 미국이라는 마차가 자랑스러운 청교도 역사와 부끄러운 인디언 수난사라는 2개의 바퀴로 굴러갔음을 먼지 덮인 밀랍인형의 입을 빌려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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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크리드展

마틴 크리드展 2001년 영국의 터너 미술상을 받은 마틴 크리드의 개인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네온사인, 빈 상자, 구겨진 종이 등 일상적인 물건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2010년 2월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 02-733-8945
알란 찰턴展 모노크롬 회화의 대가 알란 찰턴은 작품에 회색만 쓰면서도 무한한 변주를 보여준다. 비슷함 가운데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요즘 유행하는 화려하고 현란한 이미지와 달리 그의 작품은 한없이 단호하고 명료하며 섬세하다. 12월13일까지/ 부산 조현화랑/ 051-747-8853
설원기展 설원기는 회화와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들며, 즉흥적이면서 자연스러운 평면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60여 점을 선보인다. 캔버스가 아닌 얇은 구리판, 마일라(폴리에스테르 필름) 등에 새겨넣은 일상의 경험은 독특하면서도 정겹다. 12월6일까지/ 금호미술관/ 02-720-5114




주간동아 2009.12.01 713호 (p89~89)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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